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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비뱅커 May 26. 2024

영화 <울산의 별>

희망을 노래하는 별

세상이 달라졌다 안 하나!

최근 대구, 경북지역을 기반으로 영업 중인 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금융계 이슈였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의료 개혁, 교육, 공기업 지방이전, 창업, 일자리, 하물며 예술·문화까지 모든 분야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지방소멸이 현실화되고 있다. 영화는 한때 대한민국 경제의 별과 같던 울산과 중공업의 쇠퇴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갈등을 통해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와 국가 전반적 문제를 이야기한다.


영원할 것 같던 별의 몰락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그 유명한 톨스토이 <안나 까레니나> 첫 문장이자, 이 영화의 시작을 설명하기에 더없이 좋은 표현이다. 영화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도 되지 않는 윤화가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을 시작한다. 이내 카메라는 벽에 걸린 가족사진 속 여성스러웠던 예전 윤화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 영화는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것을 애써 알려준다. 윤화는 사고사로 먼저 떠난 남편을 대신해 조선소 용접공으로 일하는 노동자이자 가장이다. 늘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담배를 입에 물고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모습이 억척스럽게 버텨온 그녀의 삶을 대변한다.

정리해고 통보에 항의하는 윤화

영화는 갑작스럽게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쇠퇴하는 울산’을 상징하는 윤화와 가상화폐에 빠져 거액을 날리게 된 ‘노동가치의 변화와 세대갈등’을 상징하는 아들, 꿈을 찾아 울산을 떠나려는 ‘지방소멸’을 상징하는 딸, 그리고 나름의 사정으로 문중의 땅을 노리는 친척들 과의 갈등이 이야기의 한 축이다. 그리고 사회 부조리와 ‘전체주의 시스템’을 상징하는 조선소와의 갈등은 변화 속에서 무력하게 소외되고, 낙오된 이들의 이야기를 울산이라는 도시와 한 가족을 통해 훌륭하게 담아낸다. 영화 속 그들이 말하는 시스템은 약자를 더욱 약하게 만들고 희생을 강요한다. 다소 중심을 잃을 수도 있는 다양한 주제의 구조적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감독의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또한 윤화역의 <김금순> 배우의 연기는 그 어떤 무비스타 보다 빛이 난다.

대왕오징어를 보고 오열하는 윤화의 뒷모습

가려져 있지만 늘 존재하는 별빛

영화 속 대왕오징어와 낡은 자전거는 윤화이다. 윤화는 조선소이고 울산이다. 세상은 변하고 윤화는 자기 자신 같은 직장을 잃었지만, 도시는 건제하다는 듯 여전히 용접 불꽃을 튀기며, ‘회사(나라)가 잘되는 것이 내(우리)가 잘되는 것이다’라는 문구를 내건다. 이렇게 전체주의 시스템 같은 광해(光害)에 가려 울산(우리)의 별은 더 이상 보이지 않지만 늘 존재하고 빛을 내뿜고 있다. 종반부 시동생을 위해 땅을 내어주는 윤화의 마음. 자신의 처지와 같은 대왕오징어를 보고 오열하는 윤화 곁에서 같이 울어주는 시동생의 공감. 윤화의 뒷모습에 위로를 보내주는 관객의 공감. 딸이 몰래 해준 화장을 지우지 않는 윤화의 마음. 윤화가 그랬듯 자전거를 타고 조선소로 향하는 아들의 모습. 늘 그렇듯 세상은 연대하고 용서하고, 공감하고, 위로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별이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올해의 배우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에 빛나는 별 같은 영화 <울산의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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