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 졸속 확대의 문제점
5월 25일 국회환경노동위에서 최저임금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우려스럽고 불만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과는 그 궤가 다르다.
현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에 노동자가 있으며 최저임금이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과거 그 암울한 9년간의 정권은 생산주도 성장, 즉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 ‘낙수효과’로 인해 국민 모두가 윤택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감언이설로 노동자들의 아우성을 막아왔다.
하지만, 확인된 결과는 그들의 경제정책은 국민과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급급해 내놓은 거짓말이었다는 것이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노동자와 국민의 소득이 증대되면서 소비가 활성화되고 기업의 더 강해지는 ‘분수효과’를 천명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어느 정상과 비교해도 자랑스러운 대통령, 촛불시민과 함께 했던 민주세력인 집권여당이 정권출범과 함께 소득주도 성장을 내 걸었을 때 신뢰와 지지를 보내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는 잘 될 거야.”라는 대중의 심리는 곳곳에서 경기활성화를 불러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되어준다. 하지만 이 심리적 기저가 크게 흔들리게 된 계기를 국회환경노동위에서 제공했다. 앞으로의 나라경제가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최저임금산입범위 확대는 그간 최저임금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과 월간 고정수당(직책수당 등)에 추가적으로 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를 일부 포함해주는 것이 골자다.
이로써 기본급(본봉)이 간당간당하게 최저임금 수준이나, 복리후생비와 상여금이 지급되고 있는 상황의 사업장이라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서 기본급을 올리지 않고도 기존에 지급하고 있던 복리후생비와 상여금을 명목으로 최저임금법을 피해나갈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해석과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 중 복리후생비와 수많은 수당, 정기상여금 등 노동자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난해한 급여체계를 바로 잡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렇듯 난잡한 급여체계를 바로 잡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노동자가 급여명세서를 단박에 이해하기 쉽게 해주기 위해서? 아니다. 결국은 그간 축소되었던 통상임금을 사실적 가치로 올려놓기 위해서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국회 환노위의 행보가 흐리멍텅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변칙적으로 운영되는 급여체계를 통해 축소된 통상임금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기 위함이며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 또한 통상임금으로 정하기 위함입니다.” 라고 국회 환노위는 말했어야 한다.
하지만 집권여당과 노동당국은 지지자들의 선의 가득한 해석 뒤에 숨어서 꼭 해야 할 약속을 못하고 있다.
통상임금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굳은 약속 없이는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국회 환노위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이 그간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외교분야에서 보여준 기민한 대응과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얻어낸 높은 공감에 균열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이라고 왜 고민이 없겠는가?
공약한 1만원의 최저임금을 위해 매년 인상안을 밀고 나가기엔 중소. 중견기업이 버텨내주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결국 언젠가는 통상임금을 정상화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의 인상과 동시에 진행하기엔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치게 되는 난감함이 있을 것이다. 그간 갖은 노력으로 주52시간의 노동시간 축소를 실현해 냈지만 최저임금 때문에 이런 욕을 들어먹어야 하는가하는 자괴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과의 적극적 소통 없이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가 2,500만 원 이하 노동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둥, 이번 산입임금을 시행하기 위해 기존의 1개월을 초과하는 주기로 주던 상여금을 매월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할 때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아니라 청취만 해도 된다는 식의 졸속처리는 아무리 선의로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구석이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나 이번 최저임금산입범위 확대의 수혜자는 대기업의 우산 아래 있는 하청기업, 소위 1차벤더, 2차벤더니 하는 제조 기업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제조기업의 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을 같은 노동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현 시국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해석은 동의하기 어렵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노동의 문제는 최저임금 하나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새 포괄임금제는 법전에도 없는 기괴한 제도가 사용자들의 상식이 되어 수많은 노동자들을 짗누르고 있고, 노동감독의 한계로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자에 대한 낮은 적발률과 솜방망이 처벌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무기력을 학습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환노위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법안 통과는 수많은 노동현안에 대한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할 단초를 제공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안을 자꾸 어렵게 꼬고 꼬아 노동자들을 반목하게 하고, 문제의 인과관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는 언론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최저임금 1만원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