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봄 Jul 13. 2022

엄마, 나는 사랑받고 있는 거야.

지혜.


지금은 저녁 8시예요. 짝꿍이 해인이와 목욕을 하고 재우러 갔어요.

소중하고 고요한 저만의 시간이에요.

왼손에는 저주파 마사지기를 붙이고 무릎 위엔 전기담요, 오른발엔 냉팩을 붙였어요.

오른손만 쑤욱 내밀어 저는 지혜에게 보내는 편지를 적어요.

저의 안전과 고요를 담으러 책상 앞에 앉는 이 시간을 정말 좋아해요.


어제 짝꿍이 아버님과 통화를 했어요.  연휴 동안 시댁에서  휠체어를 빌려두신다고 하셨어요.

한쪽 발에 깁스를 했으니 움직이기 불편한 상황을 배려해주시는 아버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엄마에게 전하니 " 시댁에 민폐를 끼치니, 너는 결코  정도 상황은 아니다, 절대 타지 마라,  하나 깁스했다고 누가 휠체어를 타니, 우습다!" 농담 어린 질타를 아끼지 않으셨지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게 아니야 엄마. 나는 사랑받고 있는 거야."


엄마는 기가 막힌 탄식을 하! 외치셨지만 달라지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저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배려와 사랑을 거절하는 일이 늘 익숙했답니다.

거절하는 겸손을 배우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엄마는 항상 밀어내는 사람이었어요.

우리에게 베푸는 이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수고로 내어주는 마음에 보답할 수 없다고요.


하지만 저는 바뀔 거예요. 저는 따뜻한 배려와 사랑받는 걸, 받아들일 거예요.

저를 위해 내어 주시는 귀중한 시간과 수고를 감사하게 받을 거예요.

저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요. 저는 그럴 가치가 있어요.

저는 마음과 마음의 일을 밀어내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거절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그 휠체어를 꼭 탈거랍니다.




2022.1.28.

보람.







작가의 이전글 내게 가장 안전한 공간은 이곳이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