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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Apr 18. 2023

UX 라이팅과 진실성

정확성(3): 신용 정보 변동 푸시와 문구 낚시력

Joo Jun님의 신용 등급이 곧 사라져요. 뭐...?!


2년 전 일입니다.

어느 날 저의 외국인 지인이 놀라며 이 금융 앱 푸시 문구에 대해 물어왔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신용 등급이 사라진다는 무서운 알림이었죠.

당시 그와 나눈 채팅. 웃으면서 파산했냐고 물었지만 속으로는 걱정했습니다. 저 바이바이 이모지 때문에 더 킹 받아 ㅋㅋㅋㅋ

그러고 얼마 안 있어서 제게도 같은 푸시 메시지가 왔습니다. Joo Jun님의 신용 등급이 사라진다고요.

당시 대출을 풀로 땡겼었기 때문에(...) 아주 끔찍한 기분으로 푸시 알림을 눌러보니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2021년부터 시행되는 신용 점수제에 대한 일반 설명이었습니다. ... 파닥파닥...


무시무시한 푸시 알림을 눌러보니 제 신용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2021년부터 신용 등급제가 폐지되고 신용 점수제로 전환된다는 정보성 페이지로 랜딩 하더군요. 대단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누구나 언론에서 접하거나 금융 앱을 쓰다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그냥 그런 정보였죠. 딱히 저라는 사용자에게 맞춰 개인화된 신용 관리 정보를 제공하지도 않는 그냥 그런 일반 화면 말입니다.

한 마디로 낚인 거죠. 하.... 진짜...


저는 이 노티를 보고 처음엔 공포를, 그다음엔 놀라움을 느꼈고, 마지막엔 기가 막혔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금융 생활을 하는 성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신용 등급 관련해서 '너의 신용 등급이  없어진다. 들어와서 확인해 빨리'같은, 그야말로 글쓰기 윤리는 멍멍이 친구들에게 줘버린 UX 라이팅을 하다니요.  아무리 너그럽게 이해해 보려고 해도 이것은 CTR 낚시질이라는 이름 외에는 다른 걸 붙여줄 수 없었어요. 일부러 신용 등급 앞에서 주목도와 불안감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자 이름 변수(%s, %@)를 때려 넣어 '김진형님의 신용 등급이 곧 사라져요'를 만들어낸 간악함에 저는 혀를 내둘렀습니다.


아, 이런 낚시용 푸시에 사용자 이름 변수 넣는 건 좀...


이런 식으로 문구를 작성하는 게 이쪽 스타일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사용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려고 일부러 작성을 한 게 티가 너무 났던 거죠. 저는 좋고 나쁜 UX 라이팅 사례들을 차곡차곡 모아두는데 이 건은 하도 대물이라서 2년 동안 진득하게 간직해두고 있었습니다. 'UX 라이팅과 Clickbait'라는 카테고리 아래에 말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도 제 마음속에는 1등입니다. 천하제일 사용자 낚기 대회의 그랑프리.


UX 라이팅과 그로스의 대결: 앱 푸시 텍스트


이미 이 매거진의 시작에 왜 UX 라이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정확성인가에 대해 글 2개로 나눠서 쓴 바가 있습니다. 초창기 글이라서 좀 대충 쓴 감이 없잖아 있지만(물론 지금도 대충 쓰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괴발개발 상형문자로 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부디 정확하고 명확하게 쓰는 것만은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UX 라이팅 매거진의 서두에 '정확성'에 대해 아주 씨게 강조했었습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UX 라이터가 사용성에 집중해서 글을 쓴다고 할 때 정확성은 별로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앞쪽 텍스트에서 거짓 정보를 흩뿌리거나 모호하게 말하기를 시전하면, 뒤에 가서 플로우가 엉망이 되거나 사용자를 최종 목적지까지 끌고 갈 수 없으니까요. 정신이 멀쩡하게 박힌 UX 라이터는 웬만해서는 그런 짓은 잘 안 하죠. 자승자박, 자멸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UX 라이터는 기능 시작점부터 차곡차곡 정확한 정보로 경로를 안내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항상 서비스나 화면 진입 문구, 홍보 배너 등 즉 마케팅의 영역과 겹치거나 사용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결정적 부분, 즉 지표와 민감하게 연결된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어떻게든 자기 기능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거나 성과 압박을 받을 때 무리한 시도를 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앱 푸시 텍스트들이 자주 그 싸움의 장이 되곤 하죠.

UX 라이팅과 사용자 유입 유도 영역의 회색 지대에서 자꾸 문제가 발생할 때,

이제 우리는 정확성이라는 문제를 넘어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서두가 길었습니다.


신용 정보 변동 알림: 매달말 열리는 클릭 유도 대잔치


여러분은 앱 푸시 텍스트를 읽으며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광고)라는 단어를 서두에 붙인 푸시 텍스트를 볼 때마다 '착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사용자의 시간과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기로 한 모두와의 약속을 잘 지켰으니까요. '광고면 광고라고 하자'라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정을 진실하게 지킨 텍스트, 참 좋아요. (규칙이 있으면 좀 지키라고) 그리고 어느 정도 광고임을 감안해서 정보를 받아들이려고 하죠. 딜이 매력적이거나 문구가 끌리면 탭해서 서비스로 진입합니다.

이렇게 정상적인 서비스 문구가 분명 많긴 하지만,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면 별로 착하지 않은 앱 푸시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광고)를 뒤로 돌려서 광고인 걸 모른 채 먼저 읽게 하거나, 딱히 광고는 아닌데 광고 이상으로 낚시 실력을 뽐내려는 문구들을 하루에도 여러 개 보게 되는 거죠.


오늘은 다양한 푸시 텍스트 중에서도 매달 잊지 않고 날아드는 신용 정보 변동 푸시 문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대출을 좀 세게 받은 상태고(...ㅠㅠ) BM을 위해서 여러 회사의 신용 정보 서비스에 가입을 한지라, 꽤 여러 서비스로부터 매월 신용 정보 변동 메시지를 거의 일 년 넘게 받고 있습니다. 요즘은 좀 뜸한데 그동안 매달 때가 되면 각 서비스의 푸시 메시지의 향연을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이 말입니다.

그동안 모아둔 캡처를 풀어서 각 서비스 별로 어떻게 문구를 제공해 왔는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막 틀리지 않았지만 사용자를 생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A 서비스: 굳이 이 정보를 여기에...?


이런 종류의 푸시를 쓸 때에는 사용자들이 '신용 정보'와 '신용 점수'를 잘 구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먼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신용 정보와 신용 점수는 둘 다 어렵지 않은 용어지만, 일반 사용자 중 상당수가 둘 사이를 구분하지 못합니다. 특히 다양한 종류가 있는 신용 정보에 대해서는 평소에 잘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신용 점수와 헷갈려할 소지가 다분하죠. 비슷한 사례로는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 서비스에서 '보험료'와 '보험금'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용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들 수 있겠네요.


사실 대다수 사용자는 대출이나 다른 금융 활동에 영향을 주는 지표 '신용 점수(구 신용 등급)'에만 관심이 있는데, 그렇게 볼 때 위의 A 서비스와 이하 다른 서비스들 모두 신용 정보, 신용 점수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밝혀주기보다는, 뭔가가 '변동되었다'는 것에 초점을 둔 메시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내 신용의 뭔가가(뭔지 잘은 모르겠는데) 바뀌었어! 빨리 확인해 보라고 하네?!'라는 생각에 놀라서 '신용 정보 확인하기' 버튼을 누르고 서둘러 앱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렇게 소중한 1 click을 주고 마는 거죠.


그 외에 소소하게는 체크카드 발급이나 등록은 신용 정보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도 굳이 디스크립션에 틀린 정보를 쓴 것도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푸시를 터치해서 막상 앱에 들어가면 신용 점수는 전달 대비 그대로인 경우가 많답니다. 신용 점수와 신용 정보를 잘 구분하지 못했던 사용자는 낚였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겠죠. 서비스가 이렇게 내게 푸시까지 보내서 확인하라고 한 이유는 중요한 신용 점수가 변동되었기 때문일 거야...라고 막연하게 서비스를 믿었던 사람들이요.


 신용 점수 바뀐 줄 알고 수 차례 낚여 들어온 사람 누구? 정답: 그 옛날 신용 점수가 좋았던 나.



대출 상환 칭찬 같은 건 이제 안 받았으면 좋겠다.


B 서비스: 무례한 치하, 중요하지 않은 정보 강조


B 서비스는 여러 차례 문구가 바뀐 걸로 보아 이 푸시에 대해서 꽤나 신경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째 점점 별로인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신용 정보, 신용 점수 사이의 관계가 혼란스러운 사용자에게 '너 대출을 잘 갚았어? 안 갚았어? 그래, 너 대출 잘 갚았구나! 수고했다 얘'와 같이 사용자에게 해서는 안될 선 넘은 이야기까지 해가면서 서비스 유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신용 점수제에서는 대출 상환보다 대출 건수와 규모가 더 중요한 신용 평가 지표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대출 잘 갚았다고 우쮸쮸하는 것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그럴 거면 그냥 '대출 금액 변동'쪽으로 메시지 전체를 새로 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 딴 이야기인데, 이 망할 놈의 대출 상환 치하, 격려 문구는 언제 날 잡아서 후드려 팰 심각하게 이야기할 날이 있겠지만, 전 정말 이런 문구 좀 안 썼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대출처럼 예민한 금융 상품을 다룰 때에는 그것이 사용자 개개인에게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서 잘 성찰을 한 다음에 텍스트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여기서도 계속 확인하라고 하면서 서비스 진입을 촉구하는데, 뭔가가 변동되었다는 것 외에는 그저 모호한 메시지일 뿐입니다.

문자 값까지 들여서 보낼 만큼 중요한 것인가 보다

C 서비스: 문자로 보내서 더 스팸 같은 느낌. 무료 강조


C 서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문자로 보내는데 문자로 금융앱에서 뭔가가 변동되었다고 알림이 오면 엄청 중한 상황이거나 피싱이거나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죠. 왜 무료를 강조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들 무료인데.



D 서비스: 앱 진입하면 냅다 1 버튼 팝업으로 전면에 박아버리는 저 패기 보소.

F 서비스: 발생! 발생!

(이하 생략)


신용 정보 푸시의 속사정


이 미칠듯한 신용 정보 변동 푸시 랠리를 1년 넘게 지켜보면서 도대체 다들 왜 이렇게 여기에 집착하는가에 대해서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업계 분에게 한 번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들은 대답은 결국에는 MAU(Monthly Activity User) + 부가서비스 노출 때문일 거라는 거였어요. 일단 신용 정보 관련 페이지로 진입시키기만 하면, 근처에 대출 금리비교나 한도를 검색하게 하고, 카드 추천 같은 부가 서비스 노출을 할 수 있다는 거죠. 안 그래도 푸시를 터치했을 때 정확하게 신용 정보나 신용 점수  섹션 쪽으로 랜딩안시키고, 같은 페이지 하단에 있는 부가 서비스 쪽에 내려놓는 엉뚱한 플로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결국 그게 상품 판매 중개나 부가 서비스 연계를 높이기 위해서더라고요.

무엇보다 특히 금융 스타트업들은 MAU가 곧 투자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표를 높이기 위해서 무리하게 푸시 등으로 클릭낚시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찾아보니 실제로 이에 대한 기사가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각 서비스마다 어떤 목표가 있는지 제가 그 회사에 다니는 게 아니니까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꽤나 그럴듯하게 들렸습니다.

금융플랫폼 기업들이 과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던 신용관리서비스를 최근 경영지표 개선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략) 최근에는 신용관리서비스 출시 초창기와 달리 고객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알림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신용평가에서 주된 비중을 차지했던 성실한 대출 상환이 요즘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고 있지만 신용정보 변동 알림에서는 여전히 상환이력이 주를 차지하고 있다.

(중략)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용도 푸시 알림으로 통보하고 있다. 체크카드 신규발급·해지는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를 신용정보 변동내용으로 고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략) 은행권 관계자는 “고객에게 알림으로 '신용정보가 변동되었다'라고 알리면 고객은 신용점수가 떨어졌을 수 있다고 여겨 모바일앱에 접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객 불안을 이용해 MAU 장사를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출처: '금융플랫폼의 신용점수 ‘푸시 알림’은 MAU 올리기 위한 꼼수?'


정확성은 진실성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MAU 낚시를 했든, 아니면 진정 사용자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신용 점수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고 안 미쳤을 수도 있는 신용 정보 변동을 어떻게든 꼭! 알려주고 싶었든 간에 말입니다, 중요한 건 푸시 메시지를 알아먹게, 오해 없이 써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모호하고 오해의 소지가 많은 문구를 쓰면 서비스의 진의를 의심받게 되겠죠.


그럼 푸시 알림을 어떻게 쓰란 말란 말이냐? MAU 떨어져서 투자 못 받아서 회사 망하면 네가 책임질래?라고 물으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사실 사용자로서는 저는 이런 푸시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MAU가 중요한 서비스 또는 일부 이 푸시를 좋아하는 사용자 입장을 생각할 때 아예 없애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회사에 필요하면 써야죠. 아무렴요.

답은 언제나처럼, 잘 쓰면 됩니다. 진실성 있게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신용 정보 변동 푸시의 구성은 F 서비스의 것입니다.


구성이 좋습니다. 근데 푸시 문구 톤이 뭐 거의 명동 사채 시장 큰손 박여사 st.


비슷하게 C 서비스도 괜찮았어요.

이쪽도 나쁘지 않습니다. '보세요'로 강압적으로 말하는 게 싫긴 하지만. 싫어. 안 봐.


F와 C 서비스 모두 모두 사용자가 가장 관심 있어하는 신용 점수를 먼저 언급하고, 거기에 영향을 주는 기록에 변동이 있다고 하여 신용 점수와 신용 정보의 관계와 상태를 밝혔습니다. 사용자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잘 알고 포커스를 그쪽으로 두고 시작한 점이 좋았습니다. 이후 점수가 달라졌는지 확인하라는 제안을 통해 서비스 유입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푸시의 표시 조건이 100% 신용 점수 변동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둘 다 첫 문장이 약간 아쉽습니다. '신용 점수에 영향을 주는 정보, 신용 점수에 영향을  기록' 같은 표현은 자칫 '이 신용 정보는 반드시 신용 점수를 변경시킬 것이다'와 같은 잘못된 해석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근데 꼭 그렇지 않거든요.  보통은 신용 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신용 정보 변동이 훨씬 더 많습니다.(대출 상환, 일부 신용 조회 등)


두 번째 문장을 보건대 반드시 신용 점수가 달라졌을 때 이 문구를 띄우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추측건대 신용 점수는 민감 정보이기 때문에 푸시 메시지로는 알려줄 수 없고 인증 후에나 확인할 수 있으며, 오직 신용 정보가 변동되었는지 여부만 푸시 알림으로 전달 가능한 것 같네요.  만약 이런 제약사항이 있는 것이라면, 정확성을 잃지 않고 쓸 수 있는 방법을 조금 더 고민해 볼 수 있겠습니다. 아래는 대충 적어본 가안입니다.


낚시력은 덜할지 몰라도 진실되게 쓸 수 있습니다.


먼저 신용 점수와 연관된 신용 정보라는 것이 있고, 거기에 변경이 있었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후 신용 점수에까지 변경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와서 확인해 보는 게 어떤지를 권유했습니다.

잘 보면 어떤 문장에서도 오해의 소지나 거짓이 없습니다. B 서비스처럼 불필요하게 사용자의 내밀하고 사적인 금전 상황(대출 상환, 카드 발급...)을 치하하거나 경고하면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신용 정보의 변동 사실과 신용 점수의 변경 가능성, 그에 대한 확인 권유만 진실되게 담았습니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금융 UI 텍스트로서 위험하지도 무례하지도 않은 스타일입니다.


물론 낚시 확률이야 떨어지겠죠. A/B 테스트 안 돌려 봐도 뻔해요.

아래 같은 자극적인 문구를 만들어서 붙여보면 클릭률 같은 거로는 단박에 밀릴겁니다.

저 위의 '김진형님의 신용 등급이 곧 사라져요' 이런 거처럼 말입니다.

그런 막장을 어떻게 이겨요.

김진형님의 신용 정보에 변동이 발생했습니다! 안전한 금융 거래를 위해 지금 바로 확인해 주세요!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을 A/B 테스트에서 어떻게 이겨요?


하지만 이거 하나는 단언할 수 있어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정확하고 오해 없는 정직한 문구만 계속 보고, 가끔 푸시를 눌러 진입했을 때 예상한 그대로의 결과를 계속 확인해 온 사용자는, 진심으로 그 서비스를 신뢰할 것이란 걸요.  

정확성은 진실성과 이어져 있고, 진실성은 진정성을 느끼게 하거든요.


다들 아시다시피 금융 시장은 개복치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불안에 취약합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이라지만, 그 신뢰라는 게 쌓기는 무진장 어려운 데다가, 깨지기 쉽기로는 싸구려 와인잔처럼 약하기 그지없습니다.

돈과 관련된 금융 서비스에서 가볍게 나를 낚으려 들면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급속도로 붕괴되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하지 않는 겁니다. 할 수 있어도 다들 그렇게 안 해 왔던 것에는 다 이유가 있죠. 전통적인 1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복잡하고 플로우가 길어도 꾸역꾸역 사용자 동의를 다 받고, 조금 어렵게 쓰더라도 거짓말은 안 하고 거지 같은 약관 다 보여주면서 하나하나 설득했던 노력들이 집약되어서 작고 소중한 신뢰라는 게 간신히 생기는 겁니다. 어렵고 답답하지만 우직한 방식으로 내 돈을 안전하게 관리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는 거죠.(설령 그게 금감원 철퇴 때문에 그랬다고 하더라도)

금융을 쉽게 한다는 핑계로 자꾸 이용 동의 은근슬쩍 빼먹고 선택 항목을 필수항목으로 넣어버리고, 틈만나면 MAU 늘린다고 낚는 푸시 올리는데 어떻게 사용자가 서비스를 믿고 돈을 맡기겠습니까? 

말이 좋아 마케팅이고 쉬운 금융이지 불안해서 어디 서비스 이용하겠냐는 거죠. 

지금 사용자들은 하도 낚시 바늘에 찔려가지고 볼이 헐어서 다 오라메디 발라야 한다니까요.


결국엔 이런 금융 불안의 시대에 서비스가 살아남을 길은 높은 수준의 신뢰 구축뿐입니다.

작은 문구 하나라도 정확하고 진실되게, 항상 모든 문장과 플로우에서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기에는 서비스 플로우는 고객의 예측 그대로 담백하고 간결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서비스가 뱉은 모든 언어는 극도로 정직해야 합니다. 나와 내 정보, 내 돈을 오용하거나 유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은 고민 고민해서 적은 짧은 푸시 문구 한 줄에서부터 시작되니까요.


낚여도 웃으면서 넘어가주던 여유와 관용의 시즌은 끝났습니다.

이제 다들 불안에 떨며 날카로워지는 불신의 시즌입니다.

단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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