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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May 03. 2024

알리와 테무의 거친 언어와

[이커머스 1] 불안한 현지화와 그걸 지켜보는 나

저 사실 이커머스 잘 몰라요. 그쪽은 좀 무섭더라고요.


알리와 테무가 한국, 아니 전 세계 이커머스 판을 잡아먹을 것 같다는 무시무시한 언론 보도가 이어진지 꽤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자본주의 경쟁의 매서운 논리로 강한 놈이 살아남는 걸 지켜보면서 '아, 나는 소비자로서 이익이나 얻겠어'라는 태도로 팔짱을 끼고 있고, 또 누군가는 뜬금없이 국수주의적인 태도로 한국산(?) 이커머스 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누가 한국 기업이고 누가 중국, 미국 기업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IT 직군에 있는 노동자로, 또 합리적인 한 명의 소비자로 이 상황을 꽤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는 UX 라이터로 일하며 그동안 휴대폰, 금융, 글로벌 메신저처럼 플랫폼 성격의 서비스들을 담당해왔습니다. 다뤄본 도메인이 넓은 편이지만 사실 이커머스 도메인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아유, 거긴 좀 무섭더라고요. 자본과 가격 정책, 규모가 모든 제반 조건을 압도하는 이커머스라는 영역은 저 같은 사용성 중심의 UX 라이터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그렇게 뻣뻣하게 굴면 돈 한 푼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거다, 네 그 안일한 태도 때문에 지표가 쭉쭉 안 나오는 거다'같은 말을 들으면 사용성과 제품 윤리, 훌륭한 사용자 경험은 쭈뼛쭈뼛 구석으로 밀려나기 일쑤잖아요. 이 살벌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한 집단인 기업에서 고용된 자는 말입니다, 누가 지표 타령을 하기만하면 그 앞에서 쭈굴쭈굴 작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글쓰기 윤리와 브랜딩이 당장 지표 올리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될지 몰라도, 나중에 우리 서비스 밥줄 끊길 일은 안 만들게 한다고요...!‘라는 말을 꾹 참았던 적도 몇 번이나 있었지요.


A/B 테스트 좋은데 말이죠


생각해 보면 뭐랄까, 저는 늘 A/B 테스트 결과가 텍스트 선정의 제1 기준이 되는 그런 정글 같은 상황을 마주하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이커머스쪽에서는 텍스트를 선택할 때 자주 A/B 테스트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쨌든 사용자의 선택이 모든 걸 결정하는 판이니까 그럴 수 있죠.

그런데 저는 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A/B 테스트로는 결코 좋은 UI 텍스트를 판별해 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거든요. '더 많은 상품 둘러보기' 같은 온전하고 단정한 버튼 레이블보단 '지금 당장 클릭 안 하면 나만 100만 원 손해봐요!'같은 얼토당토않은 낚시 바늘 같은 버튼이 전환율, 클릭률이 더 잘 나와서 결국엔 선택되는 게 A/B 테스트 결과만 보는 UX 라이팅이라는 겁니다.


누차 말하지만 정량적 지표만으로 텍스트 적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해선 곤란합니다. 기본적으로 UI 텍스트 리서치 결과 해석을 할 때에는 What(데이터)과 Why(그 이유)를,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상쇄할 수도 있는 제품 맥락에 대해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그 옵션을 선택한 이유, 각 텍스트의 퀄리티에 대한 분석과 판단이 선행되어야 하고, 거기에 더해 서비스를 관통하는 콘텐츠 전략과 브랜드 이미지, 제품 철학이 함께 고민되어야 합니다. 덜렁 수치만 보고 판정하면 A/B 테스트의 승자는 언제나 마라맛 불닭불량 텍스트가 될 수밖에 없어요. 저는 우리 모두가 서비스의 장기적인 장 건강, 아니 브랜드 건강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서비스 하루 이틀하다가 치고 빠질거 아니잖아요. 우리가 무슨 떳다방도 아니고.


더 솔직하게 말하면 2010년대 후반 페이스북의 A/B 테스트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던 저로서는, 미숙한 UX 디자이너가 뿌려놓은 정리되지 않은 UI의 A/B 테스트 대상이 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했어요.

자고 일어나면 UI가 바뀌어 있고, 불편하고 짜증 나서 안 쓰고 있다가 보면 또 얼마 안 있다가 다시 원복이 되어있으니 '지금 이 디자이너가 생각이라는 걸 하고 테스트를 돌리고 있는 건가. 도대체 사용자를 뭘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싶더라고요.


사용자는 서비스의 모르모트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다들 A/B 테스트를 휙휙 라이브 버전에서 돌리는 건 신중해 줬으면 좋겠고, 내부적으로 UT를 하든, 사내 독푸딩(dogfooding)을 하든, 콘텐츠 전략팀과 리서치팀이 함께 텍스트 리서치를 먼저 하든, 실 사용자 대상 A/B 테스트는 먼저 고르고 골라서 아주 신중하게 실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야!!!!!! A/B 테스트 적당히 하라고! 나 너네 고객이야!!!!!        


알리와 테무가 자본으로 밀어붙일 때 UXer는 뭘 할 수 있는가


다시 이커머스 이야기로 돌아옵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커머스에서 자본과 가격 정책, 물량으로 압도적으로 밀어붙일 때 다른 제반 요건들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가격 앞에 장사 없고, 빠른 배송과 할인은 무시하기엔 너무나 매력적이죠. 알리가 1조 5천억을 때려 넣어서 물류센터를 구축하든, 쿠팡이 3조를 부어서 전국을 로켓배송권으로 만들든 소비자는 '화.. 화이팅! 이기는 편, 우리 편!'을 읊조릴 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관심 있는 건 자본과 물량, 가격 대결에서 막상막하가 되었을 때, 경쟁자들 사이에서 메이저 요소가 팽팽하게 맞붙어 어느 정도 평형을 이뤘을 때, 그때는 어떤 다른 요소가 이 승부를 가르는데 영향을 줄 것이냐?는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사용자의 불안감을 낮추고 신뢰감을 강화시키는, 그 모든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승리를 결정하는 한끗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륙에서 쓰레기가 날아올 확률, 내 개인정보가 유출될 확률... 그걸 감수할 만큼 싸단 말이야. 아 근데 되게 불안하네.


낮은 서비스 신뢰도와 불안감은 알리와 테무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중국 온라인 쇼핑플랫폼 이용 현황과 인식' 설문을 보면 이 지점이 잘 드러나죠. 특히 과대광고,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 이런 요소들은 모두 서비스 운영, 콘텐츠 디자인, UX/UI 디자인과 깊은 관련을 갖습니다. 


알리와 테무 사용 후기에서 심심치 않게 '사기 사이트인가 의심스러웠지만...'이라는 말을 보게 되는 것은, 사실 어색한 콘텐츠와 UX, 그중에서도 이상한 UI 텍스트와 뭣 같은 현지화(번역)의 탓이 큽니다.

비유컨대, 어디서 안내 전화가 왔는데 상담원이 자꾸 외국인 말투로 계속 말을 더듬는다, 뭔가 좀 걸쩍지근하게 횡설수설 한국말 아닌 것처럼 이상하게 말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사실은 이 전화가 진짜 유익하고 선량하며 공식적인 안내 전화라고 해도 절대 믿지 않으려고 하는 게 한국어 네이티브들이라니까요. 단일 언어권 사용자라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알리 씨, 1000억 페스타 할 돈에서 현지화 예산 조금만 떼줘요


2010년대 후반에 알리를 써보다가 식겁하고 앱을 지웠습니다. 아무리 물건이 싸도 UX 라이터로서 이런 텍스트, 이런 현지화를 받아들이기가 어렵더라고요.

'나의 주문' 아니, '나의 오더'까지만 했어도 내가 이렇게 화내진 않았어.


당시 알리 익스프레스의 한국인 이용자 수는 지금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었고, 위 이미지를 보면 현지화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일본어 -> 한국어 기계 번역한 버전을 현지화 담당자 확인 없이 그냥 올렸을 수도 있고요. 영어 Order가 아니라 일본어 オーダー를 번역해야 이 정도 역작(...) 나올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아니면 당시의 구글 번역기의 영-한 번역 성능이 후졌을 수도 있죠.


기계 번역을 검토 없이 뿌렸을 거라고 추측되는 다른 지점은 VIEW ALL 버튼이 영어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지화에 신경을 안 쓴거죠. 사실 글로벌 서비스에서 괜찮은 수준의 텍스트를 제공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습니다. 내수 대상 서비스처럼 피그마에 1개 언어만 바로 입혀서 릴리스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국어용 키를 사용해서 OS나 사용자 설정 값에 따라 언어 설정이 바뀌도록 설계해서 개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화면상 다국어 표시가 꼬이거나, 같은 화면에서도 번역이 누락되는 등의 일이 아주 흔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앱이 복잡하고 깊을수록 언어별로 이걸 관리하는게 정말 쉬운일이 아니게 되죠. 자세한 내용은 제 책 ‘그렇게 쓰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 5장의 '세계화와 현지화: 글로벌 사용자를 위한 글쓰기' 챕터를 참고해 주세요.


다행히도 지금 알리의 텍스트 현지화는 전보다 훨씬 나아졌습니다. 마케팅 비용으로 1000억에 마동석/탕웨이에 유튜버, 인플루언서 광고까지 들이부어서 사람들을 잔뜩 불러모았는데, 앱이 계속 그 모양이면 안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아직 번역되지 않은 텍스트가 섞여서 노출되거나 어색한 한국어가 표시되는 게 뎁스가 두 단계만 들어가도 꽤 많이 보이네요. 이건 1000억 페스타 하는 돈에서 2억만 빼서 쓰면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입니다. 알리 내부에서 인하우스 한국어 현지화 인력을 보강하면 좋겠네요. 금방 퀄리티가 좋아질 텐데 말이죠.


사실 2, 3 뎁스만 들어가면 이상한 번역이 나오거나 영어가 노출되는 건 구글이나 메타 등 글로벌 서비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일이긴 합니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오래된 장급 여관 리모델링 한다고 건물 전면에만 새 벽돌을 붙였는데 옆에서 보면 노후된 건물은 그대로인 것 같은 거죠.

가장 많은 노출이 되는 메인 페이지와 1 뎁스 정도만 이해할만하게 번역해 놓고, 뎁스가 깊은 저 안쪽 화면에는 영어나 중국어 텍스트 그대로 두는 그런 거 말이죠. 저는 이런 걸 ‘등신대 현지화’라고 부릅니다. 


로컬 특화 텍스트와 글로벌 공통 텍스트를 조화롭게 관리하는 게 이토록 쉽지는 않지만, 인하우스 현지화 인력이 몇 명 있으면 이 정도 규모의 커머스 서비스는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이커머스는 금융처럼 UI 텍스트 분량이 많은 도메인이 아니니까요. 글로벌 서비스들은 다들 돈 많으시니 한국어 현지화 좀 신경 좀 써주시면 좋겠네요. 적당한 예산으로 꽤 쏠쏠한 효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242 사람을 장바구니에 추가하지 말라고! (사람을 왜 장바구니에 넣어!) 번역 안 된 텍스트도 문제지만 엉뚱하게 직역되거나한국어 어순을 고려하지 않은 번역도 문제입니다.

테무, 너는 지금 현지화가 문제가 아니야


테무는 알리랑은 또 다릅니다.

테무는 뭐랄까 'UX 윤리고 나발이고 집어치워! 우리는 오로지 돈만 번다!'는 느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넛지, 그로스 마케팅, 게미피케이션, 다크 패턴, 다크 라이팅, 다크 UX... 암튼 인간의 욕망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시도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UX의 정수를 모아 만든 앱 같아요.


테무 앱을 처음 깔고 로그인한 다음부터 이 미친 앱은 사용자를 엄청나게 몰아칩니다. 저는 '아니, 잠깐만 이렇게 막나간다고...???'라는 느낌을 받았는데, UX가 이성적이지 않아서 암튼 어느샌가 홀린 듯이 주문했더라고요.(사실 첫 할인 금액이 엄청나기 때문이었죠)

덕분에 한 번의 쇼핑으로 꽤 많은 중국산 쓰레기가 저희 집에 도착했습니다. 죄책감이 엄청 들더군요. 환경오염에 일조해 버렸지 뭡니까. 지금까지 세 번 테무에서 주문해 봤는데 반은 쓰레기, 반은 쓸만한 것이 도착했습니다. 타율이 너무 안 좋아서(산 물건의 반절을 버려야 하다니!) 다시 사용할 마음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앱을 쓸 때 불쾌감이 너무 심했습니다. 정보 설계가 너무 복잡하고 텍스트가 다글다글해서 눈알이 빠질 것 같은 데다가, 어디 으슥한 성인 PC방(이라고 부르고 도박 기계 있는 그런 곳)에 들어온 것 같은 괴랄한 경험을 하게 되는 그런게 참 별로였어요. 합리적인 이성을 갖고 신중하게 고민해서 선택하는 쇼핑의 본질을 완전히 무너트리고자 하는 의도가 너무 선명했습니다.


단 한 번의 사용자 탭핑 없이 거의 1분 넘게 계속되는 플래시 풍 애니메이션이 이어집니다. 퀄리티가 너무 구림


게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무슨 플래시로 만든 바다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지 혼자 룰렛도 돌리고, 당첨도 시키고, 쿠폰도 주고(아니 필요 없다고!), 갑자기 카운트다운도 해서 사람을 재촉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싸구려 중국형 양산형 게임의 계보를 잇는 그 느낌 뭔지 아시나요? 그대로 사람의 무분별하고 반이성적인 욕망을 자극하는 문구가 사방에서 난무하는 (이거 안 하면 손해를 본다,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거다, 당신만이 당첨되었다(거짓말!), 지금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곧 품절이다, 이 기회를 놓치면 너는 후회할거다... 등등) 도저히 이 서비스는 내가 쇼핑다운 쇼핑을 할 수 있게 하는 곳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엄청난 가격 경쟁력과 할인으로 밀어붙여서 언젠가 테무가 이커머스 판에서 승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천박하고 불쾌한 사용 경험 때문에 저는 알리는 다시 쓸 생각이 있지만 테무는 또 쓸 생각이 없습니다. 

자세한 테무 UX 리뷰는 아래 디자인 나침반의 리뷰를 참고해 주세요. 이 유튜버분 어떻게 꾹 참고 리뷰하셨지 ㅠㅠ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디에디트 에디터님의 테무 쇼핑 리뷰도 보십시오. 너무 내 이야기라서 보면서 막 웃었네요.


아무튼 결론적으로 테무는 현지화가 구린건 문제도 아닙니다. 

그냥 이 서비스 자체가 문제입니다. 더 말하고 싶지 않군요. 여기까지만 하죠.


충격과 공포의 테무
우리 디에디트 선생님의 격분의 테무 리뷰 ㅋㅋㅋㅋ 제 경험과 정말 동일한 이 리뷰를 보이소


선택받기 위해선 믿음을 줘야 한다


외국에 본진을 둔 이들 업체의 무서운 맹공에서 한국 사용자의 선택을 받아 살아남기 위해서, 한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앞서 말했듯 저는 이커머스에 대해 잘 모르니까 그냥 UX 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진 한 명의 소비자로서만 말해보면, 역시 중요한 건 훌륭한 UX와 잘된 현지화가 만들어 내는 신뢰감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국내 이커머스 업체 입장에선 경쟁자가 추격해올수록 더 자극적이고, 더 강렬한 뭔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겁니다. 그건 어쩔 수 없겠죠. 저쪽이 저렇게 막나가(?)는데 나만 페어플레이 해야 하나... 현타가 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 신속한 배송, 고객 서비스로 그쪽과 진검 승부를 벌일 때, 편안한 사용자 경험을 보장해주고, 사용자의 불안을 상쇄시켜주는 좋은 UX 라이팅, 든든한 신뢰감을 주는 현지화 콘텐츠 전략은 이커머스 여러분의 매직 포션, 회복 물약이 되어 줄겁니다. 그건 평생 한국에서 물건 사고팔아 보고, 한국 사람들을 감정과 심리를 아는 쪽에서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불안감을 안고 내가 매일 먹고 입고 쓰는 것을 살 수 없고, 큰 맘 먹고 지르는 비싼 물건은 더더욱 그렇게 사고 싶지 않습니다. 가정에 아이나 노약자, 반려 동물처럼 보호해야 할 대상이 있는 고객은 더더욱 함부로 믿지 못할 대상에게 물건을 사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어린이날 선물 살 때 ‘주의’...알리·테무 장난감 ‘발암물질’ 범벅)

믿고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쪽과 안정적으로 거래하고 싶은 소비자의 당연한 마음을 만족시킨다면, 저는 한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외부로부터의 이런 맹공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역으로 알리 쪽은 이 부분을 더 신경 써야 침투력을 높일 수 있겠죠. 한국인 현지 인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일겁니다.


A. 작은 글씨가 다글다글한 복잡한 결제 화면
B. 크고 시원하며 가독성이 좋은 결제 화면

A. 팔기만 하면 장땡이니까 과장을 마구 섞어서 고객의 혼을 쏙 빼놓는 제품 설명과 마케팅
B.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고객 퍼소나를 상정하고 이성적인 쇼핑을 도우려는 제품 설명과 마케팅

A. 사용자의 불안감을 자극해서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비윤리적 UX 라이팅
B. 제품의 특장점을 매력적으로 소개하는 윤리적이면서 자신감 있는 UX 라이팅

A. 곳곳에 영어나 중국어가 남아 있고, 괴랄한 기계 번역 한국어가 난무하는 현지화
B.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작성되어 있어 이상하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는 매끄러운 현지화


돈을 지불하는 결제 화면은 중요하면서도 자주 보는 화면이므로 화면 정보 구성에 신경 써야 합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깔끔한 디자인은 사실 따로 있죠.



노릇노릇 구워지는 와중에 쓴 이 글


이 글을 시작할 때 국수주의적인 태도로 한국산(?) 이커머스 업체를 보호하는 것에 시큰둥한 척했지만, 내심 마음이 기우는 건 어쩔 수 없네요. 네이버 쇼핑, 쿠팡, 컬리, 이마트뿐만 아니라 팔도감, 핵이득 마켓처럼 중소 쇼핑몰까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다 아는 사람들이 다니는 회사고 또 한국 사회에 큰 기여를 하는 기업들이니까요. 제 일주일 식량의 상당 부분을 조달해 주는 고마운 회사들이니, 역시 다들 힘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또 길어졌는데, 잘 아는 도메인도 아닌 이커머스에 대해서 나는 무슨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 생각했을 때 아래와 같은 토픽이 떠오르더라고요.  

*나는 왜 이토록 마켓컬리를 좋아하는가. 그런데 왜 또 한살림에 가입했는가
*네이버 쇼핑과 페이, 그리고 멤버십: 깔끔한 개미굴은 결국 로마로 통한다니까요
*팔도감 알림의 보이스: 타깃 유저 따라 하기의 즐거움과 한계


앞으로 시간이 나면 이것들에 대해 조금씩 써보겠습니다만, 제가 요즘 번아웃까지는 아니고 토스트 아웃(Toast out)이 되어서 말이죠. 또 언제 쓸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냥 계획이나 말해 보는겁니다. 히히.


그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여러분 노릇노릇 토스트 아웃 조심하세요. 출처: 유라라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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