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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Jun Sep 10. 2016

[동아시아면류학說] 가구라자카 蕎楽亭의 히야무기와 소바

이 얇고 찐득하며 구수한 것은 무엇인가.

이번 여행에는 몇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혼자 있는 것이고

하나는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고

하나는 입고 싶은 원피스를 입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눈치 보거나 남을 걱정하지 않고  혼자서, 먹고 싶은 걸, 원하는 옷을 입고 먹기 힘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을 잘 신경쓰지 않는 이곳, 도쿄에 왔습니다.


첫 날 숙소를 와세다대 근처 가구라자카에 잡았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나온터라 졸려서 일찍 들어왔다가 다시 나갑니다. 점심 때 먹고 싶었던 소바집에 8분 늦어서 런치 타임에 못들어 갔거든요.


가구라자카 뒷 골목의 내공있는 소바집

蕎楽亭(쿄라쿠테이)입니다.

5시 디너타임 10분 전에 갔는데도 이미 웨이팅이 있더군요.

 카운터 석으로 안내 받았습니다.

아...해독해야한다. 이것은 해독해야... 그래도 히라가나로 써준게 어디냐.

저는 무기메오도를 시켰습니다.
 저녁엔 가벼운 오쯔마미 안주들을 파는데 손님들이 여러가지를 시켜서 드시는 듯했어요. 점원이 "음료는?"이라고 해서 저도 모르게 "우롱차"라고 해버렸습니다.

젠장. 안먹어도 되는데. 고독한 미식가의 폐해.

나마비루 쇼오를 시켰으면 좋았겠지만 무릎 염증이 도지는 것 같기도 해서 참습니다.

빠르게 세팅을 해줍니다.

안먹어도 되었는데...안시키면 안될 것 같아서 고로처럼 시켰다.

면이 2가지 나와서 쯔유가 2개입니다.

면 설명은 잠시후에.

흰색에 진한 쯔유, 갈색엔 연한 쯔유
와사비에 무엇을 섞었나. 향긋하오이다.
쯔유우우

텐푸라 단품으로 에비를 한 마리 시켰습니다만...약간 후회했어요. 왜냐고요?


작고 비싸다. 이거 하나에 대략  5천원...

너무 작아서 슬펐어요.


면이 나옵니다.

제가 시킨 것은 히야무기 반절과 니하치 소바 반절 세트입니다.

왼쪽이 수타 히야무기 오른쪽이 80프로 소바

수타로 만든 히야무기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벼르고 갔거든요.

그렇게 오늘 저녁의 테이블이 완성되었습니다.

새우 너 너무 작아..너무너무 작아. 너무..

면의 맛을 설명드리자면

수타 히야무기는 얇고 투명합니다. 찐뜩찐뜩 약간 엉켜 있는데 갈색의 연한 쯔유에 살짝 담그면 풀어지면서 쫀득하고 맛있어져요. 안먹어본 맛이라서 약간 놀랐습니다. 소면인데 소면 같지 않은 너.

투명한 너의 모습이.. 어쩐지.., 원미연 보고 싶네.


소바도 얇은 소바입니다. 메밀 함량이 높은데  거칠거칠하면서도 가벼운 맛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소바는 서초동 미나미의 소바인데 그것보다 메밀 함유량이 높으면서도 날아갈듯 맑은 느낌입니다. 진한 메밀향이 나는데 가벼워요.  

진한 쯔유에 찍어먹으면 잠깐 무거워졌다가 이내 입속에서 사라집니다.

가볍게 얇게 그런데 짙게

소바유를 부어서 남은 쯔유를 마셨는데
아...소바유가 엄청 진하고 찐득합니다.
 무슨 곰국 같았어요...소바를 고은...으응? 
아무튼 '이게 소바유구나... 이렇게 주면 텀블러에 넣어다니고 싶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마시면 뼈가 붙을 것 같은 비주얼


그렇게 완식을 하였습니다.
 일본에서도 저는 남기지 않습니다.

음식 담기 전 아님...안 핥았음.

싸진 않습니다.
우롱차, 새끼손가락만한 에비 텐푸라 하나, 그리고 소바까지 해서 2290엔이 나왔는 걸요. 양도 적어요. 히잉.


그래도 무척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못할 거리.

다시 맛보지 못할 가게.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찐득한 히야무기의 촉감.

메밀향 날개를 달고 날아가버리는 가벼운 소바의 맛.


오롯이 바에 앉아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좋아하는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유리창으로 수타 소바를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좋은 집이다. 자갓과 타베로그에서 좋은 가게로 선정되어 스티커를 받았는데 앞에 안붙이고 스탭 룸에 붙여놨음. 부심 쩐다.

디저트는 겁내 오래된 일본식 디저트가게 키노젠에서 모두가 사먹는다는 그것
맛차 바바로아.

우오오오. 안달콤한 녹차 푸딩.

내일은 또 내일의 면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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