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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Sep 27. 2022

살림력을 아시나요?

병원에서 순서를 기다리면서 잡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쌈박한 문장을 발견했다. ‘살림력을 키우자!’ 어라, 살림력이라구? 참 재미있는 말이군! 마침 자취생활을 시작한 딸에게 살림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던 참이었다. 그 잡지에서 소개한 살림력에 관한 책을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러 바로 빌려 왔다. 책의 제목은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 이다. 첫 구절부터 마음에 들었다. ‘문해력, 수리력, 암기력, 추리력... 다 좋은데요. 삶의 기본은? 나와 우리를 살리고 돌보는 힘, 살림력!’     


살림의 어원은 ‘살린다’라고 한다. 즉 살림살이는 살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살림을 사는 것은 위의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와 우리를 살리고 돌보는 일이다. 살림살이에는 설거지, 청소, 빨래와 같은 자잘한 일상생활이 포함된다. 흔히 무슨 일을 하다 안 되면 살림이나 살까보다하고 한숨 지으며 말한다. 살림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누구나 살림을 살고 있다. 즉 누구나 밥을 짓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면서 살고 있다. 아무나 하기에 살림이 만만해보이지만 결코 만만하거나 하찮은 일이 아니다. 왜냐고?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정성스럽게 돌보고 대접하는 힘살림력

어느 글에선가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사람은 80%가 성공한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난다. 하루를 이부자리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나의 공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까짓 이부자리 정리 좀 안 하는 게 어떠냐? 또 저녁에 자러 갈 건데. 해본들 무슨 소용이냐?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공간을 깨끗하고 반듯하게 정리하면서 절도 있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과 일어나서 이불을 아무렇게나 팽개치고 허둥지둥 옷을 주워입고 나가면서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나의 일상을 반듯하게 유지하면서, 나의 물건과 공간에 대한 예의를 다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도 점점 변하게 된다. 더욱 진지하게 작은 것도 소중하게 대하게 된다. 나의 일상이 소중해진다. 나의 소소한 일상이 소중해지면 나의 삶도 소중해지기 마련이다. 위의 책에서 금정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일상이 망가져서 자질구레한 일들을 방치하는 게 아니다. 자질구레한 일들을 방치해서 일상이 망가지는 것이다.’      


외출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집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싱크대가 깨끗하면 덩달아 나의 기분도 상쾌해진다. 반복되는 일상이라고 조금만 무시했다간 바로 우울증과 무력감 같은 복수의 시그널을 맞이하게 된다. 나의 일상은 그만큼 힘이 세다. 나의 마음과 몸 그리고 건강에 끼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살림력의 저자들은 하나같이 어릴 때는 부모님이 다 해주셔서 몰랐다가 막상 혼자 살게 되면서 자신을 돌보는 살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살림에는 설거지, 청소, 빨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록하고 정리하고 분류하는 일도 포함된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입주용품을 큰 쇼핑백에 한가득 받았다. 그 안에는 아파트 안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전자제품의 설명서와 여분의 부품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 마침 집에 두꺼운 파일이 있어서 차곡차곡 정리를 했다. 그 외에도 각종 계약서와 영수증들도 모두 정리를 했다. 파일이 빈자리 없이 빼곡하게 채워졌다. 이렇게 각종 계약서와 영수증을 정리하는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살림을 살기 위해서는 이렇게 정리하고 분류하는 것도 필요하다. 살림은 나의 삶에 주인이 되는 것이다. 나의 일상을 내가 컨트롤하는 것이다. 나의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고 내가 사용하는 제품들의 사용법을 첵크하면서 모든 것들을 나의 바운더리 안에서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살림나와 우리를 살리는 길

어렸을 때 아버지는 정리의 달인이셨다. 매일 배달되는 신문을 직접 만든 신문대에 반듯하게 꽂아서 읽으시고 보관하셨다. 책상 서랍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각종 영수증과 문서는 각각의 파일에 차곡차곡 모아 놓으셨다. 아버지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나는 항상 털팔이였다. 신발도 아무렇게나 툭툭 벗어던졌고 청소는 잼병이었다. 그랬던 내가 요즘에는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젊었을 때는 아버지의 그런 꼼꼼함과 철두철미함이 숨이 막힐 지경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버지는 살림을 사셨던 것이다. 자신의 일상과 주변을 소중하게 정갈하게 대하셨던 것이다.     

 

이렇게 나와 우리를 살리는 살림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누구나 하는 것이기에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해력과 수리력은 기르기 위해 학원까지 다니면서 열심히 노력하지만 정작 삶에 가장 필요한 살림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별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요즘에는 정리를 전문으로 하는 컨설팅 업체도 생긴다. 무엇이든 필요성을 느끼고 배우면 고수나 달인은 못 되어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할 수 있다.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살림력! 청소, 빨래, 설거지, 분류와 정리, 잘 하려고 들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나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함부로 대하고 무시하지는 말자! 그랬다간 바로 일상이 흐트려지면서 나의 몸과 마음까지 어수선해진다. 슬슬 무기력해지기 시작하고 꼼짝도 하기 싫은 게으름병이 도지다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스멀스멀 올라온다. 집청소와 설거지로도 각각 100칼로리를 소비할 수 있다고 한다. 살림도 하면서 다이어트까지! 일석이조의 생활 비법이다.


<나로 살 결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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