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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둥맘 Dec 06. 2022

첫눈 오는 날

어스름한 새벽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서는데 눈송이가 몇 가닥 흩날렸다. 작은 가닥이라 그런지 땅에 내리자마자 바로 녹아버렸다. 그래도 올해 첫눈을 맞으면서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길을 산책하는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았다. 헐레벌떡 준비를 하고 아직 채 밝아지지도 않은 길을 운전하면서 듣는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는 온통 눈소식이었다. 청취자들은 올해 처음 내리는 눈에 다들 설레는 분위기였다. 학교에 도착하고 창문을 내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눈이 거의 함박눈 수준으로 내리는 것이었다. 먼저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다니는 막내가 생각났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가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기어이 자전거를 타고 간단다. 


학교를 등교하는 아이들도 걱정이 되었다. 학교 앞 불법주정차가 심한 지역이라 서둘러 우산을 빌려 쓰고 아침맞이를 나섰다. 배움터지킴이 선생님은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등교 지도를 하고 계셨다.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건널목을 지키는 시니어클럽 봉사 할머니는 그래도 완전무장을 하시고 우의까지 입고 계셨다. 얼른 인사를 하고 후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산을 쓰고 오는 아이, 우산 없이 모자를 꾹 눌러쓰고 오는 아이. 모두들 엄동설한에 아침 일찍 서둘러 허겁지겁 학교에 오느라 마스크 위로도 힘든 표정이 역력히 보였다. 


롱패딩에 모자를 쓰고 가방을 둘러매고 신발주머니를 들고 다른 손에는 우산까지 든 학생 한 명이 뒤뚱뒤뚱 걸어오다 쭉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괜찮아?" 얼른 일으켜세워주면서 물었더니 창피한지 괜찮다며 서둘러 갈길을 가버린다. 이게 웬일이지? 또 다른 학생이 꼭같은 지점에서 또 미끄러지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길이 약간의 단차가 있어서 15도 정도의 경사가 져있었다. 거기다 눈이 오니 아이들이 바로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예 그 지점에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외쳤다. "여기 길이 미끄러워요. 조심 하세요!" 그렇게 외쳐도 한 열명 정도의 아이들이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그 난리통에 검은 색 커다란 경유차가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정차하는 것이 보였다. 어김없이 학부모의 차였다. 비상깜박이를 켜고 내려서는 핑크빛 패딩을 입은 작은 여자아이 한 명을 내려놓는다. 폭우가 쏟아져 내릴 때는 더하다. 등교하는 아이들에 불법주정차하는 학부모들의 차량이 엉켜 난리통이 된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비가 쏟아질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전체 문자를 돌렸다. 비올 때 차량으로 등교하면 너무 위험합니다. 가정통신문도 보내고 학부모회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등교길에 자가용으로 태워주지 않도록. 어떤 때는 교장인 내가 직접 학부모에게 말하기도 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주정차는 불법입니다. 자녀분과 다른 학생들이 너무 위험합니다!"


자가용으로 등교를 시키는 학부모들이 처음보다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지키지 않는 학부모가 더러 있다.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는 더하다. 눈을 맞으면서 혹은 비 속을 뚫고 학교에 가야하는 자식에 대한 걱정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자녀가 성숙한 시민으로써 법규를 지키면서 또한 그 법에서 보호받는 안전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부모부터 먼저 모범을 보여야하지 않을까? 나는 조금 불편하지만 더 많은 우리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길! 규칙과 법규를 지키는 것! 아이들은 부모의 등 뒤를 보고 자란다고 한다. 등 뒤에서 부모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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