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교를 다닐 때는 대학생들이 데모를 엄청 하던 때였다. 대학교 3학년 때는 거의 매일 데모를 하고 학교에 전투경찰이 들어오고 최루탄을 마시면서 도망을 다녔다. 그래서 대학교 때 배운 게 별로 없다. 다 사회에 나와서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고 독학한 것이다.
이렇게 대학생들이 사회정의를 위해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데모를 할 때 아빠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절대로 데모 같은 거 하면 안 된다."
나는 또 나름 모범생이었고 엄친아였기에 아빠의 말에 순종하였다. 그래서 내 앞길만 열심히 닦았다. 뉴스에는 귀를 막고 정치에는 코를 막았다. 오로지 나의 입신양명에만 신경 썼다. 그것만으로도 나의 삶은 너무 힘들고 벅찼다. 그렇게 정치에는 1도 관심 없이 오십 평생을 살았다. 그저 나의 일과 가정에 충실하면서.
그러다 전교조 관계자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전교조 골수분자 선생님이 말했다.
"그런 사람들은 의식이 없어요. 생각이 없죠. 그런 사람들 머리에서는 나올 게 없어요."
혁신교육을 선도한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전교조 선생님들이었고 전교조가 아닌 선생님들은 의식이 없는 즉 생각이 없는 사람들로 치부되었다. 내가 간담회를 개최했을 때 이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소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혁신교육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전교조 선생님이었으며 그들은 교육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 그러나 보통의 평범한 선생님들은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지만 정작 교육현장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은 보통의 평범한 선생님들이다.)
나도 후자인 의식이 없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했다. 사회는 그리고 사람들은 변화와 개혁을 원한다. 그러나 나는 너무 현실에 편승하면서 나의 안위만을 위해 안일하게 살아왔다. 그래서 변화와 개혁을 싫어하고 불편해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면서 희생된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나마 발전해왔고 50년 짧은 세월 동안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고 있다. 나도 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데모를 안 하고 내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이제는 주위에 시선을 돌리고 세상일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야지만 세상에 속지 않고 대세에 휘둘려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을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깨어있어야지만 변화를 주도할 수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나는 내 생각이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계속 틀린 채로 어깃장 나는 삶을 살고 있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