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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안녕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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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 Oct 22. 2023

하이? 아빠!


하이? 아빠!


노트북을 펼칠 때마다 배경 화면에 있는 아빠 사진이 

인사를 건네네요.


언니 손 꼭 잡고, 활짝 웃는 엄마와 같이 

웃어 보이는 아빠가 거기에 있지요.

웃고 있지만 눈은 모두 슬퍼요.


늘, 노트북을 열면, 

하이 아빠 하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요.

그냥... 잘 있다고, 금방 괜찮아질 거라고 

그런 마음을 담아서.


근데 아빠, 난 지금도 울고 있어요.

슬퍼하지 않으려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지만

어느새 코끝이 찡해지고 

귀가 멍멍해져요.


아아.. 아빠. 

하고 부르면 가슴이 쿵. 내려앉아요.

믿어지지가 않아. 나는 아직도 그렇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요즘 달리기를 하는데,

중얼거리는 말이 있어요.


치... 이렇게 운동해 봤자 소용없는데... 


늘 건강관리에 열심히던 아빠도

그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셨는데,

이깟 운동, 해봤자 뭐하나... 하고 말이에요.


그런데도 매일 같이 나는 달리기를 하지요.

숨 차오르는 그 느낌이 지금은 나를 버티게 해 주거든요...


뛰다가 턱 밑까지 숨이 차올라

헉헉거릴 때,

아빠 생각이 많이 나요.


우리 아빠가 이 정도로 숨이 찼을까?

이렇게 계속 숨쉬기가 힘들었을까?

아빠가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

아빠 너무 아팠겠다.


예전에요.

희귀병인 아들 치료해 주다가, 아들의 고통이 

도대체 얼마나 클지 알 길이 없어서

아들 치료하던 주삿바늘로 내 피부를 마구 긁은 적이 있어요.

누가 보면 미쳤다고 했을 거예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쓰라렸지만, 

내가 아프니까, 아들에게 덜 미안하고 기분이 한결 나았어요. 

애가 매일 너무 아픈데,

그 고통이 짐작조차 되지 않으니

그게 참...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난 요즘.

매일 달리기를 해요.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입안이 마르다 못해 턱이 얼얼하고 

땀 범벅이 되고 

호흡이 힘들어 헉헉댈 지경까지 달리다 보면

아빠 생각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생각해 보세요.

늦은 밤, 공원을 달리는 

울다가 웃다가 하는 여자를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행이지...ㅎㅎ


이건. 

아빠를 잊고 싶지 않은 나의 방식이니까.

아빠가 속상해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충분히 더 울고, 더 그리워할 거니까. 


아빠의 얼굴, 목소리, 날 안아주던 손의 감촉...,

그 어느 하나도 희미해지길 바라지 않으니까.

코끝을 흠흠 거리던 아빠의 버릇도,

공기 반 소리 반 야~ 하던 아빠의 대답 소리도 

마지막까지도 잃지 않았던  아빠의 위트도

내가 온몸으로 기억할 거니까.


그러니 아빠,

난 오늘도 달리러 갈 거고,

헉헉 거릴 거고,

아빠의 고통을 느끼며 미안해 할 거고

아빠가 생각 날 거고,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엉엉 울 거야.


아빠.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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