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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Dec 21. 2023

5. 너무 편리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저는 기후변화가 너무 두렵습니다.


2023. 2. 8. | 여수 장도 근린공원 | (c)빈땅


지난 장마 때도 그랬습니다. 예상치 못한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경북 예천에서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충북 괴산에서는 괴산댐이 43년 만에 월류하여 주민 수천 명이 대피해야 했습니다. 두 곳 모두 제 고향과도 가까운 곳이라 피해상황이 더 크게 다가오긴 했습니다만, 어느 올해뿐인가요? 대한민국 뿐인가요? 지구 곳곳이 아우성입니다.


점점 당겨지고 있는 지구 생태용량 초과의 날과 함께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증가일로에 있고, 자연스럽게 기후위기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전 세계 화석연료 기반 이산화탄소 배출량 (출처: Global Carbon Project)


한국에서는 보도가 되지 않아 모르시는 분이 많을 듯한데, 2023년 10월 25일에는 오티스라는 이름의 역대급 허리케인이 멕시코의 휴양도시(아카풀코)를 강타했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 수만 100여 명. 시속 266km의 강풍을 동반했던 이 허리케인은 이제껏 동태평양에서 발달한 허리케인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무서운 건 이 허리케인이 만들어지는 걸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처음 발견 당시 전문가들은 그저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열대성 폭풍(tropical storm)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랬던 오티스가 5등급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발달해 아카풀코를 강타하는 데는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허리케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입니다.


여러분은 기후변화가 두렵지 않으신가요?


모두 만연한 물질만능주의와 소비주의 때문입니다. <지구 걱정에 잠 못 드는 이들에게>란 책에서 로르 루알라가 말한 것처럼, 응석받이 어린 아이처럼 '항상, 당장, 다' 갖고 싶어 안달하는 우리의 편협한 정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유한한 지구의 환경은 자리가 없습니다. 손가락으로 클릭만 하면 얼마 하지도 않는 작은 물건 하나도 일일이 집으로 당일 배송이 되는 시대입니다. 쓸모가 없으면 조금만 쓰고 버리면 되고요. (여러분도 다 TEMU에 가입하고 계시죠?) 이 얼마나 편리한 세상인가요? 게다가 여러분과 같은 소비력을 갖춘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는 10억 명도 넘게 있을 겁니다. 이 정도면 너무 편리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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