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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Dec 22. 2023

8. 이게 다 경제성장 때문입니다.

저는 국제협력, 그중에서도 국제개발협력이라 불리는 분야에서 주로 일해왔습니다. 국제개발협력은 흔히들 개발도상국이라 부르는 국가 내의 경제, 사회적 발전을 지원하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노력과 활동을 의미하는데요. 덕분에 '개발'이나 '발전'의 사다리 측면에서 각기 다른 곳에 위치한 다양한 나라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2011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미얀마, 파키스탄, 페루와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고, 이후 니카라과, 나이지리아, 몽골, 우간다 등의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였습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는 캄보디아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소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일을 하였고, 2017년에는 업무의 일환으로 부탄을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2017. 10. 12. 부탄 팀부 전경


이러한 경험은 자연스레 '이들 국가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란 질문으로 이어지곤 했었는데요. 맨 첫 장의 제목인 '발전이란 무엇인가?'도 그 과정에서 제가 마주쳤던 질문이었습니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케인스는 1930년 발표한 ‘우리 후손들의 경제적 가능성’이란 에세이를 통해 100년 후의 경제 상황을 예측하며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2030년이 되면 선진국의 생활 수준은 적어도 4배에서 8배 정도 좋아지고, 사람들은 일주일에 15시간만 일을 해도 경제적 문제에서 해방되어 나머지 시간을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요. 주당 15시간이라니 정말 꿈같은 얘기네요! 2030년이 되려면 아직 7년이란 시간이 남아있으니 더 기다려는 봐야겠지만, 저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예측은 틀렸다는 것을요.


우리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탁기에 더해 건조기도 있고, 요즘은 에어드레서(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삶의 여유를 찾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회사일은 또 어찌나 바쁜지요. 법정 노동시간은 40시간으로 정해져 있습니다만, 연장근로 12시간을 꽉꽉 채우고도 직장에 남아있는 분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대체 우리는 언제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을까요?


죄송한 말씀이지만 경제성장을 지속해야 하는 한 아마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한 하리의 <도둑 맞은 집중력>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우리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은 1880년대 이후 10년 단위로 점점 빨라져 왔는데 그 이유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 우리 경제가 경제성장이라는 새롭고 급진적인 개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경제성장은 경제(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개별 기업) 규모가 매년 더 커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새로운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은 여러분과 가 똑같은 시간 안에 점점 더 많은 것을 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점점 더 바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꼭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만 할까요? 요한 하리는 이야기합니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일 때, 많은 사람은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기도 했다. 몇 세기 만에 처음으로 온 세상이 다 함께 경주를 멈추고 정지한 것이었다.


저 또한 팬데믹 기간 동안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던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그러지 저는 최근 경제성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탈성장에 점점 빠져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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