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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땅 Dec 19. 2023

1. 발전이란 무엇인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를 읽으며 인상 깊었던 구절이 하나 있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제 여동생이 레에 살거든요. 여동생은 일을 빨리 하게 만드는 것들은 뭐든지 가지고 있어요. 옷을 가게에서 구하고, 지프를 타고 다니고, 전화기나 가스 요리기도 가지고 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시간이 많이 절약될 텐데 제가 찾아갈 때면 저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답니다.”


변해가는 라다크 사람들이 제게 가르쳐준 가장 놀랄 만한 교훈 가운데 하나는 현대 세계의 생활도구와 기계들이 그 자체로는 시간을 절약하게 해 주지만 그것들을 사용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새로운 생활은 전체적으로 시간을 빼앗아가 버리는 효과를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라다크는 인도의 북동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위치한 지역으로, '레'는 이곳의 중심도시를 말합니다. 라다크는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겨울이 반년 이상 계속되는 척박한 환경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것으로 자급자족하며 행복한 공동체를 일궈는 곳으로 유명한데요. 이곳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90년대 들어 소위 말하는 '개발', '발전'이 처음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바쁜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 주는 모든 것들을 갖추고도 저 멀리 시골에서 자신을 찾아온 가족과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갖지 못하게 된 라다크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과연 발전이란 무엇일까요?


매스컴에서는 연신 경기가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졌다,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등의 소식을 퍼 나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70~8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친 이후 우리 경제가 한 번이라도 좋았던 적이 있었나요?


발전이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에 대한 공통된 이해 없이, 단순히 경제성장률이란 숫자에만 집착하는 건 이제 좀 벗어나야 할 때가 아닌가요?


아시아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한 유명 경제학자 아마티야 센은 그의 저서 <자유로서의 발전(Development as Freedom)>에서 '발전이란 자유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는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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