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야자를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날따라 공부가 안되어서 책을 읽고 뭔가를 끄적였다.
그때도 뭔가 쓰는 걸 즐겼었는데. 야자를 감독하던 선생님이
"왜 책을 꺼내놓지 않고 지금 딴 걸 꺼내놓냐?"라고 말했다.
다른 날도 역시 공부가 안되어 책을 보았는데 무작정 선생님께서
"이거 보지 말고 공부나 해"라고 말했다.
그 후 대학교에 들어갔고 그때에도 취미 중 하나가 사색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한 번은 작가에 대해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말해본 적이 있다. 그러자
"작가하면 밥 굶기 딱 좋아."
"이런 글 SNS에 올리지 마." 등등의 말을 받았다.
맞다. 사실이다. 글로 밥을 벌어먹고 산다는 것은 정말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데 그런 말에 앞서 글에 대한 평가를 먼저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후 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시작조차 해보지 않은 채 남들이 하는 말에 먼저 현실을 직시해버렸다.
‘밥을 굶기 딱 좋다.’라고 남들처럼 그렇게 생각해 버렸다.
그러다가 자유롭게 내 글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생겼고 많지는 않지만 호응을 조금 얻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글에 대한 생각, 작가에 대한 생각이 나를 자극해왔다.
그저 진로=직업=돈벌이인 것일까?
그걸 중고등학교 때부터 그것도 선생님이 먼저 학생들에게 가르쳐준다면 그 학생들은 나중에 뭐가 되는가?
개개인의 장점을 살려주고 그에 맞는 교육을 실현하여 지성인을 만들어 주는 게 원래 학교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중고등학교에서 성적 결과주의에 찌든 교육을 우선시하니 대학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학교는 이미 취업을 위한 입시학원으로 전락 해버린지 오래다.
만약 내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이건 무슨 글이니?"라고 관심을 가져주는 말 한마디라도 들었더라면 내가 앞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더 헤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점에서 미루어 볼 때 학교에서는 더더욱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는 대학교를 보내기 위해 거쳐가는 곳이 아니고 대학교는 예비 회사원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