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원종 Aug 14. 2020

목수의 도구

연장


사람들이 목공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목공 작업에 사용하는 공구에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목공에 사용되는 공구 중 일부는 목공 관련 분야 외에 일상생활과 더불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직접 목공 작업을 하지 않더라도 목공공구의 인기는 꾸준히 좋습니다. 특히 요즘 출시되고 있는 공구들을 보면 브랜드별 고유의 색상과 멋진 디자인으로 어필하고 새롭고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인테리어 현장의 목수들이 사용하는 공구의 종류나 그 브랜드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목수들 대부분이 비슷한 공구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목수의 필수 품목인 수직 수평을 측정하는 레이저 레벨기를 사용하는 목수도 있었지만 그냥 수평대 하나로만 작업하는 목수도 있었습니다. 심한 경우 물 수평을 사용하는 목수도 본 적이 있습니다. 2000년 초반이 지나면서 서서히 공구에 대한 인식이 변해가기 시작하여 20년이 흐른 지금 공구에 대한 패러다임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과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의 지속적인 등장으로 예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정확한 결과를 목수들에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공구도 그것에 맞게 다양하고 높은 수준으로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예전과 비교하면 현장의 작업시간은 짧아지고 목수의 인건비는 높아지다 보니 비슷한 수준의 기능이 있다면 좀 더 속도가 빠른 목수를 찾게 되고 그에 맞춰 목수들도 변화해 왔습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 공구가 있습니다.           



목수들이 사용하는 공구를 살펴보면 선호하는 브랜드가 다르며 공구를 구성도 각자의 방식이 있습니다. 그중 많이 볼 수 있는 형태가 자신이 초보 시절부터 사용하던 사수의 공구들을 본인이 사수가 되어서도 그대로 구성하여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내 손에 익숙해진 공구를 다루는 것이 쉽기 때문에 일의 능률은 좋을 수 있으나 더 편리하고 새로운 것이 있어도 구형을 구매하는 경우는 능률이 높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용하던 공구 외에 다른 공구들의 존재를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새로운 공구나 편리한 공구가 있으면 필요 유무에 상관없이 취미처럼 공구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보관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가장 좋은 것은 내가 일하는 형태, 규모, 종류 등을 잘 판단하여 내게 맞는 공구를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 같지만 이 당연한 것이 잘 안 되는 경우를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공구를 유통하고 판매하는 입장이 아닌 구매하고 현장에서 사용해야 하는 측면에서 보면 공구는 많은 변화가 진행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동공구의 구성요소인 모터의 변화

전동공구의 핵심부품인 모터는 회전하면서 마모되는 브러쉬를 가진 일반 모터에서 브러쉬가 빠진 브러쉬리스(BL)모터로 전화되었습니다. 브러쉬리스모터는 일반 모터에 비해 가볍고 소음이 적으며 수명이 더 길어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로 인해 공구의 가격이 올라가는 단점도 있습니다.     



두 번째, 유선 공구에서 무선 공구로의 전환

예전에는 충전 드릴 정도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무선 전동공구였지만 지금은 모든 전동공구가 무선화 되고 그것을 넘어 청소기, 조명, 레이저 레벨기, 콤프레셔 까지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는 배터리의 호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베어툴과 같이 배터리를 제외하고 몸체만 판매하는 공구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무선 공구가 많이 사용되면서 작업의 능률은 많이 올랐지만 항상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세 번째, 대형 공구 브랜드의 수공구

전동공구를 제외한 수공구의 경우 국내 브랜드와 일부 해외 브랜드가 거의 독점하고 있었지만 디월트, 밀워키 같은 전동공구 브랜드에서 줄자, 끌, 못주머니 등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안타까운 점은 국내 브랜드의 점유율을 점점 해외 브랜드가 차지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학원이나 회사 같은 조직에서는 저렴한 국내 브랜드의 공구를 구매하고 개인이 공구를 구매할 경우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목수의 공구에 대한 고민은 공구에서 끝나지 않고 보관과 이동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따로 창고를 가지고 있다면 이동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되겠지만 따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목수가 더 많기 때문에 이동과 보관을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목수창고 겸 사무실 자동차를 사용합니다. 





목수들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의 차량을 선택해서 사용하는데 그 선택의 폭이 좁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그랜드 스타렉스입니다. 공사장 주변을 보면 예외 없이 스타렉스가 주차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세단이나 SUV의 경우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차량이 출시되고 있지만 화물차의 경우 종류가 매우 적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스타렉스 안에서 뒤에 화물칸이 있고 3인승이냐 5인승이냐를 고민하는 것뿐입니다. 디자인이나 내부 구성도 현장 작업자를 위한 것은 없고 화물운반에 최적화되어있어 현장 작업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의 화물 자동차 시장을 보면 정말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자동차들이 출시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한 브랜드가 독점하지 않고 여러 종류의 차량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밴이라고 부르는 승합차의 경우 목수는 작업자를 태우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3인승보다는 5인승 화물 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우에 따라 자재나 폐기물을 운반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경우 1톤 트럭을 선택하여 화물칸에 적재함과 천막을 설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경우가 제일 많고 그 외로는 1톤 탑차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의 선택도 공구와 마찬가지로 나의 작업형태와 인원, 공구의 규모와 형태 등을 고려하여 나에게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목공 관련 공방에서 사용하는 공구와 인테리어 현장에서 사용하는 공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동입니다. 공방은 이동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작업대나 목공기계 등을 안정적으로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매번 장소가 바뀌는 인테리어 현장에서는 차에 보관하고 이동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꼭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공구가 있더라도 상황에 맞지 않는다면 불편한 짐이 될 뿐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목수의 재료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