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비키’에서 ‘저속노화’와 ‘불교’의 유행은 물론 ‘오타쿠 발표회’와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까지… Z세대의 트렌드는 최첨단인지 레트로인지 도무지 그 속도를 종잡을 수 없을 정도다. 장기 불황과 저성장, 이상 기후와 인구 절벽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불안의 시대’, ‘포지티브 모멘텀’이라는 긍정의 힘으로 최선의 오늘을 나답게 지키고 싶은 Z세대들이 만들어낸 가장 빠른 트렌드를 지금 바로 만나보자.
2024년을 달군 대표적인 유행어를 하나 꼽자면 ‘럭키비키’가 있을 것이다. 럭키비키는 아이돌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사고방식을 뜻하는 ‘원영적 사고’에서 파생된 단어로,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행운을 찾는 초긍정적 사고 방식을 뜻하는 밈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2~3%대의 낮은 경제 성장률,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등 호황은 끝났다고 한다. 나아가 심각한 기후위기, 낮은 출생률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 지방 소멸 등 경제뿐만 아니라 삶의 질적인 측면에서도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하기 힘든 일명 ‘우하향 시대’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헬조선’같이 비관적 시각이 담긴 신조어가 유행한 것이 불과 10년 전이다. 이처럼 긍정을 말하기 힘든 요즘 Z세대는 도대체 왜 ‘럭키’를 외치는 것일까? 10년 전보다 더 살 만해져서? 아니면 Z세대가 고생을 모르고 곱게 자란 ‘요즘 애들’이라서? 모두 적절한 답은 되지 않는다.
어느 시대나 불안은 있지만 불안의 핵심과 이를 대하는 태도는 각각 다르다. 사람들이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이를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려는지를 살펴보면 그 시대를 관통하는 감성을 알 수 있다. 불황을 겪으며 모범 답안이 정해진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 불안이었던 밀레니얼세대와 달리 급변하고 파편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삶의 대안을 보고 경험해온 Z세대에게는 수많은 선택지 중 나에게 맞는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불안이 됐다. 그리고 시대의 거대한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현재의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Z세대는 긍정의 힘으로 나다움을 지켜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