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수업방과 EBS 온라인 클래스를 이용한 원격 수업은 상당히 수월했다. 일단 아침에 담임 선생님이 교실이나 실습실에 컴퓨터만 켜놓으면 교사는 몸만 와서 수업하면 된다. 전문부에서 미안했던지 비싼 방송용 마이크까지 사주어서 행복한 마음으로 수업을 했던 것 같다. 스마트폰 웹캠, 삼각대, 펜타블릿, 마이크, 이동식 칠판까지 있는 정말 완벽한 원격수업 환경이 만들어졌다.
초반에는 '완벽한 매뉴얼'도 없이 수업하라고 한다는 반발이 조금 있었지만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Zoom 수업 매뉴얼을 만들어 주었더니 단박에 말이 들어갔다. 만드느라 고생은 했지만 다른 선생님들이 처음 처하는 환경에서 고생을 하면 담당자는 그보다 몇 배는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위안을 줄 수 있는 것 같았다.
내 예상보다 선생님들이 더 열심히 원격 수업 준비를 하셨던지 첫날부터 아무런 사고 없이 정말 스무스하게 1-2주가 지났다. 갑자기 일이 없어진 나는 괜히 수업하는 교실을 빙글빙글 염탐해 보았는데 정말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사실 교실에 문제가 생기면 나보다 실무원님을 찾고 초반에는 실습실에서 수업을 해서 실습실을 담당하는 각과 선생님들이 알아서 잘 관리를 했다.
처음 하는 원격 수업은 선생님들의 많은 호평을 받았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3반을 동시에 묶어서 진행하니 너무나 편했다. 나의 경우 게임 프로그래밍을 분반해서 들어가는데 6번 수업을 1번만 들어가면 되니...(월급 미안) 남은 시간에 그 많은 업무 하고도 시간이 남아 수업 연구까지 했다. 물론 꿀 같은 합반 수업은 3학년 등교 개학과 함께 원상 복귀되었지만 당시 여유로운 시간표 덕분에 원격 수업에 대한 불만이 쏙 들어갔던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학생 지도가 확 줄어들면서 교사들이 은근히 원격 수업을 반기는 눈치였다. 교사들은 남은 시간에 영상도 찍고 원격 수업 연구를 하는 등 능동적으로 원격 수업에 적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 학교가 무슨 과학고도 아니고 실시간 수업이냐는 반발이 있었다. 그런데 해보니 Zoom에 몰아넣고 듣던 말던 수업 하는 게 훨씬 학생 관리나 출석 체크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선생님들을 깨닫고 지금은 EBS 보다 Zoom을 더 좋아한다. 게다가 특성화고 과목 특성상 우리랑 같은 수업을 하는 EBS 강사가 없다. 소수의 국영수 선생님들 빼고는 다들 그 혜택(?)을 보지 못하고 영상도 찍고 편집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영상 찍으면 실수가 0이 아닌 이상 편집을 할 수 밖에 없다. 근데 편집 보다는 역시 그냥 들어가서 라이브로 수업하는게 백배 편하다.
대부분의 전문교과 선생님들은 EBS에 강의가 없으므로 스스로 수업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린 후 (EBS 온라인 클래스 서버가 정말 별로라서 영상이 잘 안 올라간다) EBS 온라인 클래스에 올린다. 그다음에 Zoom에 가서 그냥 수업을 하거나, 찍어둔 영상을 틀어 주거나 한다. 방식은 다양하지만 결국 Zoom과 EBS 온라인 클래스 모두 장점이 있으므로 현재는 대부분의 교사가 Zoom(라이브용)과 온라인 클래스(재방송용)를 병행하고 있다.
연구부에서는 콘텐츠형, 과제형, 실시간형으로 수업 방식을 나누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한 가지만 하지 않고 Zoom을 이용한 실시간 수업을 중심으로 하고 수업 결손이 있는 학생들은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 영상을 듣게 했다. 이중 고생이지만 원격 수업으로 출결에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육청 지침 때문에 영상으로 남겨서 일주일 안에 들을 기회를 주어야만 했다. 원래는 EBS 온라인 클래스만 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이 수업을 안내하려다 보니 Zoom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질문도 받고 수업도 하더라. 결국 모든 교사가 여러 가지 이유로 Zoom에서 실시간 수업을 하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었다.
그렇게 우리 학교는 인천 시내에서 거의 유일하다는 전과목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학교가 되었다. (아, 창체는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