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했어요?
원격 수업 대응기, 일곱 번째 이야기
어떻게 특성화고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했어요?
내가 초반에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멀쩡한 인문계 고교에서도 못하고 있는데 특성화고에서 전면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니 신기하기도 한가보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성화고=꼴통' 학교라는 생각이 가득 차있다. 내가 여러 학교들은 다니지 못했지만 이 학교만큼 선진적인 교육과정과 똑똑하고 열린 마음을 지닌 선생님들을 만나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우리 학교가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첫째, '특성화고'였기 때문에다. 대부분의 인문계 고교나 중학교에서는 EBS 강사의 강의라는 보루가 주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소수의 몇몇 국영수 교사를 제외하고는 기댈 곳 없이 철저히 자급자족해야 했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에게 보행기를 사주면 아이는 보행기 때문에 스스로 걷지 않는다. 현재의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 제공하는 EBS 강의 끌어오기 기능은 교사에게 보행기에 앉힌 것과 같다. 교사 자신이 찍은 강의보다 더 좋은 강의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교사 자신의 정체성과 수업권을 스스로 버리는 행위이다. 아니, 적어도 강의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강의는 스스로 찍어서 올려야 한다. 하지만 이미 EBS 강의를 끌어 오는데 익숙해진 인문계 고교 교사들은 아직도 그것에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예산' 문제이다. 9월 말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원격 수업을 위한 예산이 교육청에서 내려온다. 나야 쌈닭이라 관리자의 눈치를 안 보지만 대부분의 부장들은 관리자 분들에게 무척 싹싹하다. 관리자와 행정실과 싸워서 예산을 받아내는 부장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정보부 예산이 많았거나 교실에 IT 통신 세팅이 잘 되었으면 한결 수월했겠지만 우리나라는 이런저런 이유로 교실의 IT화가 무척 느린 국가 중 하나이다. 그전부터 교실 AP(Access Point) 설치부터 노트북 보급 등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것도 코로나 19가 나와서야 제대로 집행되었다. 무선 AP와 노트북 보급은 12월에나 가능하다니 내년에도 원격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인가...(내년에는 정보부장 탈출각이다.)
세 번째 이유는 '연구하는 습관'이다. 나도 국영수 교과에 몸 담아 보았지만 바늘구멍인 임용 시험을 통과한 후로 교사는 자기 발전을 하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는 교과서 외에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인생은 오지선다형이 아닌데 입시란 이름으로 전형적인 문제를 풀고 풀고 누가 더 단시간에 잘 푸는지 테스트한다. 교사들은 결국 교과서와 문제집을 벗어난 공부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교사는 경계하고 쫓아내기도 한다.(내가 그래서 정보 컴퓨터로 전과한 케이스) 하지만 이곳은 어떤가. 특성화고는 매년 기술에 따라 교육과정이 바뀌고 두 달만 지나면 프로그램 버전이 바뀐다. 심지어 2020년 버전 나온 지 6개월도 안 지났는데 2021년 버전이 나오는 프로그램도 있다.(이번에 3D MAX가 그래서 파일 호환이 안 돼 골머리를 썩었다.) 매년, 아니 매달 바뀌는 프로그램을 다시 공부하고 새로운 언어나 프로그램을 공부해야 하는 특성상 이곳의 교사들은 '연구하고 공부하는 습관'이 들어 있었다. 수식이 몇 개 들어간 엑셀 파일 던져주면 욕을 먹는 인문계 고교와 달리 이곳에서는 대부분의 문서 수합은 구글 드라이브로 공유해서 끝낸다. 처음 오신 인문계고 선생님들은 힘들어하시지만 다수가 그러니 적응을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사실 학교의 IT 도입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나 스스로가 학교의 보수적인 벽과 저항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의 보신과 안정을 위해 희생되었던 IT에 대한 요구가 지금 코로나 19로 인해 불이 붙어 삽시간에 전국의 학교를 불태우고 있다. 이 불길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니 살아날 교사와 그렇지 않을 교사는 이미 정해져 있다. 가끔 멀찍이서 연기가 나는 학교들을 바라보며 내가 쫓겨났던 그 시절을 돌아보곤 한다. 그렇게 많은 태움을 했던 그들은 지금 원격 교육의 태움에 잘 적응하고 있을까? 만약 내가 아직도 저들과 있다면 원격 수업을 이만큼 구축할 수 있었을까? 답은 No 였다. 나 혼자 잘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없더라. 결국 이 학교와 준비된 교사들이 만든 것이고 나는 운이 좋게 그때 담당자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