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여행 2일 차가 밝았다. 호텔이 지하철 2호선과 가까워서 바로 2호선을 타고 태양섬으로 갔다. 태양섬은 관광특구인데 그 유명한 빙등제(혹은 빙설제)가 열린다. 태양섬에서 오른쪽은 눈꽃축제가 열리고, 왼쪽은 빙등제가 열리는데 둘 따 입장권이 비싸서 일단 눈꽃축제 입구까지만 가보았다. 눈꽃축제는 대부분 눈으로 만든 전시물들이 있는데 카페와 음식점이 전혀 없는 곳이다. 방한을 철저히 하고 따뜻한 코코아라도 싸 오는 것을 추천한다.
1. 신나는 눈썰매
중앙대로의 빙설 뭐시기 보다 3배는 큰 엄청난 크기의 조형물이 날 반겼다. 사진을 찍기 위해 어린아이들과 눈치 게임을 하며 찰칵!
작은 것도 많은데 엄청 귀엽다. 눈이 생각보다 단단해서 절대 녹지 않을 것 같다. 눈꽃 축제 입구 근방에는 썰매랑 송화강 말타기 등의 여러 놀이가 있는데 50-100위안 정도 한다. 우리는 눈썰매(50위안)와 범퍼카(50위안)를 타기로 했다.
눈썰매와 범퍼카
범퍼카는 10분 밖에 못 타는데 내가 탄 차가 너무 느려서 여기저기 동네북처럼 치이다 끝났고 (물론 그것도 재미있었다) 눈썰매는 무제한인데 완전 스릴이 넘쳤다. 하지만 몸이 노쇠하여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하다 지쳐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2. 뷔페와 시내 구경
지하철로 시내에 내린 후 지도에서 ‘미식(美食)’을 검색하면 근방의 맛집이 나온다. 그중 사진이 마음에 드는 곳에 갔는데 휘황찬란한 뷔페였다. 한중일서양식 까지 완벽하게 모인 이곳은 평일 점심 79위안.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와 열심히 먹었는데 지금까지 간 식당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특히 테이블 별로 불판이 있어서 고기와 전을 데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꽤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들 상을 보니 정말 엄청나더라. 게다가 알고 보니 술도 포함된 가격. 위치가 좀 찾기 어려웠지만 정말 최상의 서비스였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해가 질 때까지 시내 구경을 했다.
어떤 동상과 북카페
알고 보니 여기가 하얼빈 옛날 거리라고 하는데, 동상도 있고 옛 건물들은 호텔이나 백화점이 되어 있었다. 백화점 내에 예쁜 북카페가 있었는데 책을 읽고 싶었으나 읽을 수 있는 책이 없어 슬펐다. 적당히 시간을 때우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빙등제를 보러 갔다.
3. 빙등제
하얼빈의 빙등제는 규모가 남다르다. 얼음이 정말 건물 규모로 지어지는데,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졌다. 일단 건축물이나 조형물은 다 얼음이고, 좀 몽실몽실한 캐릭터는 눈으로 표현한다. 물론 얼음을 깎아 예술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흠좀무)
입구의 마시멜로 토끼
빙등제!
추워서 오도카니
흑화한 캐릭터
조명 때문에 캐릭터들마다 흑화 해서 나온다. 그것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열차 타고 고고
휘황찬란
곳곳에 스케이트(?) 타는 곳이 있다
나 잡아 봐라~ (나는 없다)
빙등제에는 예쁜 포토존이 많아서 재미있는 설정샷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근데 사진을 찍는 손이 얼어서 블루투스 셀카봉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회전관람차
내가 본 중 가장 큰 회전관람차가 있었는데 (실물이 정말 너무 커서 깜짝 놀람. 얼음은 아니었음) 이거 타려면 정확히 15분 전 예약을 해야 하는데 그 QR 코드가 어디 있는지 찾기가 어려워서 고전하다가 포기했다. 양말을 3겹 신었는데(심지어 그중 하나는 수면양말) 발끝이 꽁꽁 얼어붙었다.
나도 끌어줘
너무 넓어서 절반쯤 보고 나니 지쳐서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 날이 하얼빈에서는 따뜻한 축에 속하는 날이었는데 빙등제의 바닥이 일단 눈과 얼음이다 보니 발끝이 시리고 속눈썹에는 하얗고 동그란 고드름이 맺혔다. 요컨대 눈은 행복했지만 몸은 춥고 힘들었다.
호랭이와 성녀(?)
부처님 손바닥(?)
출구 쪽에는 아름다운 조각상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눈으로도 만들기 어려워 보이는 아름다운 조각상을 얼음을 깎아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다. 참고로 중앙대로에도 이런 조형물이 보이는데 빙등제에 있는 것들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빙등제 출구에는 카페와 편의점, 설향 마을 숙박 입장권을 파는 여행사들이 있었다. 하룻밤에 200위안 정도라는데 (교통비 등은 모르겠지만) 호텔을 따로 잡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룻밤 자고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는 지하철을 타고 그대로 호텔로 돌아왔다. 맥주와 컵라면을 먹으며 하얼빈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