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의 양면
예민할 때는 글이 잘 써지고 날카로워진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민하지 않으려고 하니 스트레스는 덜 받는데, 글이 밋밋해지고 재미 없어진 느낌이다.
글을 쓰게 만들고, 브런치로 찾아오게 했던 회사 환경이 있었다. 반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오던 프로젝트가 일거에 중단됐다. 프로젝트 전담 파트였는데 업무도 사라지고, 파트 내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서 파트는 폭파되고 모두 흩어졌다. 파트장도 날아가면서 이직 후 잘 보이려 신경 썼던 노력도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주위 팀원들의 동정심 또는 연민 어린 시선이 느껴지고, 왜 미리 대처하지 못했냐는 괜한 걱정에서 나온 한두 마디는 마음속 답답함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2~3달이 지났다. 안 좋았던 상황만 계속 떠올려서는 정신병이 걸릴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의도적으로 안 좋은 생각들을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회사 내에서도 생각을 덜 하고 침잠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처럼 적당히 둔하게 살려고 하니, 글이 밋밋해지는 것을 느낀다. 왜 그럴까?
남을 씹고 까야 제 맛이고,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야 날카롭고 자극적이다. 반면 부드러운 이야기는 둥그스름하고 밋밋하다.
남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려면, 다시 그 감정을 끄집어내어야 하고 또 글로 옮겨야 한다. 물론 그런 감정을 글로 옮기면 치유 효과가 있긴 한데, 그 정도로 곪아있는 감정이 아니고서는 끄집어내는 것이 더 힘들다. 그래서 최근 글이 좀 밋밋해지는 듯하다.
또 이 글이 나를 직접 아는 회사 동료들에 의해 읽힐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자꾸 자가검열하게 되는 것도 날을 무디게 만든다.
그리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를 쓰면서 일기를 쓰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흔들린다. (자의식 과잉에 대한 자의식 과잉이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면 되는 것이고, 여기는 브런치인데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그 순간에만 집중적으로 예민함을 꺼내볼까? 그리고 나만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조금 더 보편적인 차원으로 정제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이참에 잠깐 브런치를 멀리해 볼까?
글쓰기에도 슬럼프라는 것이 있다면 요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 슬럼프를 그냥 매일 출근하면서 견디고 극복했듯 글쓰기도 그냥 계속하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