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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k Nov 04. 2020

90% 완벽함은 100% 완벽함이 될 수 없다

"마크, 어디 볼까?"


사장님은 안경을 고쳐 썼다. 올해 '고객 만족도 조사' 결과 보고가 있는 날, 대회의실에는 사장님과 각 사업부문장들이 모였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지표인 순수 고객 추천 지수(NPS)가 전년 대비 올랐기 때문이다. 글로벌 본사에서 들여다보는 주요 지표는 약 10개였다. 

고객 추천 지수: 8.2점 (전년 대비 +0.3점)
배송 만족도: 8.7점 (+0.2점)
영업직원 전문성: 8.5점 (-0.3점)
제품 품질: 8.2점 (+0.1점)
고객 서비스 센터: 9.0점 (변동 없음)
...
..
.
전체 평균: 8.8점 (+0.2점)

사장님은 10점 만점 기준으로 주요 지표가 정리된 슬라이드를 쭉 훑어봤다. 그리고는 한마디 내뱉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사업부문장들은 영업직원 전문성 높이기 위해서 내년에 어떻게 트레이닝 시킬지 2주 후에 보고하세요!"




직장 생활하다 보면 비슷한 패턴을 자주 경험한다. 


사장님은 주요 결과와 추이를 보고 받는다. 그리고 전년 대비, 또는 전년 동기 대비 떨어진 항목이 있는지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원인 분석해서 내년에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사장님의 지시를 받은 사업부문장들은 어떻게 했을까? 영업팀장들을 불러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을 보여주며 한마디 던졌다. 


"연간 교육 계획 준비해서 다음 주 월요일에 보고하세요!"


영업팀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연간 교육 계획 세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교육 담당자한테 내년 계획을 미리 받으면 그만이었다. 영업팀장이 한숨을 내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금 영업직원 전문성이 문제가 아닌데...'


영업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작년과 동일하게 9.0점을 기록한 '고객 서비스 센터'였다. 정작 고객들은 영업직원들의 전문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전문성이 조금 부족해도 고객이 제품 문의를 하거나 구매 절차를 밟는 데 있어 전혀 지장이 없었다. 전문성이 필요한 요청은 리서치 담당 임원에게 하면 되었다. 고객들은 대신 제품 판매 이후 지속적인 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회사가 한번 팔고 나 몰라라 하는 것 같다며 고객 서비스 센터가 정기적으로 품질 관리해주고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원했다. '고객 서비스 센터'의 9.0점은 사장님에게는 충분했을지 몰라도 영업팀이나 고객에게는 부족한 점수였던 것이다. 


문제는 사장님과 서비스 부문장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영업팀의 전문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었고 전년 대비 떨어지기까지 했다. 어설프게 건의했다가는 사장님에게 어떤 소리를 들을지 모를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서비스 부문장이 9.0점을 이곳저곳 자랑하고 다니고 있어서 더 올려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영업팀장은 결국 아무 조치 없이 교육 담당자에게 내년도 계획을 서둘러 짜 달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우리가 직장 생활 중 딜레마에 빠지는 문제 중 하나가 '꽤 괜찮은 것'을 '아주 괜찮은 것'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어느 정도 내린 결론은 90% 완벽한 것을 100%로 끌어올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직률


직원들의 이직이 잦아지는 시즌이 있었다. 대부분 동종 업계로의 이직이었다. 회사 내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했다. 먼저는 부럽다는 것이었다. 경쟁사로 이직하면 최소 한 직급 이상 승진했다. 차장이 이사로, 이사가 부사장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또 다른 시선은 '왜 회사는 가만히 있는가?'였다. 경쟁사로 유능한 직원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회사가 취한 행동은 거의 없었다. 회사, 정확히는 HR팀의 입장은 이러했다. 


"우리 회사 이직률은 5% 정도인데, 이는 동종 업계 평균인 10%에 비해 월등히 낮습니다."


회사는 현재 이직률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5%p 정도 낮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얼핏 들으면 맞는 말 같다. 우리보다 이직률이 더 높은 경쟁사가 조치를 취해야지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직원들이 체감하는 것은 달랐다. 업계 1위 기업의 이직률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것은 잘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상대보다 잘하고 있다고 해서 스스로에게 100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는 낮은 이직률이지만 5% 이직률이 과연 최선인가를 살펴야 했다. 직원들은 최소한 특정 시즌에 경쟁사로 이직이 잦은 원인에 대해 회사가 분석한 후에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살펴보기를 원했다. 누구보다 회사를 오래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직원들이 하나 둘 경쟁사로 이직할 때마다 회사의 대응이 없는 것에 대해 직원들의 실망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결국 이직률 5%에 만족했다. HR팀은 5%도 충분히 좋다는 논리로 일관했고 경영진도 이를 인정했다. 아쉬웠다. 5%의 이직률도 90점을 줄 수 있을 만큼 낮은 수치였지만, 이 수치를 좀 더 분석해 4%, 3%로 줄여서 100점 가까이 만든다면 직원들 사기는 물론 회사 문화도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이직률을 한없이 낮추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개인역량


각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역량에 비해 월등히 좋은 역량이 하나씩은 있다. 내 경우도 경력을 쪼개 보면 홍보 5년, 전략 및 컨설팅 9년, 운영 전략 1년으로 전략 분야에 있어 남들보다 좋은 역량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주위에서도 전략 전문가라고 불러주지만 스스로를 돌아보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재능 기부로 외부에서 전략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한 번은 강의 도중에 나와 맞지 않은 옷을 걸친 기분이 들었다. 전략 이론, 방법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강의하는데 이미 잘 아는 내용들이라 진행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에 알려진 얘기를 정리하는 수준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가까이 전략을 했으면, 내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데 강의에선 그런 내용이 드러나질 않았다. 남들이 전략 전문가라고 불러 주니까, 10년 가까운 전략 경험이 있으니까, 컨설팅 회사 임원까지 맡았으니까, 난 90점짜리는 된다고 자만했던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10점을 채울 생각보다는 이곳저곳 다른 분야를 기웃했다. 하지만 나머지 10점을 채우는 것이 진정한 전략 전문가로서의 나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지금은 나머지 10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글링 하면 나오는 콘텐츠는 최대한 지우고 나만의 콘텐츠로 채워가고 있다. 그것이 나의 가치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건 나머지 10점을 채우는 과정이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90점은 공부, 경험, 직무, 네트워킹으로 채웠지만 나머지 10점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내 이름을 걸고 나만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천만다행이다.


선택과 집중


경영진 입장에서 크게 신경 쓰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자원 관리(Resource Planning)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모든 분야에 있어서 회사가 최고의 역량을 보유하길 원한다. 하지만 사람, 돈, 시간 등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선택과 집중할 분야를 찾아 한창 진행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만하면 됐어!' 


경영진은 구성원 앞에서 이 말을 쉽게 내뱉어서는 안 된다. 내뱉는 순간 더 나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정말 8~90% 정도면 충분한 지, 아니면 100%까지 계속 도전해야 하는 지를 고민해야 결정을 내려야 한다. 


비슷한 예로 글로벌 프로젝트로 인해 영업직원들이 영어 회화 실력을 단기간에 올려야 했던 적이 있다. 회사는 외부 영어 교육비 지원은 물론 영어 시험 비용까지 지원했다. 그걸로 부족했는지 공인 영어 시험 점수가 낮은 영업직원들은 해외 출장을 보내지 않았다. 결과가 어땠을까? 


실패했다. 


초기에는 효과가 있었다. 직원들이 외부 영어 기관에서 레벨 테스트를 보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당장 출장을 못 갈 수도 있으니 모두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다. 회사는 그 모습까지만 확인하고 손을 놓았다. 10%만 더 하면 되는데 말이다. 결국 영업직원들은 당장 자신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업 실적에 집중했던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왜 그랬을까? 회사가 '이만하면 됐다'라고 생각하고 자율에 맡긴 탓이었다. 




사실 90% 완벽함이라는 표현 자체가 말이 안 된다. 90%는 완벽한 것에서 10% 부족한 상태다. 직원 입장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100% 완벽함에 도전해보자. 회사 입장에서도 현재 90% 수준인 것 중에서 끝장을 봐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해서 100% 완벽함에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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