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지나친 비판은 오만한 실수

극장에서 보는 영화가 모두 재밌지는 않다. 취향에 맞지 않거나 내 기준에 부족한 작품을 볼 때면 푹신한 극장 의자가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감히 내 시간과 돈을 버리게 해?’라는 생각에 악평을 가득 남기고 싶은 생각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런데 내가 2시간 동안 생각한 걸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생각하지 못했을까.     


배우 감우성은 과거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촬영을 하다보면 영화가 잘 나오지 않겠다는 걸 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영화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모두 영화를 많이 보고 좋아하는 이들이다. 그래서 언론배급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 때 배우마다 반응이 다르다. 이날 처음 영화를 보는 배우도 있는데, 영화가 잘 안 나왔을 때는 표정부터 부정적이다. 영화를 관람한 소감을 말할 때 아쉬운 점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런 반응은 인터뷰를 할 때도 보인다.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고 하면 확인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배우도 바보가 아니고서야 다 안다. 저게 입바른 소리인지 아닌지. 제작단계일 때는 화려한 꽃을 피울 것이란 기대가 있다. 하지만 어떤 씨앗은 쉽게 꽃이 피지 않는다. 일조량부터 영양제까지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줘야 한다.      


필자는 기자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다. 만약 성공한 소설가였다면 기자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소설은 누구나 머릿속에 품고 있는 비장의 무기를 글로 옮기는 작업이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 같아서 남들이 보면 열광할 것만 같다. 그런데 그 아이디어를 글로 옮기는 작업이 쉽지 않다. 내 손으로 내가 생각한 걸 글로 쓰기만 하면 되는데 상상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영화는 소설보다 더 다양한 조건이 요구된다. 음악, 촬영, 미술, 조명, 연기 등 감독의 역량 못지않게 스태프의 능력이 중요하다. 감독은 이 능력이 잘 돋보이도록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머릿속으로 구상한 걸 관객의 입장에서 흥미롭게 받아들이기 위해 유려한 편집의 기술이 필수다. 좋은 영화는 감독의 머리가 아닌 편집자의 기술에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한 편의 영화에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창작자의 입장에서 무엇을 의도했고 어느 지점에서 실수를 했는지 보인다. 감독이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가 완벽하게 반영되면 좋겠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밤새 고민하는 거처럼 감독 역시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몇날 며칠을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모든 고백이 용기와 진심을 이유로 성공하는 게 아니듯 연출적인 표현 역시 실패할 때가 있다.     


영화 리뷰어도 감독과 같은 창작자다. 자신의 글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타인을 강하게 비판하고 조롱할 수 있는 이유는 익명성에 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에 공격을 당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지닌다. 리뷰어는 영화를 평가함과 동시에 내 글을 평가받는 위치에 있다. 영화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내 글에 대한 비판을 유발할 수도 있다.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 지나친 공격을 가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타인의 단점만 말하는 사람은 주변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 처음에는 재미있고 통쾌하게 느껴지겠지만 부정적인 말은 피로를 유발한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높은 기준으로 남에게 공격적인 말만 내뱉는가 하는 생각에 잠겨 독자를 지치게 만든다. 꾸준히 자신의 글을 사랑해주고 좋아할 이들을 찾기 힘들어진다.      


영화에 대한 비판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나친 비판, 원색적인 비판은 오만이다. 우리는 실수를 저지르거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피드백을 받았으면 한다. 못했다는 말보다는 어떤 점이 문제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상세한 설명을 원한다. 조금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비판만 반복하는 오만을 원하지 않는다. 영화 리뷰어의 오만은 결국 자신의 글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실수라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이전 25화 글만 보고 영화를 떠올리게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