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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만 보고 영화를 떠올리게끔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할 때 받았던 요구 중 하나가 글만 보고도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있게 기사를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편집을 위한 요구일 수도 있겠지만 리뷰를 작성할 때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영화를 본 사람만 있는 게 아닌 안 본 사람도 있다. 해당 영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제목에 이끌려 기사를 클릭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글의 내용이 영화를 본 사람만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면 금방 뒤로가기 버튼을 누를 것이다. 친구들과 대화할 때 가장 소외감을 느끼거나 지루하게 느껴지는 대화가 모르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다. 자기만 아는 코드로 그 사람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상대는 멀뚱하게 있고 혼자 웃음을 터뜨리는 눈치 없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영화 리뷰도 하나의 글이다. 글에는 기승전결이 갖춰져야 한다. 도입부터 결말까지 흐름이 없다면 분석이 좋고 문장이 깔끔하더라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리뷰에는 어느 정도의 줄거리가 들어가야 한다. 스포일러가 없는 선에서 영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줄거리를 소개하는 게 좋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영화 줄거리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 방법은 흐름을 만드는데 유용하지 않다. 파트를 나눠서 ‘줄거리’에 영화 내용만 소개한다면 모를까, 흐름이 있는 글에서는 자신만의 줄거리 구성을 만드는 시도가 필요하다. 분석과 감상에 맞게 줄거리를 재구성해야 보는 사람도 이해하고 쓰는 사람도 완성도 높은 구성을 연출할 수 있다.      


故 장영희 교수의 북 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를 보면 그 작품을 읽지 않아도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특히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하면서 그때 독자로써 느꼈던 감정을 또 다른 독자에게 전달한다.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나 감독이 기자들에게 영화에 대해 좋은 기사를 부탁하는 건 글만 읽어도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써달라는 메시지다. 기자의 인지도가 높아봐야 대중적으로 배우나 감독을 이길 순 없다.     

감정을 자극하는 글은 공유를 이끌어 낸다. 요즘처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글을 공유하기 쉬워진 시대에서 영화의 장점이 느껴지는 리뷰는 큰 힘을 발휘한다. 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 영화가 주는 감정에 빠져들고 자신도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말 그대로 글만 읽어도 영화가 떠오른다.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그려지고 어떤 감정을 줄지 예측이 된다. 그래서 더 흥미를 지닌다.     


줄거리를 구성할 때 주의할 점은 스포일러 여부다. 영화에 대해 깊이 아는 걸 좋아하는 관객일지라도 결말은 물음표로 남겨두고 싶어 한다.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나 공개해 버리는 건 이런 호기심을 무너뜨려 아쉬움을 준다. 물음표는 물음표로 남겨두자. 잡아당겨 느낌표로 만들지 말고. 줄거리 재구성을 통해 핵심이 될 수 있는 내용은 숨기고 관심을 끌 수 있는 지점들을 포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줄거리를 보면 결말을 포함하거나 겉핥기식으로 적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화 리뷰는 영화라는 완성품을 가공하는 작업이다. 원 작품의 의미를 곡해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감성과 해석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글로 영화를 새롭게 보여줘라. 내 감정과 생각에 독자가 빠지게끔 만들어라. 영화는 타인의 것이지만 영화 리뷰는 자신의 것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해석과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느낌으로 글을 쓰면 글만 보고도 어떤 영화인지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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