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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ou Apr 19. 2017

 부활절 in 로도스(1) Good Friday

그리스 부활절 정교회 의식

낮에 도착하여 관광을 하기도 했지만, 우선 금요일 오후 일정부터 써보려고 한다. 부활절의 핵심이었으니까 하핫 오전에 너무 열심히 돌아다녔던 탓에 어디를 갈지 몰라, 어쩌다 보니 의도치 않았던 쇼핑을 시작하게 되었다. 성 금요일 행사가 11시 거의 다 되어서 시작하기 때문에 계속 밖에서 버텼다. 결국 안 그래도 저질 체력인 나, 밑창이 얇아 돌바닥 걷기가 힘들었던 금비, 나의 찡찡거림에 지쳤을 광민이와 은수는 맥도날드에서 잠시 뻗어 있다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우리가 있던 곳으로부터 조금 많이 걸어야 하는 곳이었지만,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압도적인 1위를 자랑하던 식당, TAMAM으로 향했다.

테이블 세팅이 너무 맘에 들었다. 광민이는 저 테이블 매트를 한 장 부탁해서 받아오고 싶다고 했는데, 나갈 때 즈음에는 까먹었다. 

또 인상 깊었던 것은 사장님의 넉살. 그리스인들이 유난히 넉살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우리 테이블에 같이 앉아 눈높이를 맞추어 주문을 받고 싶다던 아저씨의 마음이 따뜻했다. 요즘은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주문받을 때 퍼피독 자세로 무릎을 꿇고 받으라고 교육하는 한국의 레스토랑과는 다르게. 그냥 고객 유치용 서비스인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서비스인지 알 수 없지만 모든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스몰토크를 하시던 사장님. 자기 가게를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semi sweet 와인에 사과 두 조각. 배려가 넘치는 하우스 와인이다 :) 하우스 와인 치고 굉장히 맛있어서 더 시키고 싶었지만 후덜덜할 음식 가격이 걱정되어 한 잔으로 그만두었다. 

 정확한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치킨 샐러드, orzo 파스타, 등심+펜네, 새우 파스타. 과거의 직업병 때문에 음식을 먹으면 재료가 가장 눈에 들어오는데, 정말 프렙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새우 파스타의 새우는 이때까지 먹은 새우 중 가장 맛있었다. 간이 전체적으로 짜긴 했지만 그리스 음식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 가격이 조금 세다고 하여 걱정했지만 호갱이었던 우리는 일반 타베르나에서 이 정도 돈을 내고 먹었다. 그냥 3일 내내 여기 왔어도 될 뻔 했다. 후식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마스티하 한 잔. 사장님의 꼼꼼한 고객 관리, 직원들의 서비스 정신, 무려 6개의 팬을 잡고 있던 셰프에게 감탄하며 마지막까지 최고의 인상을 남겨주었던 이 곳에 나의 모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다리는 피곤하지만 행복한 식사를 마치고 나가니 이미 거리엔 행진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꽃상여도 발견!


십자가가 먼저 앞서고, 그 뒤를 상여, 동네사람들이 따른다. 성가를 부르기도 하고 몇바퀴 도는 것 같더니 교회로 향했다.

교회 앞에 도착한 상여. 여기서 잠시 멈춰 있더니 사람들이 상여 밑을 지나간다. 무슨 의식인가보다. 그 와중에 종탑에서는 계속 종을 친다.

가만 보니 교회 입구에 꽃 상여를 세워두고, 상여 밑으로 고개를 숙이고 교회에 들어간다. 한번 들어가볼까 했는데 줄도 너무 길었다. 언제 로도스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지, 교회 안팍을 메우고 있어 사진을 찍기에도 어려웠다. 

교회 안에 들어가보았는데, 다들 예배 준비중이라 사진을 찍기가 좀 민망했다 하하 그냥 계속 얼쩡얼쩡대다가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기로 했다.. 가던 와중에 또 다른 교회를 지나게 되어 그냥 열두시까지 계속 퍼레이드 볼까, 하고 우리도 길거리 상인들에게 초를 샀다. 처음엔 하나 2유로라고 하더니, 그리스어를 하니까 그리스어 하냐고 물어보더니, 3개에 5유로에 준다고 했다. 우린 네 명인데? 하니 4개에 5유로 받았다! 아니 첨엔 하나에 2유로였자나여!!! 작년엔 하나에 1유로에 샀던 것 같은데 뭐 그래도 괜히 싸게 산 기분이다. 하지만 결국 첫날 강행군으로 너무 힘들었던 우리는 동네 대충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가 기절해 잤다. 

나프플리오에선 다들 촛불 켜고 행진했었는데, 여기서는 그냥 몇명만 켜고다녔네 그러고 보니. 작년에 나프플리오에서 찍었던 짧은 클립. 그리고 다음 글은 아름다운 섬 시미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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