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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레어 Dec 19. 2020

그럼에도 메리 크리스마스

넷플릭스 영화 '크리스마스 연대기' 리뷰

거리마다 들려오는 캐럴,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 반가운 사람들과의 이어지는 연말 술자리, 빵집마다 경쟁하듯 내놓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들,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의 선물 교환. 매년 이 맘 때면 기분 좋은 분주함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한껏 들뜬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바꾼 2020년의 연말은 고요하고 외롭다.

다니고 있는 직장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되면서부터 근무를 하지 않고 있다. 아마 나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몇 년 사이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활발해지며 요즘같이 셀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시간을 때우기가 꽤 괜찮아졌다. 그리고 며칠 전, 여느 날처럼 오늘은 무엇을 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새부턴가 계속해서 추천 콘텐츠에 올라오는 '크리스마스 연대기'라는 영화에 눈이 갔다. 최근에 2편이 나왔다고 하고, 2편이 나왔다고 하는 걸 보니 1편이 어느 정도 괜찮았나 보다는 생각에 무료한 저녁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재생 버튼을 눌렀다.

Christmas must endure. 크리스마스는 계속되어야 한다.

산타를 믿지 않는 10대 남자아이 테디와 그의 귀여운 여동생 케이트. 물론 케이트는 산타를 믿는다. 엄마가 일 때문에 외출한 크리스마스이브 날 밤. 테디와 케이트는 산타가 선물을 두고 가는 모습을 녹화하자며 창고방에 몰래 자리 잡아 산타가 오기를 기다리며 잠이 들었는데 그곳에 정말 산타가 나타났다. 순록들을 이끌고. 산타의 썰매에 몰래 올라탄 테디와 케이트 때문에 놀란 산타와 순록들은 썰매 운전에 실패하며 거대한 선물 주머니를 도시 어딘가에 떨어트리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순록들 또한 어딘가로 사라진다. 어렵게 비상 착륙한 어딘가에서 산타는 테디와 케이트를 처음 제대로 마주하고 대화하며 선물 주머니, 마법 모자, 순록들 모두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지만 이내 무슨 상황에서도 크리스마스는 계속되어야 한다며 남매와 함께 길을 나선다. 산타가 과거에 선물 배달을 미처 하지 못했기에 일어났던 전 세계적으로 끔찍했던 사건들을 나열하며 그렇기에 크리스마스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처음에 크리스마스가 무엇이 그렇게 대단하냐며 부정적이던 테디 또한 산타와의 여정을 함께 하며 결국엔 그 누구보다 크리스마스를 살리기 위해 애쓴다.

Christmas spirit. 크리스마스 정신.

남매와의 크리스마스 구하기 여정 동안 산타는 시계처럼 생긴 도구를 통해 수시로 크리스마스 정신 수치를 확인한다. 산타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 때 주지 못하니, 사람들이 쉽게 우울해지고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하며 크리스마스 정신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수치가 10% 대로 떨어졌을 무렵 산타는 어떻게든 수치를 올려놓기 위해 주변에 있던 수감자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기까지 하는데 참으로 영화적인 전개이지만 그 장면을 보며 나의 크리스마스 정신 또한 순식간에 올라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므로 기억에 남는 기분 좋은 장면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캐럴이 들리고, 대놓고 산타클로스가 나오며 마구 '크리스마스'를 주입하는 영화 '크리스마스 연대기'이지만 마냥 기분 좋게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는 올해에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조금 다르게 들려왔다.

We can still save Christmas. 아직 크리스마스를 구할 수 있어.

모두에게 힘들었던 2020년.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어색해 보일 정도로 우리의 얼굴 절반을 가리고 다니는 것이 당연해졌다. 보고 싶은 친구들, 떨어져 사는 가족들과는 영상통화로 만남을 대신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사람들의 흥이 막 시작되는 무렵인 밤 9시가 지나면 무조건 문을 닫고 영업을 멈추어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카페에서 여유 있게 티타임을 가지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한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2020년을 보내는 마음이 참 복잡하다. 그저 지나가버린 1년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중요한 것들을 깨우치게 해 줘서 고맙기도 하다.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들 속에서 끊임없이 대처하고 적응해야 했던 모두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올해 연말에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가고 싶었던 곳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대 외롭고 추운 연말을 보내지 않기를. 어느 때보다 힘들었던 1년을 꿋꿋하게 버텨준 모두의 마음에 산타가 찾아가기를. 열심히 살아준 모두에게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은 우리 스스로가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당연한 것들이 다시 우리에게 주어지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사랑하고 믿는 마음을 지켜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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