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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Mar 19. 2021

[서문] 읽다 보니, 역사책

- 오늘을 보는 거울, 모든 것이 '역사'

[서문] 읽다 보니, 역사책

- 오늘을 보는 거울, 모든 것이 '역사(歷史)'



( 삼봉 정도전, [조선경국전] / [경제문감] / [불씨잡변] )



"천지는 만물을 생성시키는 것으로 본심을 삼으니, 이른바 만물을 생성시키는 마음이 바로 큰 '덕(德)'이다. 천하 만민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스럽게 얻는 것이 아니요, '도(道)'를 어기고 명예를 가하는 방법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그 얻는 방법은 오직 '인(仁)'으로써 가능하다."

- 삼봉 정도전, [조선경국전], 1395.



( 삼봉 정도전 (1342~1398) )

https://brunch.co.kr/@beatrice1007/129

https://brunch.co.kr/@beatrice1007/44


"천하 만민의 마음을 얻어" 새로운 국가 조선을 개국한 삼봉 정도전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의 신분차별적이고 사대적인 관점은 당대 시대의 한계로 친다. 민중을 세상의 기본으로 삼은 '인의(仁義)'의 정치로 고려왕조의 썩은 체제를 고치는 게 아니라 아예 싹 뒤집어 엎은 삼봉 정도전의 이념과 실천을 나는 우러러 본다. '군주제'의 당시 정치체제의 한계를 넘을 수는 없었으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공공성(公共性)'을 위해 진보적 사상으로 무장한 당시의 '사대부'의 집단지도체제로 왕조를 견제하고 줄곧 바로 세우려는 실천의지와 그 비타협적 정신은 빛난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통틀어 아시아, 아니 전세계 역사 속에서 정도전에 이르러 비로서 [대학]의 '3강령 8조목'이 현실에서 '혁명'적으로 실현된다. 공자의 '애민(愛民)정치'와 맹자의 '여민(與民)정치'를 기반으로 [대학]의 '3강령(明明德-親民-止於至善)'과 '8조목(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제가-치국-평천하:格物致知誠意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을 '관념'이 아닌 현실정치에서 실현했던 유일한 시도였다.

이후 정암 조광조 같이  정신을 이어받은 진보적 사대부들과 대간(臺諫)들은 모두 인류의 '역사(歷史)' 거울로 삼아 절대권력을 가지려는 왕조와 충돌하고 왕권을 견제했다.

'정관의 치세(貞觀之治)'를 이뤘다는 당태종은 "위징(魏徵)이 있었더라면 고구려 정벌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단다. 서쪽의 돌궐을 멸한 자신감으로 무리한 고구려 동벌을 감행하다가 실패한 일을 후회한 것인데, 깐깐한 위징이 살아 있었더라면 '역사'에 빗대어 '범안감간(犯顔敢諫)'으로 극렬 반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십대에는 철학이나 문학에도 관심을 잠시 가졌더랬다. 소설을 쓰고 싶어 이런 저런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내 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지금껏 읽은 책들을 독후감식으로 정리해 왔다. 남이 아닌 내가 다시 읽고 그 책을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정리한 글만 다시 읽으면 그 책 전체의 내용이 상기되도록.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 다시 생겼을 때 나는 감히, "책 읽어주는 노동자"를 자칭했다. 다소 오만하지만 진심이었다. 남이 내 글을 읽고 같은 생각을 하기를 바랬다.


그렇게 일년 간 읽고 쓰고, 또 읽고 또 쓰기를 반복하면서 깨달았다. '문사철(文史哲:문학-역사-철학)'은 결국 모두 '역사(歷史)'였다.

정도전이 살았던 시절에는 '공공성'의 상징이 '군주'였을지 모르나, '현대의 군주'인 다수 민중을 위하면서 '포퓰리즘'을 견제하는 거울은 바로 '역사(歷史)'라는 생각을 한다.

[자본론]에도, 미술이나 소설, 전쟁이나 음식에도, '역사'가 깃들어 있으며, 우리가 자욱한 안개를 걷고 나아갈 방향을 보여준다.




"만물을 생성시키는 것"을 '본성'으로 하는 이 세계 자체가 '역사(歷史)'다. 모든 것이 생기고 자라고 변하는 '만물유전(萬物流轉)'은 '역사'의 다른 말이다. 오늘의 나를 비추는 거울인 '역사'는 내일의 우리를 전망케 한다.


이 세상 모든 책은, '역사책'이다.


***


- [삼봉집(三峯集) - 2], 정도전, 정병철 편저, <KSI한국학술정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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