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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Apr 03. 2018

나만의 공간에 파리를 옮겨 오다

파리지앵 인테리어 01

* '파리지앵 인테리어' 시리즈는 2016년에 연재를 시작했다가 중단됐던 셀프인테리어기의 2018 리부트 버전입니다.


나만의 공간에 파리(Paris)를 옮겨 오다


파리는 나의 꿈이었다. 예술가가 되어 파리지앵으로 사는 것, 이른 아침 집을 나서 몽마르트 언덕으로 향하는 것, 저녁이 되면 샹젤리제 거리에서 사랑하는 이 - 줄리에뜨 비노쉬나 소피 마르소를 닮은 - 를 만나는 것이 고등학교 1학년 불어 수업 시간에 남몰래 품은 나의 꿈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흘러, 예술가 흉내는 낼 수 있게 되었지만 파리지앵은 아직 되지 못했다. 당장의 월세 보증금을 걱정해야 하는 서울러가 되었을 뿐이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서울러’가 되는 것이 간절한 꿈일 수도 있겠다.  


2016년 가을, 드디어 파리에 다녀왔다


소피 마르소가 머물던 영화 속 파리의 공간들은 어린 내게 큰 인상을 남겼다

 

나카야마 미호 주연의 영화 <새 구두를 사야해>를 본 날 밤이었다. 당시 내가 살던 경기도 파주 집의 창 밖에는 세상을 지울 듯이 폭설이 내리고 있었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파리로 갈 수 없다면, 파리를 내게 오게 해야겠다고. 나의 파리지앵 인테리어는 그날로부터 시작되었다. 다음 해 여름, 나는 2년이나 남은 파주 집의 계약을 파기하고, 한국에서 가장 파리를 닮은 공간 서울 연남동으로 이주했다. 앞으로 펼져질 이 이야기는 연남동에서 4년 동안 머물며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스스로 나만의 공간에 조금씩 파리를 옮겨온 이야기이다.  


 

연트럴파크라 불리기 이전의 연남동 거리
나만의 공간에 옮겨온 파리






weekly interior point | 파리지앵 인테리어?



현대 건축 디자인이 프랑스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바로, 아파트의 창시자)로부터 시작된 것처럼, 현대 인테리어 디자인도 프랑스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바로 샤를로뜨 뻬리앙이다. 샤를로뜨 뻬리앙은 산업화(기계화) 시대의 미학을 가구 등에 접목하는 것은 물론, 인간의 문화와 자연을 한 공간 속에 조화시키는 것을 추구했다. 르 꼬르뷔지에의 ‘집은 생활을 위한 기계’라는 명제 속에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그녀의 인테리어 철학은 수많은 파리지앵들에게 영감을 선사했고, 오늘날 파리지앵 인테리어의 기틀을 이루었다.  


인테리어뿐 아니라, 건축 - 가구 - 패션 디자이너로 및 포토그래퍼로도 활약한 샤를로뜨 빼리앙. 어쩌면 그녀가 곧 ‘파리’다


상세한 내용은 앞으로의 연재해서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파리지앵 인테리어의 기초를 간단하게 소개한다. 파리지앵 인테리어의 핵심 구성 요소는 색, 빈티지, 예술, 그리고 꽃이다. 이 네 가지 요소를 다음의 질문을 통해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곧 파리지앵 인테리의 기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 벽과 가구의 색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2. 어떤 역사를 지닌 가구와 소품을 배치할 것인가.  

3. 마음을 끄는 그림이나 사진이 내게 있는가. 

4. 꽃이나 식물과 함께 생활할 준비가 되었는가(= 귀차니즘과의 승부에 이길 자신이 있는가). 



모던과 빈티지가 자유롭게 뒤섞인 파리지앵 인테리어


프랑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파리지앵의 공간, 색, 빈티지, 예술, 꽃에 주목해보길. 각각 아멜리에, 다가오는 것들, 라비앙로즈의 장면


이 네 가지 요소만 있다면 여러분이 사는 어느 곳이든 파리지앵의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주거 공간이 르 꼬르뷔지에의 철학에 충실하기에 우리는 이미 기계의 몸통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파리지앵의 감성만 옮겨 온다면 우리 모두는 샤를로뜨 빼리앙이 될 수 있다. 




* 이 칼럼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HAGO와 함께 합니다.

새로운 칼럼은 매주 금요일마다 HAGO Journal 란에 선공개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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