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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Apr 07. 2018

먼저 화가가 되자

파리지앵 인테리어 02


셀프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당신, 먼저 화가가 되자 


 

에스프레소잔 크기 밖에 되지 않는 자취방이나 고시원을 전전하던 20대 시절의 내가 거주 공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테리어는 영화관에서 나눠주는 무료 포스터를 붙이는 것이었다. 분명 포스터를 붙이는 순간에는 흡족한 기분을 느꼈는데, 어째서인지 그 시절에는 집보다 예쁘고 깔금한 카페에 더 오래 머물렀다. 30대가 되어 나름 직장인이 된 뒤에야 블로그에 사진이라도 한 장 올릴 수 있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시도는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간다는 북유럽 인테리어였다.  

 



북유럽 인테리어(위2)와 파리지앵 인테리어(아래2)의 온도차. 북유럽 인테리어에는 쉼의 가치가, 파리지앵 인테리어에는 표현의 가치가 좀 더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영감을 얻어, 경기도 파주에서의 북유럽 라이프를 즐기던 나는 1년도 채우지 못해 곧 싫증을 느끼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나의 영혼 속에는 노르웨이의 베르겐 항구가 아니라 프랑스 파리 몽마르뜨 언덕의 바람이 잠자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이끌려 서울 연남동에 도착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다.  


 

셀프 인테리어 전 낡고 허름했던 연남동 집


셀프 인테리어를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먼저 화가가 되어야 한다. 화가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무엇을 그릴지 생각하고, 스케치를 한 뒤, 세부 묘사를 하고, 색을 칠한다. 셀프 인테리어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어떤 공간을 만들지 생각하고, 가상 도면을 그려본 후, 세부 공간 기획을 하고, 색을 칠한다. 나는 연남동의 텅빈 캔버스를 마주하고 돌아온 뒤 일주일 가량 열심히 파리와 관련된 인테리어 서적을 탐독하고, 공책 한 켠에 드디어 나만의 파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직접 그린 파주(위)와 연남동(아래) 집의 가상 도면. 전국의 수학 선생님께는 죄송하지만 수학시간에 낙서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려보자

 



 

weekly interior point | 공간 화가로서의 심미안을 깨워줄 인테리어북 


 


내가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결정하는 것과 가상 도면을 그리는 일은 의외로 중요하다. 바로 이 과정을 통해 인테리어의 기본 바탕이 되는 (벽지 또는 색)과 바닥(장판, 데코타일, 마루, 대리석 등), 큰 가구(옷장, 냉장고, 책장 등)의 배치 등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번 정하고 나면 사는 동안 바꾸기가 몹시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 좋다. 머릿 속 상상만으로는 어렵다. 실제로 보고, 실제로 그려봐야 한다. 당장 떠오르는 것이 없다면 기존의 좋은 사례를 그대로 모방해보는 것도 좋다. 이번 주는 여러분을 공간의 화가로 만들어줄 국내 주요 인테리어북 다섯 권을 소개한다. 

01 신경옥 <작은 집이 좋아> | 고백한다. 신경옥, 이분은 최고다. 국내 홈스타일링계의 김연아다. 나는 이 책보다 더 독창적이고, 아름다우며,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은 인테리어 서적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02 다키우라 데쓰 <파리의 작은 집 인테리어> | 아파트의 기원이 된 파리의 공동주택은 넓지 않다. 덕분에 이 책에는 우리의 주거 환경에 안성맞춤인 홈스타일링 아이디어가 가득 담겨 있다. 눈호강은 덤이다. 


03 크리스 캐슨 마덴 <그. 여자의. 방> | 차기 미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오프라 윈프리 등 37인의 여성 화가(홈스타일리스트로서)들이 머무는 공간과 삶의 이야기가 닮겨 있는 책. 낭만과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준다. 




04 네이선 윌리암스 <킨포크 홈> |  ‘슬로 라이프’라는 킨포크 매거진이 지향하는 삶의 형태를 담은 다섯 대륙의 서른다섯 개 공간이 담겨 있다. 삶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삶을 만든다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05 블루 스튜디오 <내집, 내 취향대로> | 파리지앵 인테리어의 핵심적인 정신은 ‘자유와 조화’다. 이 책에는 제멋대로, 하지만 조화롭게 공간을 구성해내는 일본인들의 다양한 파격과 일상미학이 담겨 있다. 





* 이 칼럼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HAGO와 함께 합니다.

새로운 칼럼은 매주 금요일마다 HAGO Journal 란에 선공개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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