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평론가 홍수정 Oct 20. 2024

떼로 모아 쌈 붙이는데 재미들린 넷플릭스

코미디언들의 서바이벌 <코미디 리벤지>를 보고 

<코미디 리벤지> 예고 캡처

이미 얘기했던 것처럼, 고정된 연출 스타일은 없으나 투자할 돈은 많은 넷플릭스는 최근 유명인들을 떼로 모아두고 서바이벌을 여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뭐, 어쩌면 이것 자체가 연출 스타일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지. 


<코미디 리벤지>에서도 이런 방식은 여전해서, 문세윤, 박나래, 이용진, 황제성, 김경욱, 신기루, 이창호, 김해준, 엄지윤, 박세미 등 그야말로 내로라하는 코미디언들이 대거 출연한다. 넷플릭스가 아니면 지금 어느 플랫폼이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경연을 펼칠 수 있을까. 


콘테스트 참가자 중 첫 번째로 소개되는 것이 이진호(...)이다. 물론 방영 직전에 사건이 알려져 편집이고 뭐고 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지만, 이걸 그대로 내보내는 넷플릭스의 태도도 그간 우리가 보아 왔던 방송사 등과 사뭇 달라 흥미로웠다. 


<코미디 리벤티> 예고 캡처

서바이벌의 룰은 꽤 잘 짜여 있다. 라운드마다 겨루는 종목이 다르다. 로스팅(조롱), 임프립(상황극), 캐릭터쇼 등 코미디언의 자질을 겨룰 만한 종목으로 구성됐다. 출연진의 개그나 편집도 눈살 찌푸릴 정도로 무리한 부분이 없어서 보기 편하다. 비슷한 포맷의 <코미디 로얄>을 제작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진짜로 코미디의 왕을 가늠하기에 이 시리즈는 너무 짧고 라운드도 부족하다. 그러나 적어도 대결 종목은 납득 가능하며, 반칙 혹은 출연자 편애도 보이지 않는다. 


<코미디 리벤지> 예고 캡처(좌)와 이경규의 <복수혈전>(우)

여기에서 또한 돋보이는 것은 이경규의 포지셔닝 능력이다. <코미디 로얄>에서 4명의 마스터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코미디 리벤지>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부여받는다. 사실상 '코미디 리벤지'라는 제목부터 컨셉까지 그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복수혈전>을 떠올리게 만든다(이 영화 아시는 분?). 


그는 참가자의 개그에 대한 평가를 주도하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경규를 웃겨라'는 코너에 출연해 사실상 우승자를 결정짓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것이 출연진의 입장에서 공정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개그 능력을 넘어 코미디계 대부로 스스로를 포지셔닝하는 이경규의 능력은 남다른 것이라 할 것이다. 



<코미디 리벤지>는 다른 서바이벌에 비해 큰 이목은 못 끌었지만 (먼저 시작하고 끝난 <흑백요리사>보다 순위가 낮음), 또 박장대소할 정도도 아니지만, 완결성이 좋아서 편하게 즐길 만한 작품이다. 써놓고 보니 약간 돌려까기 같은데 그건 아니고 정말 괜찮게 보았다. 


그리고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비롯해 서바이벌 프로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이렇게 유명인들 다 모아서 싸움붙이는 식의 예능은 한동안 넷플릭스에서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지금 한국의 공포를 건드리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