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화평론가 홍수정 Feb 27. 2022
마치 상온에서 서서히 식어 굳어버린 크림 스프처럼. 미지근하고 끈적하게 굳어버린 느낌이다. 아이 맛없어, 퉤. 깨진 유리 단면처럼 위험하던 감성은 어디로 갔을까.
최근에는 감정이 안정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불안하고 답답하던 시기를 벗어나,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비교적 잘 아는 시기를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다는 점은 미처 몰랐지. 이리저리 모나고 삐뚤어졌던, 그래서 더 사랑했던 나의 모서리들.
제 발로 안정을 찾아왔으니 억울할 건 없지만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달콤한 케이크를 먹으며, 몽글몽글한 음악을 들을 때. 그래서 어떤한 요동도 없이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커다란 좌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내 안의 소용돌이, 무언가가 부글부글 들끓어서 어떤 것을 보아도 어떤 것을 들어도 쏟아내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왜 나는 하고싶은 말이 없는 것인가. 자꾸만 멍청해져서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