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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평론가 홍수정 Sep 19. 2022

<작은 아씨들>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작은 아씨들> 등장 인물 사진

바로 이분이다. 원상아(엄지원).

드라마를 보기 전, 누가 가장 눈에 들어올까 궁금했다. 세 자매 중 한 명? 아니면 고모할머니? 이 여인을 발견한 건 기분 좋은 반전이다.


그녀는 아름답고 우아하며 계산적이고 뒤틀렸다.

늘 매끈매끈한 말투와 귀여운 웃음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그 덕에 그녀가 있는 자리는 늘 분위기가 화사하다. 그러나 그 화사함에서 어딘가 모를 위압감이 흐른다. 좌중을 부드럽게 포옹하며 서서히 질식시켜 버릴것만 같은 달콤한 위압감.

 

그런 면에서 그녀는 푸른 난초와 닮았다.

그림 같은 외모도, 우아한 분위기도 어딘가 아슬아슬한 것이다. 그녀는 시릴 듯 투명하고 얇은 유리같다. 홀릴 듯 아름답지만, 실수로 깨는 순간이면 날카로운 조각으로 되돌아와 피흘리게 만 것이다.


그녀가 구사하는 언어는 이쁘고 심플하다.

"인주씨는 나쁜사람 아니에요."

자기 사람을 감싸는, 어여쁘고 단순하며 지시적인 말투.

이것은 지적인 단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박재상(엄기준)의 언어와 비교된다. 혹은 자신의 처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곤 하는 오인주(김고은)의 말투와도.

그녀가 이렇게 예쁘고 심플한 언어를 구사하는 이유는, 그렇게 말해도 되기 때문이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알아서 일을 처리해주고 누구도 자신에게 토달지 않는 환경에서 그녀는 자랐다. 고상하게, 적당적당히 말해도 의사소통에 문제없는 그런 곳. 그곳은 (이 드라마가 자주 언급하는) 높고도 밝은 곳일테다.


그녀는 예쁜 소시오패쓰같다.

인주에게 막내 동생이 그린 우울한 그림을 보여주고(그림 속에서 인주가 쓰러져 있음), "동생들 말고 자기 자신부터 챙겨라"며 포근하게 안아준 다음, 뒤돌아서 인주의 뒷조사를 지시하는 상아의 모습은 소시오패쓰의 바이블같다.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히고, 나약해진 상대를 위로하며 방어를 제거한 다음, 뒤에서 조용히 칼을 갈며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녀는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며 늘 화사하게 웃는다.


이런 캐릭터를 가뿐하게 소화하는 엄지원의 연기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내게 엄지원은 특유의 인형같은 외모와, 우아한 동시에 예민할 거 같은 인상,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비극성(비극의 여주인공 같은 느낌)이 독특한 배우였다. 늘 자신의 개성과 포텐셜을 백프로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녀는 드디어 자기 옷 같은 역할을 맡았고, 구름 위를 날아다니듯 산뜻하며 묵직하게 자신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엄지원이 연기하며 르륵 웃는 모멘트가 너무 좋. 예전 만화책에서 보던 이쁘고 못된 지지배의 전형 같애.. 엄지원이 연기하는 원상아의 매력을 보기 위해 매 화를 즐겁게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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