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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Nov 03. 2017

지금 카페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커피, 이야기가 되다.

2017년 7월 25일.

커피와 카페에 관한 글을 쓰는 재미에 빠져서 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마지막으로 글을 남긴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초겨울 같은 날씨에 몸을 움츠리며 카페로 들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지나고 보면 시간은 참 빠르게 간다. 

글을 쓰려고 브런치에 로그인을 하려는데 내가 아닌 누군가가 서울에서 접속하려 했다며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한다. 하도 오랫동안 로그인을 안 해서 원래 사용하던 비밀번호가 기억이 안 나 한 참을 헤맸다. 


로그인을 해 보니 신기한 일이 나를 반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지난 3개월의 시간 동안 독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커피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을 가진 음료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독자들이 하나둘 늘어가는 동안 나는 커피에 관한 글을 쓰지 않았지만 지난 몇 년간 그래 왔듯이 늘 카페에서 커피를 볶았고 손님들을 위해 커피를 내렸다. 커피에 관한 더 많은 경험을 쌓아가면서도 글을 쓰지 않았던 것은 글쓰기보다 재미나는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커피난다는 나를 이렇게 살아가게 하는 공간이다.

지난 3개월간 나의 호기심 레이더에 걸린 것은 ‘뻥튀기’이다. 나는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먹는 뻥튀기가 쌀이 아니라 밀가루로 만들어졌다는 손님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도 어이가 없어 뻥튀기의 역사를 들여다보던 나는 우리의 좋은 먹거리를 세계적인 과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책임감을 느끼기에 이르렀고 그 일에 빠져서 살았던 것이다.

커피난다에 오는 손님들은 특이한 경험을 한다. 주인이 카페에서 커피만 팔면 될 일인데 커피와 전혀 상관없는 엉뚱한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카페에 있다 보면 나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카페를 원두 판매점처럼 운영하고 메뉴라고는 핸드드립 커피 하나뿐이다 보니 손님들이 카페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다. 이런 상황은 카페에서 나의 시간을 많이 가지기를 원했던 고민의 결과다. 지나는 길에 들어오는 낯선 손님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알고 지내는 단골이거나 소개를 받아서 오는 손님들이라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한 시간 혹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정해서 일을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많은 시간을 갖는 동안 손님들에게 조금 더 혜택을 주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커피 교육도 활성화하고 카페에 참여하는 기회를 늘리면 좋겠다고 말하는 손님들도 있다. 물론 지금부터 늙어서 죽는 날까지 커피 하나만 집중하면 동네에서 커피 장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가지 일만 하며 살고 싶지 않다. 커피는 내가 살아가는 동안 만난 수많은 일들 중의 하나일 뿐 특별히 대접받아야 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카페 창업에 대해 문의를 오는 손님들에게 카페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본다. 어떻게 커피를 내려 판매할 것인지 묻는 것이 아니라 카페에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어보는 것이다.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판매하는 천편일률적인 카페는 이미 세상에 넘쳐나는데 굳이 그렇게 하라고 조언을 할 이유가 없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 혹은 제일 잘 하는 일을 하며 사는 공간. 나는 그것이 카페를 하는 목적이 되기를 바란다. 커피는 일과 자신 그리고 손님을 이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카페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질문이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손님을 받고, 커피를 팔고, 이윤을 남기는 일 외에도 카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을 나는 발견했다. 그래서 커피난다는 손님이 없을 때가 제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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