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가 되다.
로스터리 카페를 운영하면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커피와 카페에 관한 많은 전문서적들이 출간되어 있고 필자 또한 커피를 주제로 한 저서를 몇 권 집필하였지만 우리의 일상을 커피라는 음료로 녹여내듯 진솔하고 친근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또 하나의 작은 결실을 맺었다.
이전의 집필 과정에서 핸드드립 커피와 카페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다루었기 때문에 적절한 소재가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커피 한 잔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손님들의 모습과 커피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은 내게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져 주었다.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적는 동안 우리의 일상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으며 변화무쌍하고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고 커피와 함께 해서 더 행복했다.
커피를 가까이한다는 것은 어렵거나 복잡한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커피는 바쁜 일과 중에 잠시, 집중하고 싶을 때, 위로받고 싶을 때, 누군가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부담 없이 곁에 둘 수 있는 독특한 향기가 나는 음료일 뿐이다. 인간이 스스로 만든 복잡한 제도 속에 갇혀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커피라는, 자연이 우리에게 아낌없이 준 선물을 비교의 산물로, 형식의 굴레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우리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술의 취기로 만용을 부리고 날 선 감정으로 상대의 마음을 상처 내지 않으면서 따뜻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커피를 가까이하면 된다. 커피는 마음의 문을 여는 음료이기 때문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커피를 멀리하거나 나이가 어려서 마시지 못하는 경우는 있지만 커피 향기를 싫다고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여행 중 드넓은 바다를 만난 것처럼 커피는 향기만으로도 우리를 웃음 짓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이미 커피를 만난 여러분이 욕심꾸러기가 아니라면 단 한 잔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더 열심히 커피 나눔을 실천해야만 한다. 그것이 커피를 만난 사람들의 운명이다.
카페에서 일기를 적듯 쓴 글이라 주관적인 생각과 편견이 독자들에게 불편을 줄지도 모르겠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널리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2018년 6월.
‘커피, 이야기가 되다’ 연재를 마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