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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난다 Nov 15. 2019

예가체프 이디도 그리고 아다도

커피, 이야기가 되다.

2년 가까이 인기를 끌었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이디도 내추럴(Ethiopia Yirgacheffe Idido Natural)의 판매를 종료하고 아다도 내추럴(Ethiopia Yirgacheffe Adado Natural)을 로스팅 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예가체프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의 커피도 일정기간 판매를 한 후에는 되도록 새로운 농장의 커피로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커피의 향미를 경험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그럴 때마다 라벨 작업과 쇼핑몰 상세페이지 디자인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지만 그게 나의 직업이니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디도 내추럴도 몇 달간 만 판매하려고 로스팅을 시작했다. 그런데 손님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상당히 오랜 기간 커피난다와 함께 했다. 기존에 판매하고 있던 예가체프 워시드 커피와 향미를 비교할 수 있어 유익했을 뿐만 아니라 베리향이 매우 풍부하고 신선했으며 단맛이 좋았다. 그리고 내추럴 커피에서 결점으로 볼 수 있는 두리안과 같은 과발효 된 과일의 향미가 거의 없었다. 후미에서 살짝 느낄 수 있는 엿기름(Hint of Malt)의 노트는 장점과 결점의 경계선에서 밀당을 하는 것 같았다.

손님들이 이디도를 무척 좋아했고 커피난다의 시그니처 원두처럼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생두 공급업체와 오랜 시간 거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예가체프 내추럴 커피는 이디도 하나로 밀고 나갔다. 하지만 올 초 뉴 크롭의 확보가 조금 늦어지고 있다는 업체의 말을 듣고는 그런가 보다 생각했고 아쉽지만 2017년 생산된 생두(2018년 크롭)를 넉넉히 구입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다 8월경 생두가 바닥이 나서 업체에 전화를 했더니 이제 이디도 생두 수입 계획이 없다고 한다.

‘업체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라고 이해하려 했지만 공수표를 날린데 대해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기에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뉴 크롭을 기다리던 소비자들과 납품처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쿨~’하게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사설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무방비 상태에서 익숙하던 것과 헤어지게 된 나는 이디도를 대체할 수 있는 커피를 찾아 나섰고 최종적으로 코케 허니아다도 내추럴을 두 손에 들고 고민을 했다. 코케 허니는 에티오피아에서는 흔하지 않은 허니 프로세싱으로 가공된 커피였는데 이디도의 향미와 가장 비슷했다. 그에 비해 아다도 내추럴은 향미가 확연히 달랐다. 나는 이디도를 만나기 이전처럼 향미가 다른 커피들을 바꿔가며 로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결국 아다도 내추럴을 선택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혼란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다.

“이디도가 그리워요.”

“아다도는 영 아니네요!”

“아다도? 하하하! 이디도 짝퉁이에요?”

아다도 농장에서 열심히 커피 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섭섭할까? 아다도 내추럴은 재스민과 같은 꽃향기, 자두와 같은 핵 과일의 신맛과 단맛이 포인트다. 이디도 내추럴처럼 딸기향이 강하지는 않지만 복합적인 꽃과 과일 향미가 우수하고 후미가 매우 깔끔하여 클린 컵에서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선명하고 풍부한 딸기 향과 단맛을 가진 이디도 내추럴에 익숙했던 고객들은 아다도 내추럴을 마셔보면 뭔가 심심하다는 생각을 할만하다. 하지만 아다도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듯 단번에 콕 집어낼 수 없는 다양한 향미를 품고 있는 것이 매력이다.

커피는 ‘다르다는 것에 대한 존중’이라고 늘 말해왔던 나는 고객들이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유혹에 빠지는 모습을 보며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변심이라는 것은 소비자들이 취할 수 있는 많은 행동 중의 하나인 것을.

나는 최근에 미국 생두 업체에서 이디도 내추럴 뉴 크롭을 찾았다. 샘플 로스팅과 커핑을 해 보니 집 나간 그 이디도가 확실했다. 하지만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새로운 뉘앙스의 커피를 찾고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지만 요즘은 그런 디테일은 잠시 접어두고 ‘세상의 모든 커피가 커피’라는 생각을 하며 살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이디도 내추럴 G3

Idido, Yirgacheffee district Gedeo Zone

Sun-dried on African drying beds

Strawberry, Peach, Blueberry, Cocoa, Honey, Medium body


*에티오피아 아다도 내추럴 G1

Adado, Yirgacheffee district Gedeo Zone 2400m

Sun-dried on African drying beds

Floral, Jasmine, Plum, Tropical fruit, Mango, Raisins, Brown sugar, Clean cup


*위의 커피들을 1차크랙 후반까지 로스팅하여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커피의 향미는 개인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으므로 글 속의 향미평가가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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