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반찬가게에서
일주일에 한 번은 동네 반찬가게에서 찬을 구입하거나 온라인으로 먹거리를 주문한다.
대부분 국, 찌개 등이고 마른반찬은 자주 구입하지 않는다.
이렇게 된 게 최근 4~5개월 즈음된 것 같다.
지난 4월 고모님이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꽤나 상심이 크셨다.
아버지는 5남매의 맏이인데, 돌아가신 고모님은 막내 동생이었다. 팔순이 넘어도 막냇동생은 막내다. 소리 내어 울지도 속상한 마음을 크게 내비치진 않았지만 크게 상심한 표정과 어깨는 감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장례식과 장지까지 따라갔다가 함께 돌아온 후부터는 부모님의 먹거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반찬을 매일 만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머니께 해달라 재료를 사다 드려도 이젠 살림 따위 귀찮아진 지 오래라 시큰둥하셔서 반찬을 사다 나르기 시작한 지 이제 4~5개월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오아시스, 마켓컬리, 쿠팡, 한살림에서 판매하는 간편식으로 시작했다. 온갖 된장찌개와 갈비탕, 설렁탕을 사다가 냉동고에 보관했고, 제철과일과 토마토가 떨어지지 않게 세심하게 냉장고를 살피고 필요한 먹거리를 구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심지어 계란과 두부는 정기배송 했다.
그러나 4~5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원점이다.
조리가 간편한 음식이 편하긴 하지만 매끼를 먹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대량으로 조리된 국과 찌개는 어르신이 드시기에는 좋은 음식은 아니었다.
어떤 건 기름기가 너무 많았고 또 어떤 건 짜고 맵고 달아서 입안이 깔끔하지 못했다.
판매하는 음식 대부분은 대중의 입맛에 맞춘 것이기에 건강한 음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에게 더 이상 반찬을 사지 말 것을 부탁했다.
지난 4~5개월의 노력이 무너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 시간 동안 편리한 먹거리를 맛보았고, 부모님의 입맛 을 알았으니 꽤 괜찮은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가 걱정이다.
냉장고에서 금방 꺼내먹을 것들이 없어질 테니
이젠 어떤 먹거리를 사다 날라야 하나...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