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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Dec 30. 2023

세대전쟁 in 스웨덴

13-3. 베테른 호수와 귀리 우유 'Oatly!'와의 관계?

그 이름 자체가 스웨덴어로 '물(vatten)'을 의미한다는, 우리나라 제주도보다 큰 호수 베테른(Vättern).


호수의 북서쪽에 있는 호수인 Unden과 Viken에서 발원한 강줄기를 따라 Karlsborg에서 유입된 물은 동쪽 Motala시 방향으로 배출되어 그 줄기가 '예타 운하(Göta Kanal)'의 루트가 되는 이 거대한 호수는 깊이만 128m에 달하며, '베테른 연어(Vätternlax-실제로는 민물이라 송어)'를 포함 30종에 가까운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 그 주변에 많은 도시들이 12세기 이전부터 형성되어 있다. 

호수 남쪽 도시인 Habo의 목조 성당(현재 모습은 1723년 이후 디자인)


이러한 압도적인 크기를 이용해 1966년에는 남쪽의 Jönköping을 출발해 Gränna-Motala-Askersund-Karlsborg-Hjo-Habo를 거쳐 다시 Jönköping에 이르는 총 420km의 '베테른 일주(Runt Vättern) 사이클 대회'가 개최되어 647,744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 경주를 치르기도 했고(아래 그림 참조), 


1999년 스웨덴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고 이후 2014년까지 세계 최정상 7좌의 등반에 성공한 최초의 스웨덴 여성 탐험가이자 세계 여성 탐험가 25인에도 선정되었던 Renata Chlumska가 즐겨 찾는 등 스웨덴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레저의 천국으로도 알려진 호수이기도 하다. 주변에 골프클럽만도 18개가 조성되어 있기도 하고, Huskvarna는 '특히 남서풍이 불 때 최고'라는 패러글라이딩의 성지라고도 한다.

 

"야, 정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니 사이클, 카약, 골프, 패러글라이딩... 놀기에 천국이네~"


"아, 그런데, 이 호수의 가치는 단순히 그런 레저에 국한되지 않아.


비싱쇠섬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Gränna에서 스웨덴을 대표하는 과자인 '크네케브레드(crispbread, 호밀 비스킷)' 등 친 기후(climate-smart) 식품을 판매하는 기상학자(아휴 설명하기도 길어 ㅠㅠ) Joel Mellin에 따르면, 베테른 호수는 '내륙의 바다'와 같아서 가을에는 천천히 냉각되고 봄에는 천천히 따듯해진다고 해. 

크네케브레드(Crispbread) - 우리나라  누룽지와 비슷하다

그 결과 여름에도 호수 주변은 온화한 기후를 유지하며, 여름 직전에는 오히려 썰렁할 때도 있어 5~6월에  호수 수면 위의 공기는 육지와 달리 차갑대. 이로 인해 호수 위의 구름의 형성이 더뎌져서, 호수 한가운데 위치한 비싱쇠섬의 경우 화창한 날씨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하지.


반면, 가을인 9~10월은 베테른 호수가 열을 그나마 가지고 있어 비구름의 형성에 영향을 주어 호수의 서쪽이 동쪽보다 더 강수량이 많게 하고, 겨울에는 호수의 열증기와 찬 공기가 만나 소위 '베테른의 눈(snow)'도 내리게 하며, 봄철에는 안개가 오랫동안 끼게 하거나 온도차를 발생시키기도 해."  



"그런데 이 호수도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기후 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을까?"


"여기라고 예외겠어? 이 큰 호수도 온도 상승 추세가 과거에 비해 빨라지고 있고, 눈이 내리는 날도 많이 줄었다고 하는군. 과거 이 호수에 얼음이 얼면 자동차로 건널 수 있었는데 80년대 이후로는 거의 그런 적이 없고, 눈 내리는 날도 많이 줄었다고 하는군. 2018년에는 호수 일대를 극도의 건조한 여름으로 만들기도 했대."


"그럼 스웨덴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힘들었겠는데?" 


"Joel Mellin은 강의 때마다 자신의 메시지는 명확했다고 해. 이러한 변화에 대해 '평소와 다름없이 대처해서는 안된다(Business as usual is not an option)'라고 하면서, 적응해 나갈 것을 강조했대. 자신의 경우에도 혹독한 환경에도 뿌리를 기존 밀보다 깊게 내려 강한 생존력을 가진 귀리(Spelt)를 이용해 빵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2018년 베네른 호수 일대의 극심한 건조로 인한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거지."


"귀리? 스웨덴 하면... 왜 그거 있잖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귀리 우유'! 오틀리! 우리나라에도 들어온."


"아~ 스웨덴이 척박한 땅이라 '귀리'나 키우는 줄 알았더니,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그걸 산업경쟁력에 도모하는 깊은 뜻이 있었군. 소를 통해 짜는 우유보다 온실가스 배출도 줄인다고 하면서!"      


"그래... 적응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계속 그렇게 호수를 내버려두는 것도 좀..."



"아... 내버려두진 않았어. 스웨덴의 호소학자(湖沼學者, limnologist) Friederike Ermold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베테른 호수의 온도는 2도 상승했다는데 이것은 세계 다른 지역 호수들과 비슷한 수치라고 해. 다만, 이 호수가 깊이가 128m에 달하고 수심 30~40m 이후에는 여전히 차가운 온도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대."


"오, 그래? 그럼 내버려둘만하구먼."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두진 않지. 왜냐면 이 호수는 워낙 크다 보니 물의 회전율(turnover)이 좀 길어 60년마다 이뤄진대. 자칫하면 고인 물이 되기 쉬어 부영양화(eutrophication)나 독성물질이 유입될 경우, 이 호수를 식수로 삼는 인구만 30만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거든. 


실제로 20세기 중반 그런 일이 발생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고, 개인, 어업단제, 지방정부는 물론 유럽연합(EU)까지 힘을 모아, 1957년 '베테른호수 보호연맹(Vätternvårdsförbundet)'이라는 NGO를 설립하기에 이르지. 여기에는 베테른 호수 유관 지방정부 및 의회, 어업협회, 농업/입업/산업 및 군까지 포함되어 호수 전역에 대한 환경 감시를 최우선 업무로 다루고 있어. 


구체적으로는 기존 고유 어종 중에 찬물에 익숙한 물고기들이 줄고 따듯한 물에 내성이 강한 어종이나 외래어종이 늘고 있어 스웨덴을 대표하는 민물 갑각류인 가재나 2년 차 연어 치어(smolt)를 방생한다던지, 수질 검사를 통해 독성물질이나 미세 플라스틱 등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해."

호수의 중서변에 위치한 600년 이상된 도시 'Hjo'의 전경


"그래... 지금까지 보니까 스웨덴의 발원지 중 하나인 베테른 호수가 '육지 내 바다'로서 주변을 사계절 큰 기후 변화 없이 유지시켜주고 있는 것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스웨덴의 국민성과 비슷한 거 같네... 이런 크고 작은 호수들을 합치면 전 국토의 9%나 차지하고, 그런 호수들이 항상 주변에 있어 그들은 안정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고."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여파는 스웨덴 그리고 작게는 베테른 호수도 지나치질 않고 있지만, 스웨덴은 이미 1957년부터 그러한 변화를 민관군 모두가 힘을 합쳐 대비했다는 점에서 그들의 선견지명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야. 


그러니, 단순한 변화에 대한 적응을 넘어 세계적인 귀리 우유 생산이라는 '역경을 이용하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까. 기후변화에 대처하며 주어진 것을 지키면서도(자연보호),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키는(귀리 우유).... 멋진데, 야! 오늘은 맥주 대신 귀리우유 한 잔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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