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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전쟁 in 스웨덴

20-1. 쇠데르만란드(Södermanland)- 스웨덴의 시작

by Tangpi

* ‘맬라렌(Mälaren)’ 호수에서 바라본 마리에프레드(Mariefred) 전경



"야, 드디어 스톡홀름 직전까지 왔어!"

"그러게, 바로 옆이잖아!"


남쪽 끝, 스코네에서부터 출발한 Team Smland의 여정이 스웨덴의 중심인 스톡홀름에 인접한 쇠데르만란드(Södermanland)에 다다르자 팀원들은 여러 가지 감개가 무량한 듯했다.


"쇠데르만란드? 소가 많은 동네인가?"


"무식하긴.... 쇠데르만란드(Södermanland)는 '남쪽(Söder)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으로, 스톡홀름주와 웁살라주로 구성된 '우플란드(Uppland, '윗동네'의 뜻)'의 남쪽 지역을 가리킨다고 해.

쇠데르만란드와 우플란드


이 지역은 석기시대부터 사람들이 정착했던 유적이 남아있는 유서 깊은 지역이야. 좀 더 넓게 보면 달라르나, 네르케, 우플란드, 베름란드, 베스트만란드와 함께 옛날부터 형성해 온 중부 6개의 지역을 가키리는 '스베알란드(Svealand)'중에 하나이기도 하지.


'스베알란드'는 '스베아족의 땅'이란 뜻인데, 스웨덴이라는 나라를 뜻하는 스웨덴어 '스베리예(Sverige)'도 고대 스웨덴어인 '스베아 리케(Svea rike)에서 유래된 것이야.


하여간 우리나라의 삼국시대처럼 고대 스웨덴 땅에는 중부 스베알란드 지역과 남부 스몰란드 지역의 세력이 서로 주도권을 다투다가 스베알란드 세력이 승리하면서, 오늘날 스톡홀름을 중심으로 하는 중부세력을 중심으로 국가의 기틀이 세워진 거지."


"오호~ 그려?"


"쇠데르만란드는 북쪽에 있는 말라렌 호수와 남쪽과 동쪽의 발트해 사이에 위치한 주인데, 면적은 충청남도와 비슷하고 인구는 120만 명 정도야. 13세기에 도시로서 특권을 부여받은 스톡홀름에 이어 14세기에는 스트랭내스(Strängnäs), 트로사(Trosa) 등 쇠데르만란드주의 도시들이 그 뒤를 이어 었지.


특히, 스트랭내스는 멜라렌 호수를 바탕으로 무역, 종교, 교육의 중심지였는데, 13세기 건립된 스트랭내스 대성당에서 스웨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구스타프 바사 왕이 1523년 6월 6일에 왕으로 선출되었어. 그래서 스트랭내스는 오늘날 스웨덴이 탄생한 곳이라고 할 수 있고, 그가 선출되어 통일국가로서 스웨덴의 기반을 세운 이 날은 1983년 스웨덴의 '개천절'로서 국경일로 지정되었지."

국왕으로 선출되는 구스타프 바사 대왕(출처: 스트랭내스시 소개 책자)
스트랭내스 대성당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출처: 스트랭내스시 소개 책자)


"쇠데르만란드에는 아름다운 휴양도시가 많다고 들었어!"


"그래, 아무래도 스톡홀름과 가깝다 보니 주말이나 휴가 시즌에 각광받는 트로사(Trosa)나 마리에프레드(Mariefred) 같은 소도시들이 많아.


스톡홀름 남부 70km 거리에 있는 트로사는 1600년대 무역의 중심지였다가 러시아의 침입으로 마을 전체가 불타기도 하는 굴곡을 겪었지만, 18세기 이후 재건되어 지금은 아름다운 휴양도시로 그룹 ABBA의 멤버, 왕족, 스포츠 스타들 등 유명인사들의 여름 휴양지로도 유명하지.

트로사의 거리와 시내 풍경(2020.6월)


스톡홀름 서쪽에 비슷한 거리에 있는 마리에프레드는 4,500여 점 이상의 스웨덴 유명 인사들의 자화상 컬렉션과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18세기 극장으로 유명한 그립스홀름 성(Gripsholms slott)이 있는 곳인데, 요즘은 그래픽 아티스트들의 성지로도 각광받고 있다고 해.


그립스홀름 성은 한때 스웨덴 전역의 2/3에 영향력을 미쳤던 강력한 지배자 Bo Jonsson Grip이 1370년 말 세웠던 것을 1537년 구스타프 바사 왕의 명으로 다시 재건된 성인데 스웨덴 왕실의 11개 성 중 하나야. 도시의 이름인 '마리에프레드'도 한 때 이 지역의 실력자로 성의 주인이기도 했다가 바사 왕에게 이를 몰수당한 인물인 '팍스 마리에'에서 따온 것이야."

그립스홀름 성 전경(2020.6월)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도시의 역사를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는 ‘맬라렌(Mälaren)’ 호수가 참 눈에 띄는데? 이게 스톡홀름까지 흘러간다니 작은 호수 같지도 않고."


“그럼~ 작은 호수가 아니지... 이 호수의 면적은 1,140㎢으로 베네른호와 베테른호에 이어 스웨덴에서 3번째로 큰 호수야. 평균 수심은 13m로 최대 수심은 64m에 이르고, 수도인 스톡홀름도 둘러싸고 있어.


‘맬라렌’이란 말은 고대 스웨덴어로 '거친 자갈(coarse gravel)'이란 뜻인데, 스웨덴 문학에서 스톡홀름은 ‘멜라렌 호수의 여왕’이라고도 했대, 어쨌든 이 호수를 여행하는 것은 스웨덴 역사를 시간 이동하는 느낌을 주는데, 스웨덴 최대의 고대 무덤이 있는 비르카섬과 중세 바로크 시대 성들을 비롯해 다수의 성들이 호수 주변이 있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엥겔스베르그 제철소 등 바이킹 시대부터 산업 시대, 왕실 역사에 이르기까지 스웨덴 역사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어.

스톡홀름을 둘러싼 맬라렌 호수 전경


그만큼 형성된 역사도 아주 오래됐는데, 11,000만 년 전 빙하기에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있다가 해빙이 되면서 바닷물로 채워졌어. 이후 빙하의 무게가 사라지자 땅이 해마다 7.5cm씩 상승하여 지금도 상승 중이며, 앞으로도 1만 년 동안 400m까지 오른다고 하는데, 현재도 해수면보다 70cm 높고 담수로 되어있지."


“바다였는데 호수로 됐다고?”


“옛날에 맬라렌 호수가 바다였을 때는 배를 타고 이 호수를 거쳐 스웨덴 내륙 깊숙이 이동할 수 있었다고 해. 그러나 땅의 상승으로 배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 암반층이 얕아진 기원전 1200년경부터 호수로 변한 거야.


그런데 여기 재밌는 신화가 있어. 북유럽 신화에 따르면 '게피온'이라는 여신에게 농락당한 스웨덴 왕이 그녀에게 '소 네 마리가 하루에 쟁기로 갈 수 있는 땅을 주겠다'라고 약속했다고 해. 그 말을 듣고 이 여인은 거인인 자신의 아들들을 소로 둔갑시켜 쟁기를 아주 깊게 찍어버리고 땅을 아예 뽑아 바다로 들어가 버렸는데, 그 퍼낸 자리가 현재의 맬라렌 호수가 되었다는 것이지."


"그 퍼낸 땅은 어디로?"


“게피온이 퍼낸 땅이,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이 있는, 그린란드를 제외한 덴마크에서 가장 큰 섬인 ‘질란드’야. 실제로 ‘별모양 요새’라는 별칭으로 코펜하겐 관광의 필수 코스인 카스틀레트 성에 가보면 네 마리의 소와 이들을 이끄는 여신 '게피온의 분수대'가 있어."

카스틀레트 성의 게피온의 분수대 앞에서(2020.1월) 소와 여신 게피온의 동상 분수(2020.1월)


“야, 이 맬라렌 호수. 생각보다 스토리가 많이 있는데? 여기가 그 출발점인 비르카섬이라는 거지?”


어느덧 말하다 보니 맬라렌 호수의 시작인 비르카에 도착하게 되었다.

Birka 섬에서 바라본 맬라렌(Mälaren) 호수 풍경(2022.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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