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1주년의 소감

더욱 오래오래 일하고 싶어서

얼마 전 첫 회사를 퇴사한 지 1주년을 맞이했다. 최근 들어 면접관분들이나 헤드헌터분들이 '퇴사하고 뭐하셨나요'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물어보시는데 한 가지로 설명하기엔 너무 긴 1년이었다. 배운 것도 많고, 얻은 것도 많았다. 그래, 지난 1년은 나의 갭이어였다.  

쉬면서 '일이란 무엇인지',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했다. 나는 아무래도 바쁜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회사를 다니며 야근, 주말 출근을 할 때면 내심 '이 시간에도 일하는 나 제법 멋있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고, 쌓여가는 야간 근무 시간을 보며 내가 얼마나 이 회사에 충성을 다했고, 이 일을 사랑하는가를 증명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일을 다루는 올바른 방식은 그게 아니었다. 업의 특성상 일상생활과 거리를 두기 어려웠고 쉬는 중에도, 여행을 가서도, 친구들을 만나서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업무의 연장선이었다. 이 점이 나를 너무 빠르게 소모시켰다. 이렇게 나를 잃어서는 오래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겠다는 걸 느꼈다. 

'왜 퇴사하셨어요?'라는 질문에는 답이 한 가지로 나오지 않는다 (물론 한 가지인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나의 경우엔 오래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서 지금 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결심을 기반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을 충전시킬 수 있었다. 

사실 회사를 다니며 '퇴사'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게 다가왔었다. 나는 친구들 중에 첫 회사를 가장 오래 다니는 사람이었고, 한 번도 이직을 해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조직에 충성하고 있는 존재였다. 게다가 근속연수가 높은 회사다 보니 주변분들도 10년은 너끈히 다니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버티는 게 나에겐 정답이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며 변하는 내 모습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일을 너무 좋아하는데 내가 지쳐서 업무에 결과를 내지 못한다고 느껴지니(사실과는 관계없이) 스스로 너무 초라한 기분이 자주 들었다. 휴가도 가보고, 스타일도 바꿔보고, 새로운 걸 배워보며 스스로를 리프레시할 방법을 찾아보았지만 그 어떤 것도 해결책이 되어주지 않았다. 너무 힘이 들 때는 가끔 쉬어가는 것도 방법 중 하나라는 걸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퇴사를 하며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딱 1년. 정말 1년은 인생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보자고. 회사라는 안전지대를 벗어나 나를 다시 야생으로 내보내고, 야생성을 길러서 어디서든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말이다. 그간 나는 정말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를 공부했고, 더 넓은 세계를 보는 눈을 길렀다. 이제 이 깨달음을 토대로 다음 직장에서는 더 잘, 그리고 더 오래,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