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의 마이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부르다.
[브런치 무비패스] 스타 이즈 본, 2018
'혼자' 보다는 '함께' 일 때 더 빛을 발할 때가 있다. 특히 남녀가 함께 각자의 장점은 이끌어주고, 단점은 보완해 준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워 보일 순 없다. 영화 '스타 이즈 본'의 내용도 주인공 남녀의 '함께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단한 환호와 함께 무대에 오른 잭슨(브래들리 쿠퍼)은 스타지만 차츰 하락세를 걷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우연히 들른 바에서 공연 알바를 하고 있는 앨리(레이디 가가)에게 시선을 뺏긴다. 앨리의 '라비앙 로즈' 노래와 춤 공연을 본 잭슨은 눈가가 촉촉해진다. 우연히 들어간 바에서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 것 같다는 확신에 찬 눈빛이 그대로 전해진다. 앨리가 가진 노래 실력과 매력에 푹 빠졌다.
잭슨과 앨리가 '함께'라는 길에 오른 과정의 장면은 소소했지만, 메시지는 강렬했다. 공연을 마친 앨리가 있는 대기실로 간 잭슨, 앨리에게 연필로 한줄긋기라도 하듯 그려진 얇은 눈썹이 본인의 것이 맞냐고 물어본다. 앨리의 눈썹과 머리 색깔, 의상 등은 자기 것이 아니다. 노래도 자신의 노래가 아닌 라비앙 로즈를 불렀다. 앨리는 겉모습은 물론 재능 또한 자기 맘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유명한 노래를 부르고, 대중들이 좋아하는 얼굴로 분장을 했다. 가수가 꿈이지만 자신의 진짜 재능을 펼치기엔 역부족인 환경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앨리는 자신이 스타가 될 수 없는 이유로 큰 코를 지목했다. 하지만 잭슨은 앨리의 코는 복 코 라며 제일 예쁘다고 칭찬해준다. 앨리와 어울리지 않았던 얇은 눈썹 스티커를 직접 떼어주기도 한다. 앨리 자체로서의 본래 모습과 재능을 살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재슨은 앨리 본모습을 꺼내면서 자신과 함께 음악적 재능을 펼쳐 보일 수 있게 도와준다.
자신이 직접 만든 노래는 불편해서 부르지 않는다는 앨리, 하지만 그의 노래에 둘의 이야기로 후렴구를 붙이고, 편곡하고, 조금씩 바꾸어 함께 공연 무대에 오르게 된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 하나에, 잭슨과 앨리가 머리를 맞대고 노래를 부르는 순간 이들의 함께한 이야기는 시작됐다. 록 스타로서 잭슨은 숨어있는 앨리의 재능을 큰 무대에 올려줬다. 앨리는 잭슨의 제안으로 수많은 대중 앞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아름다운 '듀엣'의 시작이었다.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함께 노래하는 장면으로 말이다.
영화에서 잭슨은 단순하게 앨리에게 '기회'를 준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함께 할 때 더 빛을 발하는 '이야기'를 준 것이다. 둘이 함께 공연을 다니고, 둘의 겪는 인생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음악 가사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앨리는 나중에 대스타가 되자 이들의 '이야기'는 단순 '기회'로 변해 버린다.
둘에게 더 이상 이야기는 없다. 대스타가 된 앨리는 'Why did you do that'이라는 가벼운 노래를 부른다. 머리 염색과 진한 화장을 하고 대중 앞에 나선다. 잭슨은 둘의 이야기가 없는 앨리의 모습에 짜증이 난다. 사실은 너 못생겼다고 툭 뱉어 버리는 식의 앨리에 대한 비난, 알코올 중독과 약물. 점점 록스타로서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서도 갈등이 부추겨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결국 앨리의 중요한 시상식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다.
결국 알코올 중독 재활원으로 들어간 잭슨, 극으로 치닫는 관계 속에서 그들은 다시 함께 설 수 있을까? 앨리가 재활원에 방문했을 때 묻는다. '다시 집으로 올 거야?'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될 것 같은 남자에게 돌아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떠본 얘기일까, 아니면 다시 돌아와서 함께 해줄 수 있냐는 의미에서 던진 물음일까.
'Maybe it's time to let the old ways die( 옛 방식이 죽어가게 놔둘 때인 것 같아)'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잭슨이 부른 이 노래 가사가 계속 떠올려졌다. 앨리의 앞날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잭슨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자살로 인해 앨리가 부를 노래 <I'll naver love again>을 마지막으로 선물한다. 앨리는 자신을 '앨리 메인(잭슨의 성)'이라고 소개하면서 둘이 함께한 시간과 감정 등을 모두 담은 이 노래로 추모곡을 부르며 영화가 끝난다. 잭슨의 죽음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는 가슴 아픈 결말이다.
잭슨이 선물한 마지막 둘의 이야기 노래로, 두 사람이 함께한 노래이자 스타가 탄생하는 끝맺음이다.
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2018
드라마, 멜로, 로맨스
감독: 브래들리 쿠퍼
출연: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샘 엘리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