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햇살이 맑고 투명한 산책길을 어르신과 같은 걸음으로 조금 뒤편에서 걷고 있는데, 햇살에 반짝하는
할아버지의 무언가가 나의 시선을 관찰모드로 바꾸어 놓았다. 무얼까? 하고 살펴보았던 궁금증은 이내 나에게 답을 내밀 내밀었다. 그건 바로 어르신의 흰머리였다. 정말 탐스러운 은발이라고나 할까. 목화가 솜을 품었때를 본 사람이 있다면 상상할수 있으리라. 그냥 흰머리라는 단어가 무미건조 힐만큼 그분의 은발은 나의 산책길을 순식간에 점령해버렸다. 그 어르신의 은발 사이 사이로 놀고있는 햇살들의 미소가 그 흰머리를 더욱 빛나게 했다고나 할까. 아~ 나와 산책을 함께 하던 그때 우리 아버지의 머리도 그랬었는데. 마음이 뭉클. 눈물이 몽글몽글. 그때부터 나의 보폭은 저절로 그 어르신과 함께일수밖에 없었다. 은발의 청춘속으로 걸어가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따라서 걷고 있는 흰머리의ㅡ나.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런 풍경들이 어떻게 보이려나. 아니 보이기나 할까. 아마도 이건 나만이 감상할수 있는 풍경이리라. 어렸을적에는 아버지를 따라 논길을 따라 밤마실을 다니곤 했는데 그때마다 달빛에 은은하게 빛나던 아버지의 머리카락이 너무 신기했었다. 더이상 아버지와 함께 다니는 산책은 할수 없어 속상하지만 잠시나마 아버지를 마주했던 지금의 산책이 조금은 특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