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9와 4분의 3 승강장

아마 나는 태어날 때부터 마법사였던 것 같다

by 요인영



브런치가 꿈을 물었을 때 잠시 멈칫했지만 동시에 머릿속에 해리포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킹스크로스 역,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 평범한 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 남들에게는 그저 벽처럼 보이지만 나에겐 분명히 열려 있는 문이었다.


브런치는 내게 9와 4분의 3 승강장이다. 머글인 줄 알고 평범히 살아온 내게 한 장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브런치축하.png




이 편지는 내게 “당신은 호그와트 마법학교 학생입니다.”라는 공식 통지처럼 느껴졌다. 이전까지는 머글과 같은 평범한 세상에서 살았지만, 이 순간부터 ‘마법사’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했다.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아 열린 문.

아마 나는 태어날 때부터 마법사였던 것 같다.


함께 해리포터 세계관으로 잠시 들어가 보자.

킹스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은 마법사여야 한다는 것, 머글은 통과할 수 없다.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벽을 향해 달린다. 평범한 벽처럼 보이지만 마법사라면 부딪히지 않고 통과할 수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망설이면 충돌할 수 있으니 자신 있게 걸어가거나 달려가 보자. 달려들기 전 마음챙김 호흡명상 추천한다.


그러나 입학한 마법학교의 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승강장을 지키는 여러 유형의 빌런들이 존재하였으니 다섯 부류를 소개한다.


피터 페티그루형. 자신의 이익만 챙기며 언제든 배신할 준비가 된 자. 글은 읽지도 않고 구독을 눌렀다가 맞구독하면 금세 취소하는 사람을 말한다. 드레이코 말포이형. 순수혈통에 대한 엄청난 집착으로 자신의 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여 다른 브런치의 글은 단 한 줄도 읽지 않는다. 이미 엄청난 구독자수를 확보하여 댓글에 반응하지 않는다. 엄브릿지형. 권위와 규칙을 앞세워 브런치의 시스템적 문제, 심사 기준 불투명, 수익화 제한, 시간과 현실의 압박 등 불평불만을 털어놓아 사기를 저하시킨다. 벨라트릭스, 그린델왈드형. 독단적인 신념으로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흩뿌려진 라이킷은 덤이다. 단연 빼놓을 수 없는 악당 볼드모트형. 권력과 영향력을 절대적으로 추구하며 순수혈통을 최고라 믿는 이들은 엄청난 재력을 과시하며 서로 간의 응원으로 친목을 도모하여 외부의 유입을 꺼린다.


난 거의 한 달 동안을 구독자 0으로 지냈다. 정확한 기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기분이었느냐 물으신다면, '왕따'까지는 아닌 '은따'당하는 기분이랄까. 그러했다.


머글들이 모르는 이곳도 엄연히 공동체이니 여러 유형이 있을 수밖에 없다. 라이킷 빌런, 무반응 빌런, 머글 세계의 법칙은 여전히 따라붙는다. 하지만 기차는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내 세계 속에서 이미 마법사였다. 내 꿈은 거창하지 않다. 결국은 명상하는 삶으로 귀결될 것이지만 9와 4분 3 승강장에서 늘 벽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으로 사는 것. 반나절 만에 문을 통과했든, 수차례 벽에 부딪혔든 그 기다림과 도전마저 나의 세계 나의 마법이니까.


이 자리를 빌려 아름다운 날갯짓으로 찾아와 주신 분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까지는 못하지만 그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호그와트에 입학하면 학생들은 분류 모자를 쓰게 된다. 모자는 학생의 성격, 가치관, 잠재력을 읽어 각 기숙사와 가장 잘 맞는 곳으로 배정한다. 물론 학생이 강하게 원하는 기숙사가 있다면 모자는 학생의 의지를 존중해 준다. 모자와 학생이 대화를 나누며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순간, 누구나 떨리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느낀다.


나는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 모자를 머리에 쓴 기숙학교 학생이 된 것처럼 중얼거린다.


"글아, 나와라! 오늘은 어떤 주제로, 어떤 유형의 글을 쓸까?"


브런치의 작가님들도 호그와트 학생들처럼 각양각색의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나의 유형은 어떤 것일까?


글쓰기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새로운 주제에 도전한다면 당신은 그리핀도르형. 댓글과 조회수가 없든, 무반응에도 상관하지 않고 계속 달려가는 타입으로 오늘도 새벽 2시에 일어나 글을 쓰며, "이걸 누가 읽을까?" 하면서도 발행 버튼을 누르는 사람이다.


글을 통해 자신의 목표와 영향력을 최대화하려 한다면 당신은 슬리데린형. 능력과 전략, 효율을 중시하며, 때로는 자기만의 길을 고집하는 모습이 강하다. 글을 쓰며 뷰 수, 구독 수, 인기 글 분석까지 꼼꼼히 체크하는 능력주의형 작가. 만약 슬리데린이 당신의 구독자라면 댓글 단 거 무시하다 구독취소 당하거나 사.. 사알.. 해 당할 수 있다.


글쓰기에서 분석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즐긴다면 당신은 레번클로형. 특정 분야에 몰두하고, 자기만족과 독창성을 추구한다. 글을 쓰기 전에 아이디어 노트에 그림, 통계, 인용을 잔뜩 정리하고, 출입문 앞에서 문제를 풀 듯 문장 구조를 고민하는 작가.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글을 쓰지만, 고민하다 발행일을 넘기거나 읽은 이의 입장에서 무슨 말인지 한 마디도 이해 못 할 가능성이 높다.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매일 글을 올린다면 당신 후플푸프형. 차별 없이 독자와 소통하고, 글쓰기 자체를 즐긴다. 하루 단 한 줄이라도 꾸준히 쓰고, 다양한 주제로 포용력을 갖고 있으며 완성도가 높다. 번아웃 가능성이 가장 높은 유형이기도 하다.


사실 많은 브런치 작가들은 한 가지 유형만으로 정의되기 어렵다. 나의 경우 레번클로와 후플푸프가 섞여 있지만 누군가 "슬리데린 아니냐"라고 하신다면 그럴 수도 있다. INTJ 유형의 스네이프처럼, 분명 슬리데린이지만 후플푸프적 면모가 일부 존재하니까.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은 모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오늘 내 글을 어떤 기숙사에 배정할까? 용기와 열정, 전략과 목표, 지혜와 창의, 성실함과 포용. 어느 성향을 강조할지, 어느 성향을 섞을지, 흰 바탕화면 앞에서 조용히 고민한다.


글을 쓰는 순간, 나는 브런치 속에서 나만의 마법을 발견하는 학생이 된다. 그리고 이 마법은 조회수나 구독 수와 상관없이 나만의 기숙사에서 살아 숨 쉬는 세계다. 글쓰기는 내게 가장 좋은 친구이자 위로이다. 오늘도 브런치라는 공간의 서가를 걸으며 8만여 권의 책 중에서 나와 기억을 공유한 그러나 오래전에 잃어버린 책을 찾는다.


그냥 한 번씩 웃는 얼굴 보여주심 안될까요?







ESFP: 후플푸프 학생들이 좋아하는 그리핀도르

ESFJ: 그리핀도르

ESTP: 그리핀도르에 있는 말포이

ESTJ: 슬리데린은 손절하는 래번클로

ENFP: 후플푸프 갈 뻔했지만 대대로 그리핀도르

ENFJ: 모자걸이

ENTP: 래번클로처럼 보이는 그리핀도르

ENTJ: 순수혈통이라 슬리데린이지만(내면에 그리핀도르 깃발이 펄럭)

ISFP: 당신은 해리포터

ISFJ: 좋게 좋게 살기로 한 래번클로

ISTP: 분류모자 “네가 골라 봐”

ISTJ: 모두가 래번클로라고 생각하지만 슬리데린

INFP: 후플푸프(내면에 슬리데린 깃발이 펄럭)

INFJ: 래번클로를 희망하는 후플푸프

INTP: 슬리데린이나 래번클로… 어디로 보내지?

INTJ: 스네이프. 분명한 슬리데린으로 보이는 후플푸프

자료는 눌레님 유튜브에서 참고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 감정에 제목을 붙여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