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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맘 놀부며느리 Feb 06. 2024

이렇게 아빠까지 보낼 작정이냐....

어긋나는 남매 우정

밤새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마디

'이렇게 아빠까지 보낼 작정이냐'


나는 아빠와의 이야기를 잊고 싶지 않아서

앉은자리에서 지금 네 편째 글을 쓰고 있다.


아빠는 뇌경색을 진단받았고

할머니는 다쳤고

그 간병을 아빠가 하고 있는 상황.


나도 할 말이 많았지만 참고 있었다.

각자 입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멀리 사는 오빠가 전화 와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좋고 지금 이 상황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하는데

순간 화가 치밀었다


남이었다면 화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빠랑 나는 평소에도 너무 잘 지내고

함께해 온 일도 많고

오빠에게 어릴 때 영감을 많이 받으며 자랐기에

나는 오빠를 좋아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부터 뭔가 대화를 하면

서로 포인트가 다르고 어긋나는 느낌이었기에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었다.

서로 가정도 있고, 이제 어른이니까.


그런데 막상 아빠가 아프고, 나는 엄마아빠 옆에 살며

아무것도 안 해도 그 소식을 옆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함께 하는 순간이 너무너무 많은데


아빠가 할머니를 보고 있다는 그 상황만으로

간병인을 써야 한다

하루 30만 원 잡고, 많아서 600이면 할머니 요양병원 갈 때까지 된다

아빠가 할머니를 보는 게 말이 되냐...


뭐 이 말까지는 아들이니까.

이해가 됐다.

그런데...

'너 네가 이렇게 저렇게 하다가 안되니까. 지금 가만히 있는 거잖아. 회피하고 싶은 거지'

라고 하는데... 순간 열이 확 났다.


그렇게 잘났으면 내려와서 네가 알아서 좀 해보라고!!!

오빠한테 버럭 했다


회피?

나는 그 말에 꽂혔던 걸까


오빠는 그냥 아빠를 병원에 있게 하면 안 된다는 게 포인트였고

돈은 다 해결이 된다고 했다.

십시일반 하면 된다고 했다.

삼촌 고모 우리들도 있으니.


근데 내 마음속에 나는

정말 아빠한테 미안하지만

내 코가 석자인 게 먼저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 기나긴 나의 사연을

오빠한테 구구절절할 수 있겠나.


나는 너무 힘들게 나의 20대후반과 30대를 지나왔지만

회복했고, 더 회복중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밝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완전 무장해

나를 붙잡고 있었다.

정신을 붙잡고 있는 나에게 오빠의 몇가지 발언은

나를 완전히 무너지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그게 왜??

라고 물으면 또 할말이 없다.

사람마다 마음의 크기는 다르니까.


그런데 나는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던 내가

무너지는 것을 느꼈고

엄마랑 통화하며 엉엉 울었다.


그런나에게 엄마는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엄마는 이 상황들을 어떻게 하면 조용히 넘길까

쉬시하고 움켜쥐기만 바쁜데

우리둘은 서로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상황을 나눈다는게 너무 행복한 일이라고.



나는 그 말이 사실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행복하다는 그 말만 기억하려고 한다.


나는 오빠의 기나긴 문자에 짧게 답했다.

오빠는 너의 고민을 이야기해준적이 없지 않냐

따져물었고, 흥분해서 미안하다 했지만

나는 오빠와 나의 갭을 끝까지 해결할 수 없을것같다고 답했다


나는 엄마아빠 집 코앞에 살면서

엄마아빠가 너무 힘들어 보이면

놀러갔다오라고 할머니와 함께 있어준다던지

아빠가 입원했을때 당장 할머니를 볼사람이 없으니

우리애들을 맡겨놓고

할머니와 1박2일을 보내기도 했다

어쩌면 이게 당연한것일수도 있지만

바꿔서 생각해보면

삼촌이 와서 할머니를 볼 수도 있는거였다

내리사랑이라고

할머니를 보면서도 마음한켠에

집에서 대충입고 딩굴거리며 엄마 기다릴 애들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멀리사는 오빠보다 나는 한번이라도 더 부대끼며 이렇게 사는건데.

오빠는 갑자기 전화해서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둥

뭔가 아빠를 구출해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데

나는 어이가 없었다.


오빠와의 대화속에

나는 방관자가 되었고

온 세상 아빠를 위한 히어로 역할은 오빠의 몫으로 결론났으니

나는 더이상할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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