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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나뮤나 Aug 18. 2024

과거로 향하는 미래, 그리고 유턴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 이경 옮김

열심히 사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에겐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의식하든 하지 않든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지금 사는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며, 내가 이 땅에 존재하는 시간의 끝이 반드시 온다는 사실을 안다.


타임 슬립이 소설의 소재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문학의 한 장르로 말해지는 데는 이런 유한성의 너머를 상상하는 우리의 욕구가 한몫을 차지할 것이다.


나도 타임슬립, 타임워프, 타임루프 등등으로 일컬어지는 시간을 초월하는 종류의 이야기를 정말 좋아한다. 진짜로.


어떤 시간을 반복해서 여러 번 살게 되거나, 미래나 과거로 내 몸을 입고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나에게만 시간이 다른 형태로 흐른다는 설정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는 실망했던 기억이 없을 정도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아들의 살인을 목격한 후 시간이 과거로 흘러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재밌다.


맞다. 이 소설도 재밌다. 어쩜 타임슬립소설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는 것인가 싶을 정도로 이 소설도 재미있다.


신경을 많이 써서 읽지 않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소설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엄마들은 그렇다. 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그 선택은 아이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양육방식을 돌아본다. 내가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혹은 내가 그때 그렇지 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는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 그런 엄마의 자책과 후회가 주인공 젠에게 타임슬립의 가능하게 했고, 아들 토드의 운명에 다른 방식으로 개입하게 된다.


결국 양육방식의 문제도 아니었고, 관계의 문제도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이야기는 또 다른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진행된다. 강도 높은 긴장감으로 책 읽기에 몰입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며 즐겁게 작가의 반전을 반길 수 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영화화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종류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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