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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홍 Jul 14. 2019

메이커를 위한 서비스 만들기 1

와디즈 투자 메이커 스튜디오 신규 런칭 뒷 이야기

이번엔 날짜도 아주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2016년 1월 25일.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시행된 날. (이자 와디즈 대표님 생일. 정부랑 짠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소름끼치는 날짜 선정이라니. 이쯤되면 대표님은 크라우드펀딩을 하기 위해 태어난 지정생존자가 아닐까 싶다.)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 등록 1호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시행령과 동시에 투자 서비스를 오픈하기위해 아슬아슬 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 

우리는 시행령 시행 날짜가 확정이 된 이후 약 두 달간의 기간이 주어졌는데, 이 기간동안 정말 엄청나게 많은 것을 준비해야만 했다. 


와디즈 투자 서비스 오픈을 함께한 영광스럽고 고마운 프로젝트. 와디즈 프로젝트 카드는 원래 이렇게 신박한 모양으로 생겼었습니다.


와디즈인으로서 우리는 모두 투자가 무엇인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이 무엇인지, 우리의 역할은 무엇이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꼼꼼하게 공부하고 익숙해져야 했고,

우리만큼 또 생소해 할 사용자들을 위해 위해 투자 서비스 이용가이드를 만들어야했고,

까다로운 금융업과 관련된 법을 준수하기 위해 투자 광고나 투자 위험고지에 대한 법적인 내용도 인지하고, 안내해야 했고,

서비스가 오픈을 의미있게 하기 위해 시행령에 맞춰 오픈 할 요건에 맞는 기업들을 찾아다녀야했고, 

그 기업들이 투자형 펀딩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됐고,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한 펀딩 기업 등록 과정을 오픈일에 맞춰 하나하나 도와줘야했고,

그렇게 오픈한 프로젝트가 의미있는 성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성공 플랜과 타임라인도 짜야했고,

온라인소액중개업의 중앙관리기관인 한국예탁결제원과 예치기관인 한국증권금융과 생소한 증권 발행과 배정, 납입의 업무를 정리해야 했고, 

서비스적으로는 사용자들이 사용할 프로젝트 화면과 청약 서비스 제공은 물론 지원기관의 API를 연동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봐야했고,

이 와중에 모의 투자 대회를 열어 사람들한테 크라우드펀딩이 얼마나 좋고 엄청난 것인지 직접 체험해 보도록 하는 작업까지 이루어졌다.


지금와 생각하는건데, 이렇게 바쁜 와중에 서비스적인 관점에서 왜 굳이 진행했는지 가장 이해가 안가는 하나의 서비스가 있는데 바로 기업들이 와디즈 사이트 내에서 프로젝트를 작성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당시 무례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윤만세 프로님이 뚝딱 만들어준 현 스튜디오 로고


지금은 [메이커 스튜디오] 라고 불리고 있는 이 서비스는, 지금이야 고맙게도 많은 기업들이 와디즈를 직접 찾아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니 당연하게 꼭 있어야만 하는 서비스이지만 당시에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시작된다고 해서 펀딩을 받겠다고 메이커들이 와디즈로 우르르 몰려온 것도 아니었고 (그랬다면 좋았었겠지만 아쉽게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메이커들이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가이드에 따라 착착 일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프로세스가 정립된 것도 아니 었었다. 그저 우리는 당시 서비스 오픈과 동시에 진행했던 2-3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오픈해 주었으면 됐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투자 서비스를 메이커가 직접 오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픈일과 맞춰 오픈하게 되었다. 


사실 투자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서비스 중 일부는 지금도 프로젝트 오픈을 원하는 기업들의 연락처 정보만 입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추후 메일이나 별도 컨택포인트를 통해 1:1로 소통하고 자료를 받아 직원이 직접 스토리를 작성하고 프로젝트를 올려주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초기 단계에서 굳이 이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은 더더욱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와디즈는 왜 메이커 스튜디오를 만들었을까? 그 당시 나는 마케팅 업무를 하다가 막 서비스에 입문했었던지라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기도 하거니와, 의사결정권자도 아니여서 하자는 대로 열심히 한 것 뿐이었다. 지금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것은 사실 우리의 확고한 신념에 달려있는 문제였다. 그 신념은 바로


"크라우드펀딩은 메이커가 '직접' 만드는 것이다!"


그래, 지금도 그렇다. 와디즈 서비스가 잘되어있으니 (^^) 그냥 프로젝트를 대충 작성해서 올리기만 하면 무럭무럭 펀딩이 잘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메이커가 정말 오픈부터 서포터들을 만나기 위해 열심을 다해 전략을 짜야하고, 오픈 후에도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는 프로젝트만이 날개를 단다. 와디즈는 리워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얻었던 그 인사이트를 투자 서비스에도 반영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와디즈 캐스트에는 펀딩을 잘 워킹시키기 위해 메이커가 해야할 일들에 대한 글들을 엄청나게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플랫폼 서비스답게 펀딩 프로젝트들은 메이커가 직접 만들어야한다는 숭고한 신념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것은 우리 플랫폼의 정신과 신념에 크게 위배되는일이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그들에게 직접하도록 해줘야만했다.


그러나 비즈니스적 프로세스가 잡혀있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서비스는 정말 엉망이었다. 

사용자의 동선, 사용성에 대한 고려는 정말 하나도 하지 못했다. 법적으로 화면에 노출되어야 하는 목록들의 항목들을 단순한 나열의 형태로 모조리 쓸어 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많은 일들을 해야했던 두 달 동안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고 위로해 본다.)


그렇게 탄생한 메이커 스튜디오의 첫 화면에는 놀랍게도 들어오자마자 문서를 업로드 해야했다. 그 문서는 한 두개도 아니었고 무려 최대 15개에 달했다. (아니... 처음부터... 문서를 준비하고 찾아오는 기업들이 어디있겠냐고요...)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 급했던 탓인지 그저 조금 과감함과 파격적일 뿐이라고 생각해 버렸고, 사실 투자를 받게다고 하는 메이커들은 그 정도의 준비는 되어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렇게 일정에 맞춰 뚝딱뚝딱 스튜디오를 만들었었다.


투자 메이커 스튜디오의 충격과 공포의 첫 화면


이렇게 너무 어렵게 만들어진 스튜디오 탓에 우리는 스튜디오를 다 만들어놓고도 와디즈 담당자가 1:1로 붙어 메이커를 도와줘야하는 일이 많았다. 그것도 정말 많이 도와주어야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처음부터 직접 해주진 않았으니 끝까지 우리의 정신은 지켰다고 본다. 어찌됐든 지금은 투자형 크라우드펀딩도 꽤 자리를 잡아 투자받을 기업들이 점점 많이 와디즈를 찾아오게 되자 메이커 스튜디오도 개선이 필요해졌다. 주요한 문제점은 이러했다. 


1. 법인회원만 신청할 수있는 거 너무 불편해.
아직 법인은 없지만 일단 펀딩을 받으려면 어떤 내용의 작성이 필요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하는지 알고 싶은 기업이 있었다. 하지만 입구부터 봉쇄해 버리니 시도도 못한채 떠나는 기업들이 있어 [간편 신청 서비스] 라는 것으로 별도 타입폼을 통해 기업들의 신청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기업들에게 일일히 연락을 해야하고, 진짜 진행할 기업들은 결국 다시 와디즈에 들어와서 회원가입과 스튜디오에 같은 내용을 작성을 해야하니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2. 그래, 문서 등록이 처음에 오는건 아니였어.
어떻게 법인 회원가입까지 겨우겨우 마쳐서 스튜디오까지 힘들게 찾아온 메이커들의 고난과 역경은 계속 되었다. 대문에서부터 시작되는 대량 문서 업로드는 메이커들의 빠른 포기로 이어져 엄청난 이탈률을 만들었다.

3. 메이커들이 작성해야 할게 스토리만은 아니라고.
이전 스튜디오에서는 와디즈 서비스 상에 노출되는 콘텐츠와 법적 공시 서류를 작성하는데에만 집중되어 있었는데, 사실 그 뒤에 숨겨진 엄청난 준비 과정과 별도로 준비해야하는 문서도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은 스튜디오에선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4. 안내해야할게 너무 많아요.
메이커가 펀딩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도래하는 날짜 별로, 작성 단계 별로 안내하고 계약해야하는 일들이 많았다. 자동 알림이나 안내 메일 발송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스튜디오에서는 운영자가 직접 수동으로 안내해야 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프로젝트가 점점 많아지게 되자 관리가 점점 어려워졌다.

5. 메이커가 하는게 그렇게 중요하다며.. 관리도 할 수 있게 해줘야지.
작성과 오픈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메이커가 관리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사실 메이커 액션의 진가는 오픈 후 관리에서 나옴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꾸준한 새소식 작성, (예비) 투자자 피드백에 대한 답변, 펀딩 추이 확인, 마케팅 활동, 주주명부 관리 등을 할 수 있는 곳이 최소한의 형태로만 제공되고 있었다.

5.아니.. 모바일에서는 왜 안돼요?
PC에서만 지원되는 레이아웃으로 작업이 된 나머지 스튜디오를 모바일에서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물론 다량의 정보를 작성해야하고 문서를 업로드해야해서 모바일에서 많이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없었지만, 다급하게 콘텐츠를 수정해야할 상황이나 새소식과 피드백 같이 실시간 대응이 필요한 부분들은 문제가 되었다. 

6.우리...근데.. 수요조사 서비스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와디즈 투자형 펀딩 오픈을 신청하게 되면, 와디즈에서는 법적 요건에 맞는 기업인지, 서포터에게도 좋은 기업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최소한의 심사를 진행하는데 사실 내부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심사를 하긴하지만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고 리스크를 최소로 만들기 위해 진행다보니 넓은 시선이나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 잘 발굴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펀딩에 접근할 수 있는 문을 한층 더 넓혀주고자 수요조사 서비스 오픈을 진행하게 되었다. 요건 확인만 통과된 기업들은 누구든지 수요조사에 본인의 기업을 소개할 수 있고, 수요조사 기간동안 예비 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기업은 펀딩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의 과정도 펀딩과 연결되고 메이커들이 최대한 중복된 내용을 작성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스튜디오의 개선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만들었다. 제플린


다음화에 계속 

https://brunch.co.kr/@nataliehong/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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