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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여드름'

청소년 우울증의 시작

by 진저레몬티

나는 여드름쟁이 여학생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하나둘씩 나던 여드름이 고등학생 땐 온 얼굴을 뒤덮어버렸다. 밝았던 성격이 점점 어두워졌다. 친밀한 소수의 친구들을 제외하고 누군가와 눈을 맞추거나 어울리는 것이 힘들었다. 밤마다 기도를 하고 잠들었다.

하나님 제 여드름 좀 없애주세요.

그 소원은 학창 시절 내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술선생님은 내 이름을 '여드름'이라고 불렀다. 국어선생님은 다른 친구들 앞에서 "넌 피부가 왜 그러냐?"라고 물었다. 여드름이 트리거가 되어 나의 청소년 우울증이 시작되었다. 손에서 공부를 놓았고 학교에 가기 싫어서 아픈 척도 해봤다.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공부에 힘 쏟는 대신 학교에서 내내 안절부절못하는 마음이 들었다.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야 이 세상로부터 도망칠 수 있으니까. 수치스럽고 괴물 같은 나를 숨기고 싶었다. 어느 겨울날 밤 창문을 활짝 열고 잠을 청했다. 감기라도 걸려서 학교에 가지 않고 싶었다.



마음의 짐을 털어놓고 위안받을 수 있는 대상이 없었다. 부모님은 나에게 안전하고 따뜻한 품이 아니었다. 누구나 겪고 지나가는 청소년 시절과 청소년기의 여드름으로 우울증이라니. 그런데 나에게는 크고 작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어떠한 내면의 힘도 없었다. 지독한 우울감과 무기력함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우울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정리정돈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어지러운 마음으로 어찌 주변을 정갈하게 정돈할 수 있을까. 엉망진창인 내 방과 내 얼굴, 그리고 내 마음까지. 이번생은 10대 때부터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서 완전히 버려지고 도태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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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