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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고 싶지 않아

사랑의 결핍

by 진저레몬티

어린 시절 부정적 경험에서 비롯되어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감정을 '핵심감정'이라 한다. 나의 핵심감정은 '유기불안', 즉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버림받지 않기 위해, 그 끔찍한 기분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다.


과거의 난 짝사랑 전문가였다.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을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숨기고 관심 없는 척했다. 내 마음을 들킨 채로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느니 꽁꽁 싸매고 버림받지 않는 길을 택했다. 몇 없는 연애경험은 대부분 상대가 먼저 표현해 왔을 때, 내 마음을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확신이 설 때 시작됐다.


사진출처 Unsplash


사랑받지 못하는 건 버림받는 것과 같고, 버림받으면 곧 죽고 싶은 기분이 따라왔다. 언제부터 나는 이런 불치병에 걸렸을까? 엄마는 이따금씩 내가 아주 예민하고 키우기 어려운 아이였다고 말씀하시곤 한다.

한 번은 네가 너무 울어서 내가 우는 널 방바닥에 던져버렸어.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존재인 엄마가 나를 던져버렸던 그때부터였을까. 내 인생의 모든 결정은 버림받음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10대 시절을 청소년 우울증으로 보내며 학업에 집중하지 못 한 나는 낮은 성적에 맞춰 한 지방사립대에 입학했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 MT를 가는 일, 교수님께 핀잔을 듣는 일,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여자친구가 생긴 일 모두 나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번 넘어지고 툴툴 털고 일어날 일상적인 일들이 왜 항상 나에겐 이만큼이나 버거운 걸까? 인생은 원래 이렇게 늘 힘든 건가보다. 나는 십 대를 넘어 이십 대에도 어떠한 이유도 모른 채 여전히 마음의 지옥 속에 살고 있었다.




방바닥에 던져지는 대신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아가 이리와 엄마 품에 안기렴. 네 곁 가장 가까이에서 언제나 사랑만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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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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