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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한 살, 청춘 대신 투병

마음의 병이 암이라는 물질로 나타난 걸까요

by 진저레몬티

난 너무 어린 나이에 암에 걸렸다. 10대 시절부터 갑상선 항진증이라는 지병이 있어 약을 먹어왔는데, 어느 날 정밀검사 끝에 갑상선 암환자가 되었다. 만 스물한 살, 대학교 2학년 때였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마음의 병이 암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걸까. 부모님은 내가 이 사실을 모른 채 지내길 바라셨던 것 같다. 의사도 정밀검사 결과를 에둘러 말하며 '암'이라는 단어를 쉽게 입밖에 내지 않았다. 부모님도 나도 주변사람들도 내 병명을 조심스레 감추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마주한 '암'의 무게는 그때의 내가 감당하기엔 버거웠다.


가족들 몰래 펑펑 울었다. 독서실에서도, 버스에서도 내내 눈물이 났다. '암' 하면 '죽음'이 먼저 떠올랐다. 그럼 난 얼마 못 살고 죽는 건가? 못 해본 게 너무 많은데. 진정한 사랑도 못 만났는데. 사실 엄마 품에 안겨서 무섭다고 투정 부리며 펑펑 울고 싶었다. 친구들에게도 솔직히 말하고 따뜻하게 위안받고 싶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내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모르길 바라셨고, 겉으로는 덤덤한 척하다가 뒤에서 홀로 울었다. 늘 혼자였고 그래서 외로웠다.


난 청소년기 내내 어둠을 몰고 다녔다. 나 자신이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 없었다. 그저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었다. 그래서 세상은 '그래 원하는 대로 해줄게.'라고 하듯 스무 살 나에게 암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죽고 싶은 마음속에는 사실 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사랑받지 못해서 좌절했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그 안에 진실은 단 하나였다.


사랑받으면서 살고 싶었다.


난 사실 살고 싶었을 뿐인데 이 세상은 진짜 내 마음도 모른 채 나에게 죽을병을 안겼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늘 잔혹하고 맹렬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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