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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로 Apr 03. 2017

《하루에 한 줄》

들어가면서

000

깜빡거리는 커서를 앞에 두고 한참이나 서성이다가 글을 시작한다.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있을까?', ' 나는 내가 잃어버린 나의 언어를 되찾을 수 있을까?'하는 물음과 함께 아직도 마르지 않은 눈물샘이 터졌다.

 

 나의 요즘의 근간은.. 없다. 지난날엔 글도 있었고, 사랑도 있었고, 아픔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아니, 사실은 그것들의 잔해, 파편들이 나를 덮쳐버려 나는 거의 없는 것과 다름 아니었다. 나도 나를 찾을 수 없었고 사실은, 찾고자 하는 마음도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정말로 시간이 약인지 아니면 내 슬픔의 계절이 모두 다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남은 눈물을 몽땅 써버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자꾸 간지럽다. 뭔가, 올라오려는 것인지 자꾸 나를 간지럽힌다. 봄날의 바람인가, 겨우내의 새싹인가 하며 그마저도 내맡겨버렸다.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래서 바다로 나아가는지 혹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나는 오늘의 순간에 더욱더 집중하고자 한다. 내가 있을 곳은 지금, 여기가 아니면 아무 데도, 아무 때도 아니니까.


 나는 오로지 지금 여기에서 보다 더 격렬하게 나로 존재하고 싶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또 이 마음을 다 하다 보면 다른 세계로 접속할 수 있겠지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모두, 거기, 잘 있나요?
너무 오랜만의 연락이란 게 송구스러워 차마 안녕하냐고 묻기도 죄송하네요. 그럼에도.. 염치없이 물어봐요.. 안녕하신가요 당신?

야생화예요. 많은 시간이 흘렀고 지금에 이르렀네요. 오랜만에 제 문장을 찾고 싶어 다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제 여정이 당신에게도 무언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 잘 부탁해요.

부디 존재해주세요, 그대

야생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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