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로 May 08. 2017

302039. 존재와 소유에 관하여

이름 없는 당신을 위하여

302039. 존재와 소유에 관하여


또 이 지점이다. 왜 오늘은 또 하필 어버이날인가? 같은 카페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올려둔 카네이션 바구니가 자꾸 신경 쓰인다.

 엄마한테 전화를 하긴 해야겠지?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식사는 하셨냐고 물어야 하나, 잘 지내셨냐고 물어야 하나. 그러면, 난 잘 지내고 있으며 일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잘 될 거라고 해야 하나. 생각만 해도 불편하다. 요 며칠 전까지 계속해서 걸려 온 엄마 연락에 그리도 무심하다가 오늘 같은 날 안부를 전한다니, 안 하느니만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만 자꾸 든다. 게다가 괜히 내 마음이 약해질까 봐 두렵다. 내 마음대로, 내 쪼대로 살고 있는데 또다시 착한 딸이 살아야 하는 대로, 엄마의 바람대로 살아야 할까 봐 걱정된다. 당장은 내 존재가 불효인 것 같아서 그것도 외면하고 싶고, 나중에 성공하고 나서 그때 당당하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조금은 늦었지만 진짜 용돈도 당당하게 드리면서.

 사실, 지금 당장은 엄마와 밥 한 끼 먹어주는 게 큰 효도라는 걸 아는데 그게 안 된다. 그냥 부담스럽고 부담스럽다. 진짜 이렇게 나쁜 딸이 있을까 싶다.


이번 연도는 조금 다를 줄 알았다. 여윳돈을 넉넉히 마련해두고 외국 여행을 꿈꾸고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내 통장 잔고는 거짓말같이 요지부동이고, 나의 오늘은 하염없이 침묵하고 있다. 첫 번째 책을 엮어냈을 때와 다름없이 오늘도 깜빡이는 커서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진다. 내가 정도밖에 됐나, 대체 2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얼 했던가, 어떤 성장이 있긴 있었나? 정말 소름 끼치게 묵묵부답이다.

 그렇다고 어떤 안정적인 인생을 꿈꿔본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해내고 싶다는 소망이 있긴 하지만, 어딘가 안정적인 곳에 소속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아직까지 진심으로 소속되고 싶은 기업, 단체를 못 찾은 탓도 있고, 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탓도 있는 것 같다.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면 좋겠지만 아직은 나의 불안정함 속에서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또 다른 가능성, 나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의 무궁무진함, 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최대한 만끽하고 싶다. 어차피 언젠가는 안정적인 곳에 정착해서 내 인생을 바쳐 일해야 하지 않나. 그러기 전에 마구 누리고 싶다, 날 것 그대로의 진짜 생을.

 그런데 매일 밤이면 이렇게 사는 것에도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자괴감은 계속해서 든다. 불안함을 즐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확 결혼(?)이나 해버리고 싶다는 우발적인 감정도 든다. 물론 지금 내겐 사랑도 사치이긴 하지만. 사랑도 통장 잔고로부터 담보받을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닐까 한다.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남자가 계속해서 물어오던 게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제 그러면 뭐 할 거야?」

 무작정 회사를 관두고 지금은 호프집 알바를 하며 앞으로 를 고민하고 있다는 내가 미덥지 않았던 거겠지. 적지 않은 나이의 우리니까 미래가 보장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계속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그의 물음에 그럴싸한 대답을 하긴 했는데 그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무시받기 싫어서, 아무것도 아닌 게 싫어서 그럴싸한 임시방편용 대답을 한 것은 아닌지.


그냥 아무렇게나 살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아무 곳도 아닌 곳에서 아무 계획도 없이 내키는 대로 막살고 싶다.





안녕하세요, 야생화예요. 무단결석, 지각을 하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아직 초기 단계에 너무 계획이 없던 업로드라 들쭉날쭉하네요. 안정화가 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넓은 아량으로 양해 부탁드려요.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응원과 채찍질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업로드는 월요일, 목요일 오후 8시로 정정할게요.!!! 그리고 기존의 가제 <2시37분>에서 매거진 명 <하루에 한 줄>로 변경을 했답니다. 어느 날의 영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적는 야생화가 되도록 노력하게슴다!

 

 당신의 존재를 간절하게 희망해요.

 오늘도 제게 존재해주셔서 고마워요.

 

야생화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휴재알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