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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 May 04. 2023

우주산업 시대

서정기자의 색깔있는 취재수첩 <3> '우주산업 시대' 열린다

                           인간 달에 서다   

  "최형! 편집부로 좀 와주쇼."

  "무슨 일인데요?"

  "우주산업이라는 게 사전에도 나와있지 않은데..."

  "아~아. 그것 내가 생각해낸 단어입니다. 그게 뭐냐면..."     


  1969년 7월 21일, 미국이 발사한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했다. 인간이 지구를 출발, 3일 간의 여행 끝에 달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 소식을 1면 머릿기사로 전하면서  'Man on the Moon.'이라는 멋진 제목을 달았다. 국내 신문들도 비슷한 제목으로 달착륙 소식을 전했다.

  '인간 달을 딛고 서다'(경향신문),  '인간 달에 섰다'(동아일보),  '억겁의 침묵 깨고-달은 숨쉬기 시작했다'(조선일보)” 등...     


  이때 달에 간 우주비행사는 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3인이었다. 이 가운데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착륙선 이글호에 옮겨타고 달에 발을 디뎠으며 콜린스는 모선인 콜렁비아호에 남아 두 사람의 생환을 기다렸다.

  암스트롱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달에 첫발을 내디딘 후 이렇게 외쳤다. “이것은 한 사람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하나의 큰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

  암스트롱은 은퇴 후 대학 교수로 활동했고, 콜린스는 미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보를 지냈으며, 올드린은 지금도 우주탐험 전도사로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은퇴했다.'[


                                 기자의 촉

  이들은 닉슨 미국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였다. 69년 11월3일, 24개국 친선 순방 일정에서 23번째 방문 국가였던 한국에 도착하여 서울시청 앞 광장 환영식에 참석했다. 정부는 이날 7월21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나서 82년에 우주비행사 올드린이 두번째로 한국을 방문했다.

필자는 한국산업개발연구원(원장 백영훈 박사)의 초청으로 방한한 버즈 올드린을 만나 단독인터뷰했다.

  그날 출근하려는데 원장인 백영훈박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출근하기 전에 무조건 t서울 서초동에 있는 사무실에 들렀다 가란다. 무슨 일인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기자에게는 촉이라는 게 있다. 무언가 기사거리가  되는 것을 특유의 촉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독일에서 공부하여 독일1호박사였으며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방문 때 통역을 맡았던 백박사 역시 촉이 있는 분이었다. 그래서 필자와는 평소부터 뭔가 통하는 게 있었다.

  허겁지겁 달려간 그의 사무실엔 웬 외국인이 하나 앉아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보니 그는 다름아닌 아폴로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었다. 즉석 인터뷰가 진행됐다.

방한목적이 궁금했다. 그는 나사(NASA)에 남아 줄곧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미국은 우주 탐험에서 이미 쏘련을 앞서고 있다. 다음 단계를 추진하는데 있어 나사가 극복해내야 하는 첫번째 난관이  무엇인가?

  "난관이오? 난관은 없습니다. 뚫어야 할 과제는 있지요."

그는 기자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다소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것 때문에 한국에 오셨군요. 그게 무엇입니까?

  "허어~. 닥터 백! 혹 이분에게 무슨 귀띰을 하셨습니까?"

  "오~ 노! 낫씽~"

  "그래요? 그럼 기자분은 어느 부서에서 일합니까?"

  --나는 경제부 소속입니다.

  "아, 그래요~. 그럼 내가 간단하게 설명해드리죠. 우주선은 만드는 기술과 쏘아올리는 기술이 조화를 이루어야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 그렇겠군요.

  "그런데 우주선을 하나 만드는데 부품이 몆개나 들어가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자동차 한 대 만드는데 약 3,000개 부품이 들어간다니까, 대략 3만개 쯤 들어가지 않을까요?

  "얼추 맞추었습니다. 사실은 7만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여기까지 말씀 드렸으니까 내가 한국에 온 목적을 대강 짐작하시겠죠?"

  -- 아니! 그럼 그 부품조달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주에서 쓰이는 부품은 지상에서 쓰이는 부품과는 그 규격과 모양, 심지어 재료의 분자구조가 달라야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분야군요. 그런데 철저한 보안이 필요하니까 한국의 산업기술이 필요한 것이군요.

  "옳게 보았습니다."

  -- 나사에서는 그런 분야를 무엇이라 부릅니까?

  " 우리는 Space Industry로 분류합니다."   

  

  우주산업? 우주관련산업?

  이렇게 돼서 '우주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지원정책과 산업계의 소재 및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우주산업'이라는 단어에  정부 학계 산업계 언론계가 처음에는 낯설어 했지만 이후 차츰 정착돼 지금은 친숙한 단어가 됐다.

  이처럼 생소했던 낱말이 언론의 빈번한 사용으로 친숙하게된 사례는 많다. 꽃샘추위, 갓길, 내로남불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도 미국의 우주산업을 지원하면서 기술을 축적, '나로호'를 발사하는 당당한 우주개발국가가 되었다.     

  편집부의 "이게 무슨 뜻이오?" 하며 당혹해하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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